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후보작을 쏟아낸 감독과 배우 10팀

론 하워드와 톰 행크스는 25년 전 감독과 배우로 만나 팀이 됐다. 여기 등장하는 다른 감독과 배우들은 대부분 2008년에 처음 손을 잡았다. 샘 멘더스와 케이트 윈슬렛, 구스 반 산트와 숀 펜, 대런 애로노프스키와 미키 루크까지. 애니 레보비츠가 올해 오스카 후보작들을 쏟아낸 감독과 배우 10팀을 사진에 담았다.

디킨스의 후예들
대니 보일과 데브 파텔

<슬럼독 밀리어네어>
대니 보일 감독은 그동안 상당히 잔혹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1995년과 96년에 내놓은 <셸로우 그레이브>와 <트레인스포팅>이 그랬고, 2002년에 발표한 <28일 후>가 그랬다. 그러나 이번 작품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명치를 강타하는 듯한 놀라운 작품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에는 치밀한 계략, 폭력성, 빠른 진행 속의 전율,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바로 감동이다. 이 영화는 찰스 디킨스 소설이 주는 그런 감동을 선사한다. 오물을 뒤집어 쓰고 아수라장을 헤치며 가난한 삶과 특권층의 삶을 오가는 주인공의 악전고투를 보면 우리 마음속에선 연민과 공감이 싹튼다. 대니 보일 감독은 툭 튀어나온 귀에 얼빠진 표정을 한 데브 파텔에게서 그가 찾던 핍(<위대한 유산>의 주인공)과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완벽한 모습을 발견했다. 디킨스의 소설 주인공들처럼, 파텔이 연기한 고아 소년 자말 역시 뭄바이의 슬럼 가에서 혼자 힘으로 이 일 저 일 전전하면서 살아가거나 인도의 퀴즈쇼에 참가해 스타가 되기까지 대중과 국가의 압력을 이겨내면서, 위엄과 신중함을 잃지 않는다(자말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연기한 아역 배우들의 연기도 정말이지 환상적이다). 보일은 자말 역에 더 잘생긴 배우를 캐스팅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영국 태생의 귀엽고 활기찬 파텔을 선택함으로써, 영화 전체를 한 차원 높게 끌어올렸다. 골든 글로브 4개 부문 수상과 오스카 상 8개 부문 수상으로 보일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이 입증되었다.

뉴욕 고든 램지에서

유유상종
대런 애로노프스키와 미키 루크

<더 레슬러>
난파선 ‘미키 루크’호가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해안에 도달하기까지 항해는 험난했다. 감독은 <더 레슬러>의 주인공 랜디‘더 램’로빈슨 역에 인생 굴곡이 많았던 미키 루크를 캐스팅하려고 했으나, 미국에서는 미키 루크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에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영화사가 나서지 않았다. 애로노프스키는 할 수 없이 미키 루크에서 니콜라스 케이지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막바지에 해외에서 미키 루크의 영화를 지원하겠다는 영화사가 나타났다. 고맙게도 니콜라스 케이지가 순순히 물러났다. 감독의 애초 선택은 적절했다. 미키 루크보다 한물간 초창기 레슬러를 더 잘 연기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는 한때 전성기를 구가하던 의기양양한 배우이자 권투선수였다. 그러나 애로노프스키(<파이>, <레퀴엠>의 감독)의 비상하지만 비현실적인 열정과 미키 루크의 궁지에 몰린 절박함이 만나 그토록 멋진 화학반응을 일으키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어색함 없이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 영화에서 미키 루크는 <술고래>이후 최고의 연기를 보여 주었다. 영화 속 인물 랜디의 삶은 배우 미키 루크와 참 많이 닮았다. 랜디의“망할 90년대”라는 외침은 루크의 10년 공백기에도 해당된다. 또한 루크의 귀는 권투 선수나 레슬러들의 찌그러진 귀와 똑같다. 애로노프스키는 미키 루크가 투입된 후, <더 레슬러>의 각본을 루크와 함께 썼다고 밝혔다. 루크가 랜디의 대사를 읽고 자기 식으로 수정했다는 것이다. 배우와 감독으로 만남은 두 남자에게 굉장한 행운이었고, 그 덕분에 걸작이 탄생했다.

