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술집

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이른 겨울의 그 술집.




Question


1 당신의 아지트가 된 술집의 이름은 무엇이죠?
2 이 술집엔 언제, 누구와, 어떤 이유로 처음 왔나요?
3 이 술집을 자꾸 찾게 되는 특별한 이유는 뭘까요?
4 여기서 만난 세상 최고의 술을 소개해주세요.
5 그 술과 관련된 남다른 기억이 있겠죠?
6 그 술을 누구와 언제 마시면 제일 좋을까요?
7 오늘 당신이 주문한 술과 안주는 무엇인가요?
8 지금 이곳에 사람들을 초대한다면, 누가 좋을까요? 이 자리에 초대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부른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9 처음 술을 경험한 게 언제였어요?
10 드라마 혹은 영화에서인상적이었던술집이있었나요?
11 ‘다시는술을마시지않으리라’고결심한적이있나요?
12 술자리에서 만난 최악의 남자 혹은 여자는 누구였나요?
13 올바른‘주도(酒道)’란 뭘까요?
14 2009년 12월 31일, 당신은 여기 이 술집에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어디에서 누구와 무얼 하고 있을까요?

안준상 29세, 프로듀서
1 이태원‘문타로’.
2 친한 형이 2006년에 처음 데려와서 이런저런 사업 구상을 했던 것 같다.
3 집으로 가는 길에 ‘맛있는 포장마차’같은 이곳에서 간단히 한잔 하는 게 버릇이 됐다. 몇 번 안 왔는데도 나를 기억하는 친근한 사장님도 좋았다.
4 아무리 싼 술도 마시는 순간에는 가장 맛있는술이될수있다. 보통 기본 사케인 백만냥을 시켜 마시는데, 그땐 그게 최고의 술이다.
5 미치도록 추운 날, 백만냥을 도쿠리에 담아 데워 마셨을 때. 뜨끈한 해물탕면과 사케를 마시는 순간, 술이 맛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
6 오랜만에 보는 친구나 오래 사귄 애인. 잘 보여야 한다는 부담 없이, 낡은 추억을 되새기면 좋겠다.
7 백만냥과 대상 해물탕면. 지금 뉴욕에서 살고 있는데, 술을 마시면서도 술이 깨는 느낌이라, 술술 들어간다.
8 뉴욕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알게 된 미국인 친구. 한국으로 초대해서 내가 즐겨 먹는 음식을 소개한다.
9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 축제가 끝나고 친구 둘과 동네 호프집에서 소주와 맥주를 마셨다. 다들 첫 경험이라 골목에서 서로의 등을 두들겨줬다.
10 <여인의 향기>에서 프랭크는 찰리에게 호텔 방의 미니 바를‘존 다니엘’로 채우라고 시킨다. 찰리가‘잭 다니엘’이 아니냐고 묻자, 프랭크가‘잭’을 오랫동안 알게 되면 다른 이름으로 부르게 된다고 대답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11 아침에 일어났는데, 휴대전화에 기억에 없는 통화 기록이 있을때.
12 주량 이상의 술을 마시고 평소와는 다른 인격을 보이는 사람들. 나 역시 누군가에겐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다.
14 같이 일하는 팀원과 뉴욕의 간판도 없는 술집에 있을 거다. 아이디어를 논하고 옆 자리 숙녀에게 말도 건다. 한국의 여자친구에게 전화로 신년 인사를 전한다.



