기준 메뉴 사전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이 메뉴를 맛보면 그 레스토랑을 알 수 있다.

프랑스식 – 푸아그라 요리 평범한 재료를 최고의 창의성으로 접시 위에 풀어내면 그게 프랑스 요리다. 레스토랑마다 메뉴가 다 다르고 독창적이라 접시 하나를 골라낼 순 없지만, 푸아그라로 만든 요리엔 특별히 눈코입을 다 모아야 한다. 푸아그라는 조리법이 다양하고, 아무즈부쉬부터 메인 요리까지 전방위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피에르 가니에르 레스토랑의 이현진 수석 셰프는“푸아그라는 조리가 까다롭고 신선도에도 민감해 셰프의 창의성과 기술성, 그 레스토랑의 식재료 수준을 모두 보여주는 재료”라고 덧붙였다. 푸아그라에서 기름이 많이 빠지거나 푸아그라 테린에서 회색빛이 돌면 그 레스토랑에서 별 두 개는 과감하게 빼도 된다. 하나 더 코스 요리도 좋지만, 단품 요리A La Carte 중 하나를 시켜본다. 최근엔 작은 접시에 적은 양의 음식을 올리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하나의 재료를 한 접시에 푸는 아이디어 싸움이 단품 요리에서 더 치열해졌다. 셰프의 감각과 철학도 한눈에‘좌르륵’볼수있다.

 

인도식 – 치킨 티카 마살라 인도요리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면 입 속에서 맴도는 특유의 맛이 있다.이맛은 마살라 소스에서부터 나온다. 마살라 소스를 제대로 만드는 집이라면, 다른 요리의 맛도 엮인 듯 훌륭할 테다. 인도요리 전문점 달의 자왓 자그모한 셰프는“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고 향신 채소의 뿌리, 잎, 열매를 잘 배합시켜 맛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셰프의 실력”이라고 말한다. 마살라 소스를 쓴 대표적인 메뉴는‘치킨 티카 마살라 커리’다. 마살라 소스의 맛이 가장 풍부하게 느껴지고 누구의 입맛에도 잘 맞아, 마음속으로 레스토랑을 채점하기에 더없이 좋다. 치킨에 마살라 소스가 속속들이 배어 들었다면 점수를 후하게 줘도 좋다. 하나 더 인도요리에선‘탄두’라 불리는 화덕을 빼 놓을 수 없다. 화덕에서 만든 요리를 뭉뚱그려‘탄두리’라고 하는데, 가스가 아닌 숯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루기가 까다롭다. 탄두리의 하나인‘난’의 쫄깃함, 윤기, 모양을 보면 탄두 다루는 셰프의 솜씨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중식 – 탕수육 인천식 중국음식이든 광동식 중국음식이든 레스토랑의 수준을 알아보려면 탕수육을 먹어야 한다. 중식당 크리스탈 제이드의 수석 셰프는“탕수육은 총 두번 튀기는 과정을 거치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지켜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단 탕수육이 나오면 굵기부터 확인한다. 고기가 숟가락처럼 비대하지 않고 젓가락처럼 마르지 않아야 잘 튀겨진다. 튀김 옷이 바삭하면서 촉촉하다면 메뉴판의 생소한 다른 중국음식도 과감히 도전해볼 만한 레스토랑이다. 하나 더 상해식 레스토랑에 갔다면 일단‘소룡포’를 시킨다. 크기가 작은 만두라, 정교하고 섬세한 셰프의 솜씨를 눈으로 먼저 확인할 수 있다. 고기 냄새가 나지 않고 따뜻한 육수가 한순간 입 안에서 폭발해야 한다.