뉴욕에서

동반자
샘 멘더스와 케이트 윈슬렛

<레볼루션너리 로드>
모든 일이 순조로웠다고 한다면, 두 사람은 억울할 것이다. 그러나 애초부터 두 사람은 크게 될 재목으로 보였다. 윈슬렛이 <천상의 피조물들>에서 성적으로 혼란스러워하던 10대 소녀로 스크린 데뷔를 한 순간부터, 그리고 멘더스가 참신한 연출력으로 만들어낸 <카바레>로 뉴욕 브로드웨이로 진출한 순간부터. 아니나 다를까 케이트는 <타이타닉>으로 인기 여배우 대열에 올랐고, 샘은 <아메리칸 뷰티>로 장편영화에 진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감독상을 받았다. 그 후 두 사람은 서로를 발견했다. 결혼을 하고 첫 아들을 낳은 후, 두 사람은 마침내 리처드 예이츠가 1961년에 발표한 문제작을 원작으로 한 영화 <레볼루션너리 로드>에서 감독과 여배우로서 함께 작업했다. 원작은‘완벽한 결혼생활’에 대한 환상을 무참히 깨트린다. 비록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남편 역을 맡았지만, 영화엔 틀림없이 윈슬렛과 멘더스 가정을 들여다보는 자기성찰적 해석이 담겨 있을 것이다. 영화의 비극은 예술가로서 보헤미안의 삶을 살고 싶어하는 여주인공의 실현되지 못한 열망에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바깥주인은 브루클린 음악 아카데미에서 셰익스피어와 체호프를 지도하고 있고, 안주인은 스티븐 달드리의 대담하고 성적으로 노골적인 <더 리더: 책 읽어 주는 남자>에 출연했다.

뉴욕 노스라이트 IIII 스튜디오

밀크 맨
구스 반 산트와 숀 펜


<밀크>
반 산트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한 젊은이들의 일상을 담은 영화들이 주를 이룬다. 리버 피닉스의 <아이다호>가 그랬고, 조아킨 피닉스의 <투 다이 포>나 마이클 피트의 <라스트 데이즈>, 그리고 게이브 네빈스의 <파라노이드 파크> 등이 그랬다. 새 영화 <밀크>로 반 산트의 신전에 에밀 허쉬가 한 명 더 추가됐지만, 사실 <밀크>는 구스 반 산트 스타일에 놀랄 만큼 신선한 변화를 의미한다. 숀 펜이란 배우 때문이다. 숀 펜은 게이 인권 운동가이자 정치인인 하비 밀크 역을 맡아 분명 예의 소외된 주인공을 연기했지만, 반 산트의 영화 속 어떤 주인공보다도 연륜이 있고 결단력도 있는 사내를 연기했다. 그는 양쪽 어깨를 활짝 펴고, 양팔은 환영의 표시로 활짝 벌리며, 자신 있게 고개를 치켜들고, 시종일관 일그러지지 않는 미소를 보인다. 숀 펜은 이 영화에서 <리치몬드 연애소동>이후 가장 사랑스런 역을 맡아, 실제 하비 밀크를 다른 아웃사이더들과는 다르게 보이게 하는 환상적인 카리스마와 마음 따뜻한 내면을 연기했다. 주변에서 떨고 있기보다, 단호하게‘내부’세계로 뛰어든 매력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숀 펜과 구스 반 산트는 오합지졸인 아웃사이더들의 전기적 이야기와 성공담이라는 아주 진부한 장르를 취해, 이를 환상적인 작품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 마치 외유내강의 전복적인 인물 하비 밀크가 샌프란시스코 정치계에 일으킨 파란처럼 말이다.

캘리포니아 마린 카운티에서

뜻밖의 커플
페넬로페 크루즈와 우디 앨런

<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우디 앨런의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여주인공의 전형적인 모습은 고학력에 정신과를 제집 드나들 듯 하며 투덜대기 좋아하는 여성일 것이다. <애니 홀>이나 <맨해튼>에서 다이앤 키튼이 연기한 여주인공들이 바로 그런 예이다. 그러나 앨런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또 다른 여성상이 있다. 우울하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미녀들이다. <스타더스트 메모리즈>의 샬롯 램플링이나 <매치 포인트>의 스칼렛 요한슨, 또는 앨런의 뛰어난 단편소설 <보복>에서‘음란하고 음습한 성적 욕망’과 패션잡지 <보그>의 모델이 동경할 만한 몸매를 가진 커니 체이슨을 떠올려보자. <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에서 크루즈는 이런 여성의 전형을 연기한다. 그러면서 덤으로 <베티 블루>의 베아트리체 달이나 <비터 문>의 엠마뉴엘 세이나와 같은 매력을 발산한다. 크루즈는 화가로 나오는 하비에르 바뎀의 뇌쇄적인 전처 마이라 엘레나 역을 맡아, 음탕함과 정신이상의 증상을 회오리바람 불어 닥치듯 열정적으로 보여준다. 크루즈는 전 남편의 연인이자 순진한 미국 여성인 요한슨에게 말한다“. 당신 둘이 매일 밤 열정에 사로잡혀 있는 소리가 들릴 때, 내 몸도 뜨거워져요.”우디 앨런이 메가폰을 잡았으니, 해피엔드가 아니라는 것쯤은 눈치 챘을 것이다.