신동엽 39세, 방송인
1 ‘미피아체’. 좋은 술을 맛있는 음식과 즐길 수 있는 이탤리언 레스토랑.
2 5, 6년 전 친구가 결혼식 피로연을 열었다.
3 첫째도 맛, 둘째도 맛, 셋째도 맛.‘어떤 곳과 비교해도 독보적으로 맛있다’는 게 내 생각인데, 음식에 까다로운 사람도, 요리에 무관심한 사람도 미피아체에 호감을 갖고 있더라.
4 20세기 최고의 와인으로 꼽히는 82년산 라투르. 와인 마니아 선배가 어느 날 모임에 82년산 라투르를 가져왔다. 인생 최고의 호사를 경험한 날이었다.
6 그 와인의 진가를 아는 사람들. 와인에 관심이 없는 아내는 아닐 거다. 좋은 술이 생기면 언제라도 나눠 마시는 친구, 선배들과 공유하겠다.
7 로버트 몬다비 멀롯 2005년산. 와인을 어느 정도 좋아하는 사람, 처음 마시는 사람 모두 맛있게 마실 술이다.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 평소에도 자주 마신다. 안주는 그날 가장 신선한 계절 재료로 만드는‘오늘의 3가지 모둠 애피타이저’. 오늘은 달팽이그라탱과 농어카르파치오와 굴튀김이다. 술을 마실 땐, 코스별로 주문하지 않고 이것저것 주문해서 나눠 먹길 좋아한다.
8 사진가 김종민과 살롱 드 무사이 대표 김창균. 언제라도 와인을 나누는 술친구다.
9 중학교 때. 고등학생 선배가 뚜껑에 잔이 달린 캡틴큐를 하사했다.
11 쟁반노래방 진행 시절, 녹화 당일 새벽까지 심하게 과음한 적이 있다. 정오에 촬영을 시작했는데 신나게 찍다 보니 귀와 목이 울긋불긋해서 도저히 촬영이 불가능했다. 출연 팀에 양해를 구하고 한 시간을 쉬었는데 그때 이효리가 넙죽 감사 인사를 했다. 나 못지않게 과음을 했다는 거였다. 그날 이후론 일에 지장을 주는 음주는 피한다.
12 남들 다 취한 술자리에서 술은 안 마시고 맨 정신으로술판을끝까지주시하던그사람.
13 ‘차라리 울어라’. 술에 취해 한 얘기를 하고 또 하지 말고.
14 오늘 만난 친구들과 부부 동반으로 카운트 다운을 외칠 거다. 미피아체가 아니면, 친구들 중 한명의 집일거다.



김호영 30세, 아티스트
1 압구정동‘애비 로드’. 22007년 5월 27일, 오늘도 같이 온 권철화와. 이른 더위를 씻어줄 맥주가 마시고 싶어서.
3 첫 느낌이 너무 좋았다. 대로변이 아닌 골목 한쪽에 있어서 조용하고‘덜’압구정 같은 느낌이었다. 시종일관 변하는 압구정의 다른 술집과는 달리, 항상 여전해서 자주 찾는다.
4 기네스 흑맥주.
5 더운날, 맥주가 마시고 싶었지만, 톡 쏘는 건 아니다 싶었다. 그때 이걸 고른 건 지금도 뿌듯한 일이다. 깊이 있는 맛과 부드러운 목 넘김의 조화가 훌륭했다. 비단을 삼키면 이런 기분일까?
6 술자리는 편해야 제 맛이다. 웃고 떠들면서 깊은 속내도 꺼내놓을 수 있는 친구.
7 기네스 흑맥주와 야채 전병 닭 가슴살. 맥주와 같이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딱 적당하다.
8 배우를 준비하는 동생인데, 예술적 감성이 뛰어나 오히려 내게 영감을 준다. 나보다 다섯 살이나 어리지만,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 같은 동생이다.
9 어머니는 술을 못 드시는 아버지를 제쳐두고 중학생인 나와 대작을 하셨다.
10 <도박묵시록 카이지>라는 만화에서 주인공이 하루 일당을 며칠 동안 쓰지 않고 모아서 맥주를 사먹는 장면이 나온다. 그 맥주가 너무 맛있어 보여서, 바로 편의점으로 달려가서 맥주를 마신 적이 있다.
11 전날 밤에 마신 술 때문에 다음 날 저녁까지 머리가 깨질 것 같을 때.
12 싫다는 여자에게 추근대는 남자. 가라고 해도 끝까지 치근덕거리는 남자.
13 즐거울 줄 아는 것. 자신뿐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까지도.
14 아니다. 1년의 마지막 날엔 보고 싶은 얼굴을 한 번씩은 다 봐야 하니까, 드넓은 클럽으로 가야지.