태국식 – 돔양끙 태국요리는 한국에선 활개를 채 못 폈지만 서양에선 패스트푸드점 옆집 혹은 그 옆집에 항상 있다. 태국요리 전문점 애프터 더 레인의 셰프는 “태국요리는 시고 달고 맵고 짠 맛이 한 입에 느껴지는 게 신비하고 매력적인데, 그 특징을 돔양끙이 제일 잘 드러낸다”고 설명한다. 돔양 소스는 우리나라의 된장처럼 집집마다 맛이 제각각이라 셰프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 된장찌개가 맛있으면 다른 반찬도 맛있는 것처럼, 태국요리 전문점에서 각종 향신료의 향이 팽팽하게 강렬한 돔양끙이 나온다면 다른 메뉴도 모자람이 없다. 또, 돔양끙이 입맞에 맞는 사람은 태국요리가 입맞에 잘 맞는다고 볼 수 있다. 하나 더 태국요리 전문점 타이오키드의 안창호 대표는 주방 구성인력이 모두 태국인으로 이루어졌는지로도 레스토랑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 요리사와 태국 요리사가 함께 일하면 아무래도 퓨전 태국식으로 흐르기 쉽다고. 오히려 정통 태국식이 한국 사람 입맛에 더 잘 맞는다고 한다.

 

일식 – 참치 초밥 일식집, 그중에서도 초밥 전문점에 가면 계란 초밥을 먼저 먹어보라는 말이 있다. 맛으로 따지자면 원래 마지막에 먹는 것이 맞지만, 셰프의 기술을 가늠하는 메뉴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이 접시를 비우기 시작했다. 스시 큐베이의 오너 셰프 이마다 요스케는“맛있는 초밥집 평가를 위해선 참치 초밥을 먹어보는 게 낫다”고 말한다. 계란 초밥이 맛있으면 다른 생선 초밥의 맛이 떨어질 수 있지만, 참치 초밥이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집은 다른 생선 초밥도 다 훌륭하기 때문이다. 등급이 천차만별인 참치 중에서 어떤 참치를 쓰느냐는 셰프의 능력과 양심과 서비스를 상당 부분 반영하는 척도다. 하나 더 일식 초밥 전문점에서는 요리도 중요하지만 셰프의 태도도 중요한 평가요소다. 바에 앉으면 셰프가 초밥을 만드는 모습을 예의 주시할 수 있다. 자랑을 늘어놓거나 장인 티를 내지 않아야 진짜 장인일 확률이 높다.

 

바Bar – 모히토 칵테일 바에 가면 역시 마티니를 마셔봐야 한다. 마티니는드라이 진과 드라이 베르뭇의 균형이 생명인데다, 작은 온도 차이로 점성과 맛이 바뀌기 때문에 만든 이의 실력을 살벌하게 증명한다.‘Cafe 74’의 김봉하 믹솔리지스트는“완벽한 마티니는 아무나 못 만든다”고 단언한다. 지금 가장 트렌디한 칵테일을 얼마나 잘 만드는지도 바를 평가하는 확실한 기준이다. 봄에 더 인기인 모히토의 경우 단맛, 신맛, 청량감의 궁합이 맞아떨어지기가 쉽지 않다. 욕심을 부리다 보면 첨가물을 많이 넣어‘과한 칵테일’이될수있기 때문이다. 하나 더 다양한 칵테일의 종류와 맛만큼 칵테일의 온도도 중요하다. 리큐어는 차가워야 특유의 느낌을 살릴 수 있고, 칵테일 잔도 얼음으로 차갑게 온도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냉장, 냉동고 시설에 투자를 많이 하는 곳이라면, 믿어도 된다.

 

이탈리아식 – 토마토 바질 스파게티 가장 흔하고 가장 전통적이며 가장 세계적인 파스타인 토마토 바질 스파게티는, 이탈리아 요리를 보여주는 지표이자 정수다. 파크 하얏트의 스테파노 디 살보 셰프는“토마토 바질 스파게티를 만드는 방법은 놀랍도록 간단하지만, 제대로 만들기 위해선 재료와 기술의 완벽한 조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물컹거리지 않으면서 안쪽이 단단한 파스타 면, 적당한 간과 질감의 토마토 소스는 셰프의 오랜 공력에서 완성된다는 뜻이다. 이것저것 보태고 섞은 요리보다 가장 기본적인 요리를 공들여 만드는 레스토랑이라면, 손님을 실망시킬 확률은 매우 적어진다. 하나 더 이탈리아 요리를 잘 하는 셰프는 지구에 모세혈관처럼 퍼져 있다. 때문에 레스토랑의 평가는‘식재료의 질’에서 갈리기 시작한다. 버펄로 모짜렐라 치즈, 산 다니엘레 햄, 이탈리아산 토마토와 같은 정통 재료를 아끼지 않았다면 원 없이 고개를 끄덕여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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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