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E-P1

위는 콘셉트 모형이 나왔을 때부터 환호를 받은 E-P1, 아래는 1966년에 나온 PEN FT다. E-‘P’1은 PEN FT의 P를 물려받았다. PEN 시리즈가 나온 지 50년 만에 이런 카메라가 나왔다.



기억을 더듬어 볼까? 캐논이 5D를 냈을 때. 수많은 사람의 통장에서 3백만원+알파가 빠져나갔다. 니콘이 D90을 냈을 때. 캠코더 업계에선 ‘올게 왔구나’라고 했다. 시그마가(그래, 심지어 시그마조차도!) DP1을 냈을 때. 아무리 작고 가벼운 DSLR 조차 크고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올림푸스는 요 몇 년간 대체 뭘 하고 있었나? 그들의 DLSR 라인업인 E 시리즈는 앞의 대열에 낄 만한 ‘혁신’을 보여준 적이 없다. 포 서드 시스템? 그건 사용자를 위한 기술이라기보다 그들의 내부 사정에 가까워 보였다.

올림푸스는 캐논과 니콘의 대항마 자리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갔다. 그 사이 미놀타를 먹어 치운 소니가 치고 올라왔다. 결국 올림푸스는 자사의 50년 전 제품에서 혁신을 찾아냈다. 바로 세계 최초의 하프 사이즈(필름 한 컷에 두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SLR’카메라 PEN F다. 1963년에 출시한 PEN F(PEN 시리즈는 1959년에 나왔다)는 싸게 막 찍는 용도였던 하프 사이즈 카메라에 40여 개의 특허품을 집어넣어 렌즈 교환부터 셔터 스피드와 조리개 조절까지 가능하게 만든, 현재까지도 유일무이한 콘셉트의 카메라다.

하프 사이즈 카메라란 단어를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로만 바꿨다. 그러자 ‘생긴 건 콤팩트 카메라인데 CCD는 크고 렌즈 교환도 가능’한, 모두가 바라고 바랐지만 아무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 E-P1이 나왔다. DSLR과 비교해 눈에 띄게 다른 점은 내부에 거울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뷰 파인더 없이 LCD 화면만 보고 촬영해야 한다. (외장 뷰 파인더는 별매.) 전용 렌즈들은 물론 어댑터를 장착하면 DSLR 용 ‘거대 렌즈’도 사용할 수 있다. 화질은 올림푸스의 E-620과 비슷한 급으로 충분하다. 720P의 ‘HD급’동영상도 촬영 가능하다. 각종 반응속도가 아주 빠르진 않지만, 시그마 DP 시리즈의 ‘복장터짐’을 생각하면 이제야 제대로 된 게 나온 셈이다.

아쉬운 점은 손에 잡았을 때의 기분이다. PEN FT(F의 후속 모델)를 손에 잡았을 때 드는 ‘정점’이란 느낌이 없다. 뻔하다. PEN FT는 애초 고급 시장이 타깃이었지만(당시 출시가 3만2천 엔부터), E-P1은 1백만원 이하의 저가 시장을 노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리지널’의 자격은 있다. 소형화 비결인 마이크로 포 서드 시스템, 그러니까 DSLR에서 거울을 빼버린 기술은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의 것이니까. 이제 올림푸스가 다른 회사들에게 질문을 할 차례다. “너희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니?” 보디는 79만5천원, 17mm 펜케이크 렌즈를 더하면 1백9만5천원이다.

RATING ★★★★☆ 카메라 역사에 기록해둘 만한 제품이 오랜만에 나왔다.
FOR 화질이 괜찮고 무게가 가벼운 디지털 카메라를 원하는 모든 사람.
AGAINST 현재 가격보다 20만원만 낮다면 모든 단점을 수긍할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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