정이찬 31세, 아티스트
1 신사동‘쿠바’.
2 집에 갈 때마다 항상 눈에 들어온 곳이다.‘쿠바Cubar’라는 이름과 평소에 관심 있던 빈티지 소품과 실내장식이 마음에 들었다.
4 처음엔 쿠바만의 독특한 모히토가 좋았다. 지금은 캐나다 맥주 앨리캣이 제일 좋다. 국내에서는 쿠바에서만 앨리캣 생맥주를 마실 수 있다.
5 특별한 술이 있다는 정보를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 국내에서 기네스 맥주가 생소하던 시절, 난 기네스를 맥주계의 카푸치노라고 소개했다. 이젠 앨리켓을 맥주계의 라테라고 소개한다.
7 바로 그 술 앨리캣. 안주는 비어 치킨. 맥주 캔 위에 구운 닭을 끼워 넣어 맥주의 향이 닭에 배게 하는 음식이다. 모양새가 흉측하고 우스꽝스럽긴 해도 흔한 닭 요리와는 확실히 구별된다. 함께 곁들이는 양파볶음도 맛있고.
9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 때. 김삿갓이라는 소주를 친구들과 한 병씩 마셨다. 몰래 먹느라 안주도 없었다. 다 마시고 나니 몸이 아메바처럼 흐물거리고, 넘어졌는데도 아프지 않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친구들끼리 일부러 넘어지고 부딪치면서 밤새 놀았던 기억이 난다.
12 평소엔 요조숙녀, 술만 마시면 주정추녀. 처음 본 사람에게는 지적질, 자주 본 사람에게는 욕질하던 그녀.
13 정음精飮하는 것. 마실 때도 깨끗이, 헤어질 때도 깨끗이.
14 바람이 있다면 호수에서 애인과 함께 오페라 하우스 공연을 기다리며 따뜻한 여름 날씨에 시원한 맥주를 한잔 하는 것.



김환 30세, 아나운서
1 홍대‘에스원 필립’.
2 2년 전 방송국 선배들과 왔다. 술을 많이 마시기보단 자유를 느끼며 마실 수 있는 곳이라며 소개해줬다.
3 같이 방송했던‘필립’이라는 프랑스인 형이 운영하는 바라서 그런지, 파리 한복판에서 술을 마시는 기분이 든다. 다른 국적의 사람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고, 전혀 모르는 사람과 술잔을 기울이는 짜릿함도 느낄 수 있다. 가끔 손님이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하면, 거대한‘옥상 노래방’이 된다.
4 아사히 맥주. 고된 하루를 마치고, 입자가 고운 아이스크림 같은 거품을 한 번에 털어 넘길 때의 쾌감이란.
5 아사히 맥주가 너무 좋아 일본 공장까지 찾아갔는데, 난생 처음 놀이 공원에서 바이킹을 탈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6 내가 맡은 프로그램 시청률이 최고를 기록했을 때, 온 스태프를 다 끌고 와서 마신다.
7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밀러 생맥주. 그리고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는 기본 땅콩. 사실 라면볶음을 시켜놓고 기다리는 중이다. 맥주와 라면은 이상한 조합일지 모르지만,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맛이 일품이다.
8 세상이 참 각박하다고 느끼는 친구들. 주인이든 손님이든 친구가 되는 분위기라서 일탈하기에 좋은 장소니까.
9 수능시험이 끝나고 나서. 친구들과 새벽까지 농구를 하곤, 우리도 폼 나게 맥주로 갈증을 해소해보자는 말에.
11 술이 잘 받는 체질이 아니라서, 조금만 마셔도 일명‘케첩’이 된다. 그 상태로 지나가던 초등학생들과 사진을 찍었는데, 인터넷에 그 사진이 돌아다녔을 때.
12 다른 사람 말은 듣지 않고, 위선적으로 자기 말만 하는 사람.
13 각자의 주량껏 마시면서 서로의 진심을 알아주고, 힘들고 지친 일이 있다면 위로가 되는 자리.
14 글쎄, 그날 녹화가 없는 날이던가?