뉴욕 칼라일 호텔에서

고전주의자들
론 하워드와 톰 행크스

<스플래시>, <아폴로 13>,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2009 예정)
영화 <스플래시>가 나왔을 때, 우리가 얼마나 하워드와 톰 행크스를 저평가했었는지 기억하는가? 하워드 감독은 당시 리치 커닝햄 역으로 TV 시리즈를 끝낸 지 얼마 안 된 상황이었다. 게다가 감독으로서 메가폰을 잡은 장편영화는 <그랜드 쎄프트 오토 >와 <뉴욕의 사랑> 단 두 편뿐이었다. 톰 행크스 역시 TV시트콤 <부즘 버디즈>에서 키 큰 청년으로 출연했지만, 시리즈가 끝난 후 할리우드에서 앞날이 막막하던 TV 배우였다. 하지만 환상적인 인어 아가씨가 나오는 영화 <스플래시>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두 남자의 앞날이 어떻게 펼쳐질지, 이 영화가 그 시작을 알려주었다. 타협하지 않는 고집불통으로 소문난 하워드 감독은 감동과 유머를 잃지 않는 요란한 대작을 만들었다. 톰 행크스는 자신이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뛰어난 주연급 배우가 되었다. <아폴로13>은 이런 두 사람의 명성을 입증했다. 각각 미국의 국민 감독이자 국민 배우라는 것을 말이다. 두 사람은 그 후 댄 브라운의 2부작 <다빈치 코드>와 개봉예정의 <천사와 악마>를 찍으면서 루브르와 바티칸의 복도와 카타콤을 헤매고 있다. 하지만 하워드 호크와 게리 쿠퍼가 <교수와 미녀>나 <요크 상사>와 같이 여러 장르를 두루 넘나든 것처럼, 하워드와 행크스 역시 어떤 장르의 영화든 도전할 수 있다. 두 사람이 함께 만든다면 그것만으로 흥행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이주자들
니콜 키드먼과 바즈 루어만

<물랑루즈>, <오스트레일리아>
“당신들과 견준다면, 우리는 과묵한 편이다. 당신들과 견준다면 말이다.”호주 비평가 로버트 휴스가 자신의 책 <주검의 해안The Fatal Shore>에서 미국인들에게 한 말이다. 늘 열의에 넘치는 루어만 감독이었다면 아마도 반대로 말했을 것이다. 호주인들이 옆에 있으면 미국인들은 차분하고 세련돼 보인다고 했을지 모른다. 루어만 감독의 빠르게 전개되는 영화들엔 할리우드 고전에서 볼 수 있는 연극적 요소들이 풍성하다. 뻔뻔스럽고 땀냄새 나며 기쁨에 들떠 있는 그의 감성은 어디까지나 호주식이다. 심지어 호주에서 촬영하지 않은 <물랑루즈>에서도 호주 출신 감독의 기운이 물씬 풍긴다. 루어만 감독이 니콜 키드먼을 고급콜걸 새틴으로 캐스팅함으로써, 키드먼은 다시 한 번 ‘호주의 국보’로 칭송 받았다. 키드먼은 <물랑루즈>를 통해, 오래전 큐브릭 감독의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보여줬던 육감적이며 선정적인 매력을 다시 한 번 발산했다. 영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루어만은 고도의 연극적 장치들을 사용해 영화를 찍는 ‘붉은 커튼’식 영화제작 스타일에서 약간 물러섰다. 그래서 일본군의 폭격 장면은 폭죽처럼 빠른 속도로 지나가지 않는다. 웅장한 서사극을 만들고 싶어하는 루어만은 다른 어떤 감독보다 영화 속에서 니콜 키드먼의 얼굴을 빛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진지한 영화다. 그러나 관객들은 루어만과 키드먼이 감독과 여배우로서 만나 유쾌한 영화 한 편을 만들어 냈음을 감지할 것이다.

