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과일로 과실주 담그는 법

포도로 만든 술만 아끼고 사랑할 일이 아니다. 배, 사과, 레몬도 훌륭한 술이 되는 걸 왜 몰랐을까.

사과 우리에게 사이다cider는 칠성이고 킨이지만, 프랑스의 사이다(cidre, 시드르라고 읽는다)는 사과로 만든 과실주다. 프랑스 북쪽 노르망디에서는 밤이고 낮이고 이 술을 마시는데, 크레프crepe를 먹을 땐 물보다 많이 찾는다. 캐나다 퀘백, 독일 작센하우젠, 경북 의성에서도 좋은 사과주를 만든다.

– 만들 때 과실주는 담금용으로 나온 35도의 소주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다. 사과 1킬로그램을 소주 1.8리터에 담가두면 그만이다. 사과주 담글 때는 신맛과 단맛이 팽팽한 홍옥 품종이 좋다. 요즘은 생산량이 줄어 찾기 힘들지만 이맘때쯤의 홍옥이라면 더 이상 보탤 게 없이 꽉 찼다고 보면 된다. 사과는공기와 접촉하면 갈색으로 변하니까 담금술을 통의 끝까지 채우는 게 중요하다.

– 살 때 캐나다 퀘백 주 피나클에선 언 사과를 발효시켜 달콤하기가 록키 산맥을 찌르는 아이스 애플 와인을 만든다. 1병에 80개의 사과를 넣은 셈인 피나클 아이스 애플 와인은 전 세계로 판매된다.

 

매실  매실주만큼 강력한 소화제를 본 적이 없다. 속이 불편할 때 매실주를 온더록으로 마시면, 금세 평화를 찾는다. 그래서 담근 지 10년 된 매실주는 만병통치약이라 한다. 특히 일본인들은 열혈한 매실의 팬인데, 우메보시(매실 절임)와 우메슈(매실주)를‘일본의 맛’으로 여긴다.

– 만들 때 매실은 말리고 찌고 그을리는 과정을 통해 청매, 황매, 금매, 오매, 백매로 종류를 나눈다. 매실주용으로는 익기 직전의 청매를 고른다. 청매는 겉이 파랗고 단단한 매실인데, 신맛이 강해 새콤달콤한 술을 만들기에 좋다. 청매 1킬로그램을 소주 1.8리터에 담그고 3개월을 기다린다. 그런 다음 맑은 술만 따라 또다시 6개월을 뒀다 마신다.

– 살 때 매실주의 명가는 일본의 조야다.‘조야 매실주 프라이빗 에디션’은 3~7년 숙성한 매실 중 5센티미터가 넘는 알만 골라 수작업으로 빚는다. 보해의 ‘매취순 백자 12년’은 국내 매실주 중 숙성기간이 제일 길다.

 

레몬 지중해에선 맥주도, 위스키도, 보드카도 안 어울린다. 오로지 포카리스웨트와 레몬주가 생각날 뿐. 이탈리아에서 전통적으로 마시는 레몬주인 리몬치노는 시실리와 같은 남부 지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레몬과 이탈리아의 포도 증류주인 그라파를 혼합해서 만들었다.

– 만들 때 껍질을 버리고 알맹이로만 술을 담그면 신맛이 뾰족하고, 레몬 껍질을 조금만 넣어 담그면 쓴맛이 균형을 받쳐준다. 소주 1.8리터에 레몬 8개를 넣고 기다린다. 다른 과실주와 달리 소주에 2주만 담가놓으면 금방 꺼내 마실 수 있다.

– 살 때 이탈리아의 베네토 지역 와인 양조장에서 만드는‘보테가 리몬치노’가 가장 유명하다. 알코올 도수가 30퍼센트로 다른 과실주에 비해 세지만 단맛 없이 새콤해서 디저트 와인의 단맛에 전 입맛을 화들짝 깨워준다.

 

 배주는 흔한 술이 아니다. 맛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한 병에 배를 2킬로그램 넣어야 해 비싸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 국내 주류업계가 배로 만든 술을 한꺼번에 출시한 적이 있다. 배 농사가 풍작었지만 소비가 주춤해 애써 기른 배를 버려야 할 상황에서 농림부가 배주 제작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 만들 때 잘 익고 단단한 신고배를 고른다. 배는 수분에선 제왕이지만 신맛이 미미해서 술로 만들면 자칫 밍밍해진다. 1.8리터 소주에 배 2킬로그램을 넣고 레몬을 조금 첨가해 만드는 게 좋다. 혹은 배를 잘게 갈아 발효시켜 배 와인으로 만들기도 한다.

– 살 때 나주에 가면 나주 배로 만든 술을 판다. 얼마 전까지는‘비노 콘 페라’는 이름의 배 와인도 판매했다. 기념품처럼 소량으로 파는 형식이라 아쉬웠던 터에 지난 8월, 배상면주가가 나주시와 손잡고 배술의 제조와 유통을 함께 하기로 했다. 곧 괜찮은 배주가 나올 것 같다.

 

석류 에스트로겐이 풍부해 ‘여성의 과일’이라고 부르는 석류라도, 술로 만들면 남자도 침 흘릴 명주가 된다. 석류는 제철인 가을이 지나가면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잘 익은 석류를 사서 술로 담근 뒤 겨우내 기다렸다가 와인잔에 부어 마시면 다른 술은 떠오르지도 않는다.

– 만들 때 잘 익은 석류로 술을 담가야 색이 선명하고 단맛과 향이 풍부해진다. 1킬로그램의 석류를 알맹이만 꺼내 1.8리터 소주에 담가야 눈으로 보기에도 깔끔하고 좋다. 3개월만 기다리면 된다.

– 살 때 세계에서 석류로 와인을 처음 만든 곳이 경북 의성이다. 의성 사과로 와인을 만들어오던 ‘애플리즈’회사에서 석류로도 와인을 시도해본 것. 석류주 80퍼센트에 사과주 20퍼센트를 ‘블렌딩’해 묘하게‘땡기는’술 ‘류몽’이 됐다. 파마pama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미국의 석류주도 있다. 석류 주스에 보드카와 데킬라를 섞은 것으로 칵테일에 많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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