유승완 35세, ‘메트라이프’직원
1 잠원 한강 시민공원에 위치한 바‘디아’.
2 작년 초여름 아내와 결혼 기념일에. 1년에 1백 번 소개팅하는 친구가 마음에 드는 여자와 와인을 마시러 가는 곳이라면서 적극 추천했다.
3 디아의 투명한 와인잔 같은 유리벽 건물은 한강의 야경을 온전히 보여주고, 테라스에선 기분 좋은 신선한 바람을 쐴 수 있다.
4 멈 꼬르동 루즈 샴페인.
6 사업적 성공이나 인생에 중요한 일을 한 친구에게 축배의 잔을 드는 자리.
7 멈 꼬르동 루즈 샴페인. 베이컨과 와인에 조린 닭고기 요리‘꼬끼뱅’그리고 카프레제 샐러드.
8 프라디아 대표 이국보. 늘 바쁘게 사는 형이라 한가롭게 술 한잔 나눌 시간을 못 가졌다.“형님, 우리도 다음엔 폼 잡고 느긋하게 한잔 합시다”했던 약속을 지킬 절호의 기회다.
9 고등학교 때. 동네 실내포장마차에서 친구와 둘이 소주를 진탕 마시고 취해서 집까지 한 시간을 걷다 아파트 단지 안 인도에서 잠이 들었다. 마침 순찰 돌던 경비 아저씨가 발견해서 집까지 업어다 주셨다.
10 영화 <황혼에서 새벽까지>에서 뱀파이어가 득실대던 그 술집.
11 술을 마시다 보면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겠지만, 나는 그 결심을 자꾸 반복하는 사람이다. 장이 약한 편이라 술 마신 다음 날은 아랫배에 형언할 수 없는 통증이 이만저만 아니다. 30분 간격으로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그날은 ‘문고리 잡는 날’이다.
12 기분 좋게 마시고 집엘 들어가는 걸 용납 못하고, 술잔만 들면 귀가를 거부하는‘진상’파. 누구든 붙들고 아침 해를 봐야 하는 이런 사람이 내 주위에도 몇 명 있다.
13 술은 뭔가를 축하하고, 즐거운 기분으로,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자리에 어울린다. 괴로운 마음을 없애려고 술의 힘을 빌리는 건 별로다. 주도란, 어떻게 해야 한다보다는‘웃고 적당히 떠들썩한’것이 아닐까.
14 연말연시는 가족들과 집에서 보내는 게 전통이 됐다. 올해도 그럴 계획이다. 그런 날 집 나가면 고생만 한다.



