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가 훤하다 | 지큐 코리아 (GQ Korea)

신수가 훤하다

2016-02-18T11:40:24+09:00 |ENTERTAINMENT|

추신수와의 대화에서 두 가지 단어의 정의가 나왔다. 균형 감각-모든걸 원하지만,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것. 긍정-항상 안 좋다고만 생각하면 안 좋은 거고, 안좋은것도 좋게 생각하면 좋은 것. 그는 즐겁다고 말했다. “태어났고 살아 있고, 모든 야구선수가 선망하는 곳에서 뛰고 있으니까.”

피크드 라펠 턱시도와 디키프런트 윙칼라 셔츠, 모두 에르메네질도 제냐. 벨벳 보타이는 톰 포드. 도트포켓치프는 클럽 모나코.

피크드 라펠 턱시도와 디키프런트 윙칼라 셔츠, 모두 에르메네질도 제냐. 벨벳 보타이는 톰 포드. 도트포켓치프는 클럽 모나코.

초크 스트라이프 스리피스수트와 블루 스트라이프셔츠,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실크 보타이는 에르메네질도제냐. 시계는 까르띠에 론즈.

초크 스트라이프 스리피스수트와 블루 스트라이프셔츠,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실크 보타이는 에르메네질도제냐. 시계는 까르띠에 론즈.

그는 야구공으로 할 수 있는 수십 가지‘포즈’를 선보였다. 그 순간은 촬영이라기보다는 그냥 추신수 같았다. 초크스트라이프 수트를 입은 4번 타자. 야구공을 먹는 시늉을 제안했다. 사과 먹듯이 해보라고도 했다. 그의 대답은 “아이고”였다. “방망이로 할까요?” 순간, 그는 아주 크게 웃었다. 고막이 다 흔들렸다.

 

타석에 들어섰을 때는 수싸움이나 투수의 공을 예측하는 그런 부분도 있을 텐데, 멍한 채로 어떻게 그렇게 잘한 것 같나?
아무런 생각이 없어서 그렇게 잘할 수 있었던 거 같다. 그냥 공보면서 친다는 생각만 했다. 너무 생각이 많으면 타석에서 힘들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빨리 빨리’하면서, 본능적으로 했다.

마치 거기 말고 다른 데 있는 사람 같은 표정이었다.
그렇게 잘했는데도, 진짜 웃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슬펐다.

 

평소에 책은 많이 읽나?
스님들이 쓰시는 마음 수련에 대한 글들을 좋아한다. 그런 책들을 한 번 씩 읽어보고 그런다.

마음 수련에 대한 글들에서는 어떤 영향을 받나?
바로 그렇게 되는 건 아니지만, 내게 어떤 어려움이 닥치면 이런 식으로 대처해야 되겠구나, 하는 지혜를 배운다. 읽은 대로 잘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항상 상기하면서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글도 꾸준히 쓰나?
따로 글을 쓰거나 그러진 않는다.

글 쓰는 것보다는 인터뷰가 편한가?
인터뷰가 편하다. 글 쓰는 거 정말 어렵다.

앞뒤 정리가 잘 되어있는 상황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인터뷰보다 글 쓰는 게 편할 거라고 생각했다.
항상 정리되고, 깨끗하고, 준비되어 있는 걸 좋아하는 건 맞지만, 글 쓰는 게 편한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뭐든지 계획을 세워놓고 일에 착수할 것 같다.
대부분 그렇다. 정해진 대로 계획 해놓은 대로 움직이는 그런 스타일이다.

당신의 기록을 야구 기자가 분석해놓은 걸 보니 슬로 스타터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세 번째 타석 이상 혹은 구원 투수를 상대할 때의 성적이 좋았다. 계획을 세운다는 점과 당신의 이런 기록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지 않을까?
단순히 기록이다. 그 부분은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언론에서 그런 식으로 날 분석해놓은 건 잘 보지 않는다.

