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브랜드와 함께 간다

브랜드 없는 휴대전화는 살아남기 힘들다. 그게 패션이든 유명한 애칭이든 말이다. 갓 나온 ‘브랜드 모델’ 네 대를 테스트했다.

RATING ★★★☆☆FOR 다들 옷장에 아르마니수트 한두 벌쯤은 걸려있잖아요.AGAINST 왜이래요, 옷장에 후드주렁주렁 달린 옷만 있는사람들처럼.


애니콜 ‘조르지오 아르마니’



집안 자랑
간편하게 ‘아르마니’라고 부르고 싶지만, 이미 해외에는 ‘엠포리오 아르마니’라인까지 나와 있어 굳이 ‘풀네임’으로 불러야 정확하다. 삼성과 LG가 휴대전화에서 아르마니와 프라다로 맞서고 있다는 건 꽤 흥미롭다. 어느 쪽에 더 많은 호감을 느낄지는 나이나 성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한국에는 첫 출시되는 만큼, 집안을 몰라보는 사람이있을까 봐 전면에 큼지막하게 이름을 새겨 넣었다. 애니콜이나 삼성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수장의 나이를 기준으로 했는지,가문의 명예를 기준으로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얼굴 자랑
둥글둥글한 얼굴 테두리에 묵직한 금색을 칠했다. 진짜 금은 아니란 얘기다. 이목구비가 또렷해 보이는 효과는 있다. 뒤통수는 전부 금색이다. 슬라이드를 들어 올리면 전면보다 작은 글씨로 또 이름이 새겨져 있다. 아무래도 전화를 할 때 상대방에게는 뒤통수만 보인다는 걸 감안한 모양이다. 확실히, 멀리서 보면 귀에 작은 금괴를 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근 금 1돈의 가격은 18만원대다.
장기 자랑
부유한 집안끼리 만난 만큼 유일하게 ‘터치’와 버튼이 모두 있다. 그러니까, 슬라이드 방식인데 화면은 터치가 된다는 얘기다. 거기다 화면은 ‘에이엠 오엘이디 AM OLED’(이걸 제발 ‘아몰레드’라고 읽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다. 아르마니가 디자인에 참여했다는 UI도 자랑거리 중 하나다. 실제로 봤을 땐 앞 문장의 ‘참여’란 단어를 조언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려 ‘아르마니체’한글 폰트도 선택할 수 있다. 긍정적인듯 부정적인 놀라움에 머리가 혼란스러워진다.
성적 자랑
.1인치, 800X480, 5백만 화소. 넷 중에서는 총점으로 따졌을 때 2~3위 정도지만 휴대전화 전체로 보면 장학금은 충분히 탈 수 있다. 터치의 감도는 나쁘지 않고 해상도는 최상급이다. 그러나 차분한 분위기 때문에 화면에서 ‘첨단’이 주는 화려한 기운을 느끼긴 힘들다.
몸매 자랑
아무래도 슬라이드 방식인 만큼 제일 뚱뚱하다. 하지만 전체적인크기나 무게는 균형이 잡혀 있는 편이라 “풍채가 좋으시네요”(왠지존댓말을 써야 할 것 같다)라는 말을 해주면 딱 좋을 정도다.
재산 자랑
가격은 미정. 계속 협의 중이라 한다. 내장 메모리는 326MB.



RATING ★★★★☆FOR 마우스보다는 단축키가 편해요.AGAINST 이유는 모르겠지만 컴퓨터 상태가 이상해요.


애니콜 ‘옴니아2’



집안 자랑
한국에서 제일 광고를 많이 한 스마트폰 ‘옴니아’출신이다. ‘전지전능’이란 광고 문구로 스마트폰의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는 건 높이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어디 그런가? 스마트 폰이 전지전능하려면 사용자가 전지전능해야 하는 법이다. ‘스마트폰 = 전지전능’이란 공식은 성립될 수 없다. 아무튼 똑똑하기로는 소문난 집안 출신이다. 그래서 괜히 따져봤다. 반론을 기대해본다.
얼굴 자랑
마피아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애니콜의 최근 휴대전화들은 모두가 친척 같다. 아니면 형제 같거나. 옴니아2는 전작인 ‘옴니아’와 손담비가 광고하는 ‘아몰레드폰’이 결혼해서 낳은 아들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아래쪽에 굴곡이 생기긴 했다. 근데 도무지 이제 막 나온 아이같이 생기질 않았다. 휴대전화 판<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떠오른다. 표정은 어떻게보면 강인해 보이고 어떻게 보면 웃고 있는 이모티콘 같다.
장기 자랑
옴니아2의 정체성 자체가 장기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옴니아2는 스마트폰이다. 컴퓨터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더 많은 것을 할 수도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애니콜에서 나온 거의 모든 기능이 다 들어가 있다. 그런데 형인 옴니아보다 크게 달라진 건 없고, 재주의 가짓수가 더 많은 아이폰이 비행기 날짜만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 얼굴의 웃음이 괜히 더 부자연스럽게 보인다.
성적 자랑
3.7인치, 800X480, 5백만 화소. 거기다 역시 AM OLED를 채용했다. 잘 놀면서 성적도 1~2등을 다투는 반장 같다. 화면만 봤을 땐 부족한 점이 거의 없다. 어린 시절의 어두운 과거가 있는지는 모를일이지만.

몸매 자랑
몸집으로 보나 무게로 보나 건장하다. 싸움도 잘할 것 같다. 손이 크다면 문제가 없지만 작다면 자유자재로 다루긴 좀 힘들다.
재산 자랑
예상 가격은 90만원대(출고가 기준). 내장 메모리는 모델에 따라 2GB나 8GB다.