장민영 39세, 매그앤매그 디자인 디렉터
1 신사동 가로수길‘풍월’.
2 지난여름, 지인들과 느닷없이 만든 술자리를 찾아 헤매다 발견한 장소다.
3 편한 술자리, 맛있고 다양한 안주, 소란스럽지 않은 분위기가 좋다.
4 참나무 잔에 마시는 향긋하고 부드러운 사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해만 지면 생각난다.
5 특별히 술에 대한 고집은 없다. 친구들과 만나도 대부분 내가 술을 정하기보다 그들의 의견을 따른다. 이 사케도 풍월 주인이 권해서 먹기 시작했다. 술에 대해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추천한 술이기에 믿고 마셨다. 이것말고도 여러 가지를 추천해줬지만,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6 무엇보다 마음과 대화가 가장 잘 통하는 친구들 혹은 애인과 단둘이 마시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술이다.
7 히라유키 줌마에 사케. 제철에 만나는 굴튀김과 즉석에서 끓여 먹는 해물 나베. 12월, 지금 제일 맛있는 안주다.
8 같은 직업을 가진, 그러나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인 정욱준과 송자인. 그리고 술 한 모금 안 마셔도 분위기 띄우는 데 최고인 귀여운 동생 바다. 그들과 함께하면 쓴 술도 달게 느껴진다.
9 대학교 1학년 때. 다른 남자들에 비해 술을 늦게 배웠다.
11 아직은 없다. 무턱대고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이다.
12 술 좀 드시면 우선 훈계부터 하시는 어르신들. 여행과 술은 역시 편한 사람과 함께인 게 제일이다.
13 ‘술자리’란 나 혼자만 있는게 아니다. 함께 있는 사람이 누구든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것,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 분위기를 흐트리지 않는 것.
14 지금 대답하기 힘들다. 나도 내 마음이 어디에 머무를지 알 수 없다.



강규현 28세, 은행원
1 신사동 ‘방추’.
2 대학생 시절, 아버지께 처음 술을 배우기 위해.
3 1년이 멀다 하고 간판이 바뀌는 다른 곳에 비해 25년째 변함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방추가 집처럼 편하다. 일본인인 줄 알았던 주인 아저씨가 토종 한국인이었다는 반전, 여전히 같은 맛, 가끔 주는 그러나 아무나 주지 않는 방추의 서비스 안주, 계절마다 바뀌는 메뉴가 그 이유다. 나뿐만 아니라 부모님, 심지어 미취학 아동인 조카도 아주 좋아한다.
4 오미자술. 주인 아저씨 친형이 경북 예천에서 직접 재배한 오미자로 담근 술이다. 향으로 코가 즐겁고, 맛으로 입 안이 행복해진다. 작년엔 아차 하는 사이에 금세 동이 나서 못 마셨더니 그 아쉬움이 더 크다.
6 요즘 들어 체력이 약해지신 아버지. 언젠간 어른이 될 조카. 미래의 아들.
7 알이꽉찬 시사모를 먼저 골랐더니 아사히 맥주가 떠올랐다. 덤으로 따라오는 건 메추리알과 연두부. 오늘은 특별히 옥수수 구이와 물 좋은 석화와 멍게가 서비스 안주로 나왔다.
8 <GQ>의 애독자인 누나. <GQ>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단다.
10 영화 <코요테 어글리>의 코요테 어글리. 그렇게 멋진 누나들이 항상 있는 곳이라면 매일도 갈 수 있다.
11 성가대 활동을 할 정도로 한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앙심으로 가득 찼을 때가 있었다.
12 맥주잔 위에 젓가락을 놓고, 그 위에 소주잔을 올린 후, 머리로 테이블을 내리쳐, 소주잔을 맥주잔에 떨어뜨리는 폭탄주를 만들라고 한 상사. 아직도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었다.
14 그날, 개인적으로 아주 중요한 시험을 치른다. 평소대로라면 만화책 한 질을 빌려서 쉬겠지만, 날이 날이니만큼 지금부터 진지하게 생각해봐야겠다. 갑자기 가수 별의‘12월 32일’이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심한가 보다.