물론 크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기록은 아니지만,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메이저리그 기록이 세분화되어 있지 않나?
세이버 매트리션 같은 사람들도 있고. 그런 기록은 신경도 안 쓰고안 본다. 한번 보면 그게 계속 생각난다. 예를 들어 내가 만루에서 약했다는 기록을 보면, 나는 그게 아닌데 괜히 아, 내가 약하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게 플레이 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안 좋은 기사는 잘 안 본다. 항상 좋은 거만 생각하고 좋은 거만 보려고 한다.

자신에 대해서 그렇다면, 상대 투수의 기록에 대해서도 그런가? 상대 투수에 대한 기록도 중요치 않느냐는 말이다.
아니다. 중요하다. 시합 전에 비디오도 보고 이 투수가 어떻게 던진다 하는 것도 보면서 대비한다.

투수의 약점과 구종에 대해 알고 있는 게 한 쪽이고, 순전히 감각에 의존해서 타격하는 게 한쪽이라면, 둘 중 어느 쪽의 비중이 더 큰가?
둘 다 똑같은 비중이 되는 것 같다. 그럼 기록은 자신에 대한 부분에서만 참고를 안 하고 다른 부분에 있어선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말인가? 어느 정도 투수를 분석하고 들어가면, 순간적으로 자기가 어떻게 해야 되겠다는 감이 생기는 거다. 뭐, 이런 걸 쳐야 되겠다, 라고.

20-20에 대해선 한국 사람들이 정확한 가치평가를 하는 것 같나?
정확한 가치 평가? 지난 시즌에 1백 안타 기록을 세웠을 때, 한국 언론이 호들갑 좀 떠니까 그 기록의가치평가에 대해 과장된 면이 있다는 식으로 스스로 말했다. 뭐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닌데,라는 식으로. 그래서 하는 질문이다‘. 아시아 최초!’하는 20-20에 대한 한국 언론의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뭐, 사실 20-20은 많은 선수가 내는 기록이다.

하지만 흔한 기록도 아니다.
기록을 세웠다는 것은 정말 좋다. 그런데 앞으로 선수생활 할 시간도 많고 하니까 앞으로 더 나은 기록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귀국한 지금은 모르겠지만, 시즌 중에 한국 사람들이 보였던 당신에 대한 관심은 다소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아니다. 너무 많이 관심 받고 있어서 피곤하다. 부담스럽고, 내년에 더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이 정도라고도 생각을 못한 건가?
이럴 줄은 몰랐다. 전혀 몰랐다.

한국 야구도 볼 거 아닌가.
일단 한국 야구가 올해 또 한 번의 전성기라 할 만한 시즌을 보냈다. 시간대가 달라서 볼 수 없다. 신문이나 인터넷으로 소식만 확인한다.

당연히, 롯데를 응원하나?
아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은 없다. 친구들이 있는 팀과 친구들이 잘됐으면 한다. 지금은 한국 야구의 인기가 괜찮아서 그렇지만, 한동안은 박찬호를 필두로 많은 선수가 외국행을 택하면서, 그들 때문에 한국 야구가 침체됐다고 하는, 원망 어린 시선이 있었다. 공항에서 박찬호에게 달걀을 던진다든지 하는 해프닝으로 나타났듯이 말이다. 외국행은 자기가 꿈이 있고 목표가 있다면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막는 거보다는. 평생 야구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전성기가 긴 것도 아니고. 그때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젊었을 때 꿈이 있고 목표가 있다면 도전해보라고 하고 싶다.

더블 브레스티드 수트는 Z제냐. 셔츠와 타이는 모두 에르메네질도 제냐.

더블 브레스티드 수트는 Z제냐. 셔츠와 타이는 모두 에르메네질도 제냐.

야구모자는 데쌍트.

야구모자는 데쌍트.

면 티셔츠는 데쌍트. 청바지는 게스.

면 티셔츠는 데쌍트. 청바지는 게스.