RATING ★★★☆☆FOR 최소한 지포 라이터정도는 쓰는 사람.AGAINST 사양을 제일먼저 보는 사람.


팬텍 스카이 ‘듀퐁’



집안 자랑
듀퐁, 그중에서도 듀퐁 라이터라니, 후발 주자의 참신한 발상이다. 브랜드 전체로 보면 아르마니와 프라다보다 이름이 주는 대중적인 힘이 떨어질지 몰라도, 라이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듀퐁 라이터라면 나이를 불문하고 눈을 반짝일 만하니까. 라이터와 마찬가지로 취향에 따라 은색과 금색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듀퐁의 로고가 새겨진 건 금색(도금이다)뿐이니 브랜드 로고가 어딘가에 붙어 있어야 속이 시원한 사람들은 유의해야 한다.
얼굴 자랑
깔끔하다. 취향에 따라 심심해 죽을 것 같은 외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상단의 홀드 커버를 열면 어딜 가나 눈에 띄는 외모로변한다. “쟨 뭐 저렇게 하고 나왔어”보다는 “음, 독특하네”쪽에 가까우니 안심이다. 외모는 곧 장기로 이어진다.
장기 자랑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장기다. 휴대전화 상단을 들어올리면 카메라가 나온다. 뭐가 대단하냐고 하겠지만 그 순간 듀퐁 라이터 특유의 ‘퐁’하는 소리가 난다. 물론 소형 디지털카메라의 ‘찰칵’처럼 녹음된 소리다. 그리고 내리면 역시 특유의 ‘착’하는 소리와 함께 닫힌다. 뭐랄까… 초조한 마음으로 뭔가 생각할 때 열었다 닫았다 하기에 참 좋은 기능이다. 실용성과는 낙동강과 두만강 사이의 거리가 있지만 ‘듀퐁폰’의 제일 큰 존재 이유다. 그래도 뚜껑을 열면 홀드를 풀 수 있고 뚜껑을 닫으면 카메라를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허무함은 조금 줄어든다.

성적 자랑
3인치, 400X240, 3백만 화소. 매끈한 외모와 달리 속은 평균이다. 속 빈 강정이라고 야유할 정도는 아니지만 좀 섭섭하다. 해상도만 한 단계 높아도 내가 뭐가 못났냐며 따질 수 있는 성적이긴 하다. 하지만 현실은 눈앞에 펼쳐진 상대적으로 흐릿한 화면뿐이다.
몸매 자랑
손에 딱 들어오는 적당한 몸이다. 그런데 몸무게가 너무 가볍다. 단점은 아니다. 그러나 듀퐁 라이터 하면 만족스러울 만큼만 묵직한 무게도 빼놓을 수 없지 않나? 이건 좀 허전하다.
재산 자랑
가격 미정. 인터넷 검색으로는 1백만원(출고가 기준)에 가까울거라는 예측이다. 이미 출시된 은색 보급형의 가격은69만원대였다. 내장 메모리는 143MB.


RATING ★★★★☆FOR 휴대전화는 이제 뭐가 나오든 다 지겨워.AGAINST 특이하게 생긴 건 싫어. 긴 건 더 싫어!


싸이언 ‘뉴 초콜릿’



집안 자랑
전작 ‘초콜릿’은 싸이언의 최대 히트 브랜드였다.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초콜릿을 애칭으로 한 접근법이나 이름과 어울리는 ‘시꺼먼’외모는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시간이 흘러 ‘공짜폰’ 중 하나가 되어도 이미지의 신선함은 남아 있었던 몇 안 되는 브랜드였다. ‘아레나’라는 브랜드로 잃어버린 시장을 다시 찾으려는 시도라면 제일 적절한 카드다. 뭐든 ‘신흥’이 무섭다.
얼굴 자랑
일단 길다. 국내 최대는 당연하고 해외에 있는 모든 휴대전화를 알지 못하더라도 화면의 길이만은 최대가 아닐까 예상할 수 있다. 전체길이는 13cm 정도인데 그중 대부분이 화면이다. 얼굴색은 형과 똑같이 검다. 처음엔 기괴한 비율 때문에 어색했다. ‘바Bar형터치폰’이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하니 적응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장기 자랑
화면비가 16:9도 아니고 21:9다. 휴대전화에서 압도적이란 표현을 쓰게 될지는 몰랐다. “휴대전화로 영화 보려고 하는데 뭘 사야할까요?”라고 묻는다면 고민도 없이 추천할 것이다. 그런 용도로 휴대전화를 사는 사람이 (아직은) 없다는 게 문제지만. 12월에 개봉하는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예고편을 재생했다. 잘리는것 없이 화면을 꽉 채웠다. 휴대전화로 본다는 생각 때문일까, 화질이 괜히 더 좋아 보였다. 그런데 DMB는 4:3 비율인데….
성적 자랑
4인치, 800X345, 8백만 화소. 화면 크기에선 독보적인 1등이다. 해상도가 좀 특이한데, 아마도 가로가 좁기 때문일 것이다. 멀티터치도 가능하긴 한데 아이팟 터치만큼 자유자재의 느낌엔 못미친다. 카메라는 휴대전화로서 과분한 화소다. 뒤에는 슈나이더의 렌즈가 들어갔다는 표시가 있다.
몸매 자랑
젊은데 키도 크고 말랐다. 어른들이 보면 “밥은 제대로 먹고다니냐”며 걱정할 만한 몸이다. 손으로 잡으면 위쪽으로 쑥튀어나온다. 역시 익숙하지 않은 모양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이크를 그만큼 입에 가깝게 댈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더 잘들리는지는 개통이 안 돼서 확인하지 못했다.
재산 자랑
가격은 80만원대 후반(출고가 기준). 내장 메모리는 통신사마다 80~100MB지만 4GB의 메모리 카드가 포함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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