허주원 24세, KAIST 경영공학과 학생
1 압구정동‘무이무이’2층 테라스 포차.
2 올해 초, 군에서 휴가 나온 친구가 마음에 드는 여자 직원을 봤다면서“또 휴가 나가면 무이무이엘 가겠다”며 노랠 불렀다. 결국 3월에 그 친구한테 끌려 왔다.
3 늦은 밤 탁 트인 테라스에서 술을 마시면, 세상은 만사 형통.
4 맥주나 사케, 소주도 마시지만 그때마다 빠지지 않는 술은 자몽 보드카토닉이다. 자몽즙과 보드카, 토닉워터, 시럽이 각각 병에 담겨 나오는데 취향에 맞게 섞어 마신다. 메뉴에 적힌 대로 D.I.Y. 칵테일인 셈이다.
6 적당히 배도 부르고 다음 날 일정 때문에 취하기는 부담스러울 때. 향이 좋은 술이라 이성과 마시면 더 좋겠지만, 지금까진 남자들과만 마셨다. 오늘도 남자 셋이 올 거다.
7 D.I.Y. 칵테일 자몽 보드카토닉과 마리네이드한 연어샐러드.
8 술은 잘하지 못하지만 시시콜콜한 얘기부터 고민까지 털어놓는 친한 누나가 있다. 무이무이까지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회사를 다니니까 바로 오지 않을까.
9 고등학교 2학년 제주도 수학여행에서 마신 제주도 소주‘한라산’. 석 잔쯤 마시고 그대로 뒤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때보다 술은 늘었는데, 잠드는 술버릇은 그대로다.
10 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에서 알렉스가 운영하는 클럽 같은 바.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모르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편하게 술 마실 수 있는 장소였다.
11 취할 정도로 마시진 않기 때문에 그런 결심을 한 적은 아직 없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친구가 취한 채로 잠들었다가 여학생 방을 화장실인 줄 알고 들어가서 일을 본 사건이 있었다. 그 후로 1년 정도 금주를 하더라.
14 서울 전체가 시끄러운 그날엔 크고 오픈된 술집 말고 조용한 곳에 있고 싶다. 홍대 근처의‘낙타’라는 작은 인도식 바에 있을 거다.



황순찬 32세, 금속공예가
1 이태원 ‘블리스’.
2 여러 번 이곳을 지나갔다. 밖에서 보니 어두운 실내 분위가와 쿵쿵거리는 음악 소리가 좋았다. 언젠가 꼭 가겠다고 생각하다 친구와 함께 오게 됐다. 예상했던 바지만, 딱 내 스타일이었다. 길을 든 지 두 달 됐지만, 그동안 열 번 이상 왔다.
3 해가 질 때를 기다렸다. 해가 지면 같이 어두워지는 실내. 무엇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라운지와 일렉트로닉과 하우스 음악이 있어서 좋다. 술이야 당연한 거고.
4 칵테일 모히토.
5 2007년 프랑스, 어느 파티에서 처음 마셨다. 어두운 데서 봐서 그런지 꼭 흙탕물에 물풀이 둥둥 떠 있는 것 같아 처음엔 손이 안 갔다. 블리스 모히토처럼 멋을 잔뜩 부린 모히토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날 모히토만 열 잔 이상을 마셨다. 첫째는 보기완 다르게 아주 시원하고 새콤한 맛, 둘째는 무제한 공짜가 그 이유였다.
7 디제이이자 ‘블리스;의 주인이 적극 추천한 라임이 들어간 진짜 모히토, 그리고 튼실한 킹크랩 살로 가득 채워진 크리스피 킹크랩 롤.
8 루카스, 걸, 미니. 모두 음악과 술과 특히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고 불투명한 나의 미래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보물 같은 친구들이다.
9 재수생 시절 일명 ‘백일주’.
10 영화 <It’s All Gone Pete Tong> 속 레이브 피티의 천국인 스페인 이비자 섬 어느 클럽. 아무리 영화라도 그렇게 신들린 듯한 디제이는 처음 봤다. 디제이 프랭키 와일드가 들려주는 신들린 듯한 음악을 직접 들어보고 싶다.
11 소주 5병에 나의 정신을 흘려보낸 날. 그날 운전면허증도 같이 흘려보냈다.
12 바로 나.
13 주제파악. 마실 수 있는 만큼만 마시는 것.
14 서울에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