그런데 굉장히 어려운 일 아닌가. 한국에서 벌써 상당수가 메이저 리그에 갔지만 거기서 성공이라고 할 만한 성과를 낸 경우는 거의 없다.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무서워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는 정말 굳게 마음먹고 가는 게 낫지않을까?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간다면 가장 좋겠다.

마이너 리그에 5년이나 있었는데, 틀린 선택이 아닐까 싶어 외로웠을 것 같다.
한 3년, 4년정도가 외로웠다. 그 이후엔 아내를 만나서 괜찮았다. 제일 힘든 건 친구가 없다는 거였다.고민 있고 스트레스 받을 때, 내 말을 들어줄 친구가 없다는 거, 그게 힘들었다.

스스로 좀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말했는데, 어떻게 극복했나?
나는 누가 먼저 말을 걸어주지 않으면 말을 안 붙이는 스타일인데, 그게 미국 가면서바뀌었다. 언어가 다르다 보니 먼저 말을 안 걸면 절대 먼저 말하지 않는다. 상대방도 말은하고 싶은데 의사소통이 안 되니까 물어볼 것도 안 하게 되고 그런 거다. 그래서 내가 먼저시도를 안 하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 과정에서 성격이 많이 바뀐 것 같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한몫 했겠다.
점점 가정적인 사람으로 변하는 거 같다. 가족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더 챙기게 된다.

아이가 생기고, 또 빅 리그에서 뛰고, 이제는 외로울 일이 없는 건가?
외로운 걸 못 느낀다. 너무나 행복하다. 그런데 지금은 피곤하다.

정말 강행군인가 보다.
그러니까 말이다.

성공적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첫 해다. 마이너 리그 있을 때와 달라진 게 있나?
항상 배우는 입장으로, 처음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운동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올해 성적좋았다고 자만해선 안 된다.

타자로서 스스로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이를테면 당신은 호타준족이라는, 타자의 절대적인 장점을 갖추지 않았나.
모든 분야에서 팀을 도울 수 있는 선수? 굳이 치는 것만이아니라 뛰어서도 도울 수 있고, 던져서도 도울 수 있는 그런 선수라고 여긴다.

단순히 개인이 아니라 팀으로서의 개인이라는 건가?
자기 기록이 좋은 선수보다는, 팀이원하고 팀이 필요로 할 때 좋은 선수가 진짜 좋은 선수인 것 같다.

기술적인 쪽이든, 심리적인 쪽이든 타자 개인으로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건 뭔가?
모든 부분에서 부족한 거 같다. 모든 부분이 매년 조금씩 더 좋아져야 한다. 더 잘 치고 싶다,수비를 잘하고 싶다 등등의 딱 하나보다는 모든 걸 다 잘하는 사람이고 싶다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은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현명하다.
개인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게 팀을 위하는 방법은 아닌 것 같다.

삼진이 많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긍정적으로 보면 공격적인 스타일의 선수라는 거다.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뭐,거쳐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

정말 모든 걸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아까 얘기한 마음 수련하는 책 같은 거 읽으면서 내 자신을 컨트롤하는 거다. 항상 안좋다고만 생각하면 안 좋은 거고, 안 좋은 것도 좋게 생각하면 좋은 거고.

그런 기조 때문에 안 좋게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은 아예 관심을 끊거나? .
생각을 안 한다.

만능이 되고 싶어서 빠른 다리도 계발한 건가.
지금보다 더 빨라질 수는 없을 거다. 이제는 그걸 유지하는 데 신경 쓴다.

전준호 선수 같은 경우, 베이스 간 거리인 30미터 달리기만 연습한다는 인터뷰를 봤다. 당신은 어떤가?
그것도 골고루 해야 될 거 같다. 장거리를 뛰면서 생기는 근육은 또 따로있다. 단거리를 뛰면 순발력이 좋아질 거고, 장거리를 뛰면 지구력이 좋아질 거다.

당신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있다면 ‘균형감각’인 거 같다.
무슨 뜻인가?

