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신발

연말에 필요한 신발은 여러 가지다. 따뜻한 신발, 깔끔한 신발, 화려한 신발, 포근한 신발. 누가 뭐래도 가장 소중한 건 착한 신발이다.

마음씨 고운 이 신발의 이름은 ‘올림피아’로, 2004년에 처음출시됐다. 밀라노의 거리에선, 나이키운동화만큼 찾기 쉬운 신발이다.

연말엔 훈훈한 소식이 편의점 초콜릿만큼 차고 넘친다. 따뜻함이 넘치니 어떨 땐 기특한 소식에도 무덤덤해진다. 가령 마르니가 어린이의 그림을 프린트한 티셔츠를 만들어 불우한 아이들을 돕는다는 소식, 지미 추가 수익금의25퍼센트를 엘튼 존 에이즈 재단에 기부한다는 소식. 모두 고마운 얘기지만, 구체적인 그림이 잘 안그려진다. 막연한 ‘좋은 일’일 뿐, 그 사랑의 수혜자들이 불투명하다. 홍콩에서 만난 호간의 브랜드 매니저 니콜라 조지는 달랐다. 그는 하얀 신발을 들고서 더 하얗게 웃었다. “특별히 제작한 한정판인데, 수익금 전액을 자선 단체에 기부할거예요. 가격은 3천3백 홍콩 달러인데, 딱 에이즈감염으로 고통받는 중국인 아이 한 명의 9년 교육비예요. 신발 하나를 사면 한 아이의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의 학비를 책임지는 셈이죠.” 갑자기 밋밋한 그 신발이 달라 보였다. 신발에는 화끈한 배포만큼 호탕한 그래피티가 쾅 박혀 있다. 한 짝에는‘호간’을, 한 짝에는‘홍콩’을 그렸다. 우선, 호간에서 계획한 후원은 어린이 88명이다. 그래서 신발도 88켤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