뉴욕에서

보증수표
메릴 스트립과 존 패트릭 샌리

<다우트>
지난 10년 동안 메릴 스트립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프레리 홈 컴패니언>, <맘마미아> 등에 출연해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해줬다. 그러나 새 영화 <다우트>를 통해 마침내‘메릴다운 메릴’로 돌아왔다. 보닛 안에 머리카락을 밀어 넣고 창백하고 무표정한 얼굴을 한 알로이시스 수녀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은 다시 한 번 얼음처럼 차갑고 엄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스크린에 나타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디어 헌터>,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프랑스중위의 여자>를 보던 때처럼 전율하게 된다. 작가 겸 감독인 샌리는 1984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대니 앤 더 딥 블루 시>로 데뷔했다. 알로이시스 수녀의 엄격한 세계관을 존 패트릭 샌리보다 더 잘 표현해낼 감독은 없을 것이다. 브롱크스 토박이인 샌리는 전통적으로 자신이 살던 동네를 가족과 교회에 충성하는 봉건적 사회로 그려왔다. 그는 웃음을 주는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니다. <문스트럭>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샌리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각본상을 받았다. 하지만 퓰리처 상을 받은 자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다우트>에서 경거망동이란 찾아볼 수 없다. 샌리는 60년대 가톨릭 학교를 다녔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당시 수녀들은 때때로 지나칠 정도로 엄격했고 신부들은 약간은 지나치게 친절했다. 샌리는 이러한 봉건적 충성심에 문제를 제기해, 신앙과 확신이라는 편안함을 잠시 보류하게 만든다. 스트립이 연기한 분란을 일으키는 수녀는 유령과도 같은 샌리의 과거, 그에게 뚜렷이 나타난 의심 그 자체인 것 같다.

뉴욕에서

모험가들
크리스토퍼 놀란과 고인이 된 히스 레저

<다크 나이트>
히스 레저의 사망 후, 조커 역이 그의 뇌리에 박혀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추측들이 난무했다. 그러나 사망 전 어느 TV 인터뷰에서 히스 레저는 그런 추측을 반박할 만한 말을 했다“. 연기 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재미있었어요. 앞으로 그런 일은 또 없을 거예요.”그가 미래 시제로 말한 예측은 가슴 아프게도 적중했다. 히스 레저는 <메멘토>로 데뷔해 <배트맨 비긴스>로 배트맨 시리즈에 다시한번불을 붙인 크리스토퍼 놀란과 짝을 이뤄 즐겁게 촬영에 임했다. “내가 생각한 조커와 크리스토퍼가 생각한 조커가 똑같았어요.”레저는 이렇게 말했다. 그 결과 비틀주스와 ‘랏조’리조를 절묘하게 섞어 놓은 소름 끼치는 미치광이가 탄생했다. 히스 레저의 조커는 1989년 잭 니콜슨이 연기한 조커와 사뭇 달랐다. 구부정한 자세와 가닥가닥 살아 있는 머리카락, 덕지덕지 바른 화장. 그런 히스 레저를 보고 그가 <브로크백마운틴>에서 에니스 델마를 연기한 사내라거나, 현실에서 저음으로 호주 억양을 쓰는 잘생긴 스물여덟 살 남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는 불가능하다. 조커가 화면에서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면, 레저가 보였던 충실함은 영혼의 심연으로 가는 어두운 여행이라기보다 빈정대는 외침처럼 보인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2008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히스 레저는 2005년 뉴욕에서

노익장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과 연기를 동시에 한 영화가 무려 22편이나 된다. 그중에 두 편 <용서받지 못한 자>와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작품상과 최고 감독상을 받았다.
“그러나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감독이다.”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수많은 작품을 내놓으면서, 그 어떤 배우보다 자신의 소원을 멋지게 이뤄냈다. 70년대에 이스트우드는 카메라 앞과 뒤를 오가며 <평원의 무법자>와 <무법자 조시 웨일즈>를 찍으면서, 자신의 멘토들(<더티 해리>의 돈 시겔 감독, <석양의 무법자>의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에 버금가는 능력을 입증했다. 그 후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서부영화 찍는 감독이란 고정관념을 완전히 청산하고, 깔끔한 드라마(<밀리언달러 베이비>, <체인질링>)와 여성을 위한 감상적인 영화(<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음악 전기영화(<버드>), 전쟁 서사 영화(<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가 감독한 29번째 작품 <그랜 토리노>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 영화가 연기자로서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그가 연기한 월트 코왈스키는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공장에 다니다 은퇴한 늙은이다. 그는 몽족 이민자들이 늘어나면서 동네가 그들 손에 넘어가는 게 못마땅한 백인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고별무대에 선 배우처럼 거드름 피우며 연기하지 않는다. 그는 으르렁거리고, 째려보고, 욕설을 내뱉으며, 괴팍스러운 노인네를 연기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그만의 방식으로 깊고 어두운 곳으로 월트를 이끈다. 정말로 이 영화가 배우로서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면, 앞으로 연기하는 이스트우드가 보고 싶어질 것이다. 하지만 영화감독으로서 78세 노익장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현재 모건 프리먼이 넬슨 만델라를 연기하는 영화 <더 휴먼 팩터>를 연출 중이다.

캘리포니아 카멜 미션 목장 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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