모든 걸 원하지만,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으려는 거?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렇다. 항상중간에서 양쪽 사람들 이야기를 다 들어본다. 한 사람 말만 들으면 모른다. 사실 그렇게하기는 힘들지만, 그게 맞다고 생각해서 노력한다.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와도 고른 친분이 있겠다.
그렇다. 뭐든지 다 똑같다. 그중에 조금 더친한 친구는 있겠지만 서로 다 좋게 지내려고 한다.

모든 사람에게 잘해야 한다는 건 좀 피곤하지 않나?
난 한 번도 그런 걸 피곤하다고 느낀 적없다. 새로운 사람을 알고 그 사람이랑 친해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참 좋은 거 같다.

밤 경기 때, 당신이 경기 시작 7시간 전에 나온단 얘기도 피곤하게 들리긴 마찬가지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랬다. 준비가 되어 있는 걸 좋아하고, 급하게 하는 걸 싫어한다.

그래도 7시간은 너무 과하다.
팀 훈련이 있으니까 팀 훈련 빼면 3시간 전밖에 안 된다.

3시간 전에 뭘 하나?
아픈 데가 있으면 그 시간에 미리 치료도 받고 매일 해야 할 운동이있으니까 그런 것도 한다.

당신에게는 경기가 있고 경기를 준비하는 팀 훈련이 있고, 팀 훈련을 준비하는 개인 훈련이또 있는 셈이다.
그게 다 별개다. 10년 이상 그랬는데, 매일 해오던 걸 안 하면 찝찝하다.똑같이 하면 후회도 없고 자신감도 생긴다.

같은 팀에 있는 친구들이 너무 악착같다고 보지는 않던가?
아니.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지.

그렇게 악착같아서, 운동에 방해될까 봐 광고도 안 찍는다고 하던 당신이 드디어 광고를찍는다는 뉴스가 있었다.
그동안은 왜 그렇게 고사했나? 내가 원하지 않아서안찍은건아니었다. 광고 제의가 없었다.

그래도 아예 없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아예 없었다. 내가 광고를 거부한다는 식의 기사가있었던 걸로 아는데, 안 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

야구선수 추신수의 내년 목표는 뭔가?
홈런을 몇 개 치겠다, 타율을 3할 치겠다, 그런거보다는 올해보다 나은 내년, 그게 다다.

사실 그렇게 말하는 거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굳이 물어봤다. 곧 12월이고, 이 책도12월호니까 시기에 맞는 빤한 질문도 필요할 거 같아서.
그게 항상 나의 다음 해 목표다.

평생 야구만 할 것도 아니니까, 이렇게도 물어보고 싶다. 당신의 인간적인 목표는 뭔가?
항상 솔직할 것, 그리고 삶에서 제일 중요한 의리를 지킬 것.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다.같이 살고 있는 아내에게든 누구에게든 그들과의 의리가 가장 중요하다.

의리에는 애국심도 포함된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나라를 대표해서 가 있는거라고생각한다. 나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한국 사람의 일면이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에있을 때 보다 더 조심하게 된다.

한국 사회가 운동선수들에 대해 과도한 애국심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은 안해봤나?
아니. 누구한테 그런 걸 강요받은 적 없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한국에있을 땐 잘 몰랐는데 외국에 나오니까 그런 애국심이 더 생기는 거 같다.

외국에서는 한국의 뭐가 그립던가?
음식이 그립고, 친구들이 그립고, 한국의 문화가 그립다.

음식과 친구라면 어떻게 되겠는데, 문화라면 한국 땅을 떼서 그쪽으로 가져가지 않는 한 힘들겠다.
그런데 목표가 있으니까. 야구라는 목표가 있으니까. 그런 거는 충분히 감수해야할 부분인 것 같다. 지금까지, 그런 목표가 있어서 많이 참고 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어쨌든 즐겁나?
태어났고 살아 있고, 모든 야구선수가 선망하는 곳에서 뛰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