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울지 않는다

조금도 꾸미지 않은 진짜여야만 한다. 바위처럼 산맥처럼 저 멀리 태양과도 같이. 곧 정규 앨범을 발표하는 태양은 멈추어 서서 울지 않는다. 서성이지도 머뭇거리지도 않는다. 그의 무대가 저 홀로 커다란 까닭이다.

의상 협찬 / 굵은 실로 짠 머플러는 앤 드뮐미스터
의상 협찬 / 굵은 실로 짠 머플러는 앤 드뮐미스터

뭐 좀 마시지 않겠나? 맥주 같은 거. 술은 좀….

겨울 좋아하나? 오늘 같은 날씨. 겨울은 일단 옷을 많이 입으니까 좋다. 그리고 좋아하는 노래가 대개 겨울과 잘 어울려서 그런지, 좀 따뜻한 느낌들이랄까? 이렇게 착 가라앉는 미디엄 템포 노래들. 요즘엔 카리나의 ‘Slow Motion’이란 노랠 많이 듣고 있다. 그리고 마이클 잭슨 예전 노래도.

1년 전에 ‘Men of the Year’ 인터뷰하고 헤어질 때, 더 많은 유혹을 경험한 후에 다시 만나자고 했던 것 기억하나? 하하. 나름대로 2009년에는 유혹이라면 유혹일 수도 있는 그런 많은 경험을 하고 싶었는데, 사실 경험을 통해 뭔가를 배우고 얻을 겨를은 없었다.

대체 뭘 하고 지냈기에? 진짜로 반년 넘게 테디형과 스튜디오에만 있었다. 딱히 음반 작업이아니더라도 형이 음악 만드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뭔가 배우고 싶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함께 음악 듣고 매일매일 그렇게 지냈다. 일단 정규 앨범을 멋있게 만들고 싶은 생각이 가장 컸다. 같이 좋은 걸 만들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남달랐고, 좋은 음악을 같이 찾아 들었을 때의 행복이랄지, 마냥 좋았다.

좋기만 했나? ‘나만 바라봐’만들 때와는 꽤나 달랐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정규 앨범이라는 걱정,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는 부담, 말도 못하게 높은 기대치들…. 진짜 심했다. 이제는 그래도 좀 털어버리긴 했지만, 첫 번째 싱글 나오기 전까지는 거의 고민뿐이었다. 사실 지난 10월쯤 이 인터뷰를 하려다 부득이하게 취소했던 이유도, 그땐 고민만 있고 뭔가 제대로 할 말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마 어떤 질문에도 신중하고 옳은 대답을 못했을 거다.

그런 무모하리만치 결벽한 마음이라니. 자, 첫 정규 앨범에서 당신은 뭘 하고 싶었나? 지금 스물두 살인 내게 가장 어울리는, 나다운 음악을 하고 싶었다. 가장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그런 음악. 그리고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걸 생각했다. 정말 어디 가서도 절대 꿀리지 않는 걸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전달하는 방식은 좀 의아했다. 기껏 싱글을 먼저 발표해놓고는 이건 사실 타이틀곡은 아니야, 보너스야, 이 노래로는 활동 안 해, 이런 식이었다. 듣는 입장에선 한 마디로 “엥?” 이었달까? 그랬다. 무슨 말인지 안다. 그냥 솔직히 말하겠다. 나도 이런 방식이 썩 내키지는 않는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싱글을 발표하고 정규 앨범 나올 때까지 정말 활발하게 활동할 생각이었는데, 다른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내 일뿐만 아니라.

빅뱅의 일본 활동이며 등등을 말하는 건가? 혹자는‘아르바이트’라는 표현도 쓰던데. 그런 일들도 어쨌든 내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니까. 아니, 하고 싶은 것만 죽어라 해도 모자를 판 아닌가?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뭔가 확실히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강했지만….

그런데 ‘Where U at’과 ‘웨딩드레스’ 두 곡이 이어지는 맥락이 어떤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보다는, 그저‘간 보기’같았달까? 처음부터 너무 아쉬운 얘기만 해서 불편한가? 아니다. 나도 아쉬운 걸 뭐.

이쯤 되면 정규 앨범에 관한 결정적인 힌트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된 이상 진짜 좋은 앨범을 선보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싱글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지난 미니앨범보다는 업그레이드된 느낌이 강하다. 어떤 틀을 확실히 깨는 형태가 될 것이다.

깬다고? 스스로를 깨면서 나가고 싶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제까지 선보였던 음악적인 공기나 형식을 깬다는 게 아니라 여태까지 내가 계획하고 그릴 수 있었던 그림보다 좀 더 큰 그림이 될 거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그래서 대체 언제 나온단 말인가? 내년 초라고 생각은 하는데, 사실 내년 초에도 할 일이 좀 많아서…

기획사와 생각이 좀 동떨어진 거 아닌가? 모르겠다. 나도. 하하. 죽겠다. 내가 워낙 생각이 많은 애라는 걸 회사 쪽에서도 알기 때문에 내가 뭔가를 하려고 하면 회사도 함께 생각이 많아지는, 그런 부분이 있다.

이런 복잡한 일들을 그저 혼란이 아니라 당신의 성장을 위한 것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나 역시 그러길 바라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당신은 어떤 남자가 된 것 같나? 사춘기를 한번 더 겪은것 같다. 모든일에 갈등이 많았다.

어떻게 풀었나? 딱히 어떻게 풀었다기보다 저절로 풀렸던 거 같다. 좋은 음악을 생각하고, 또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만이 불만을 사라지게 했달까? 내 안에 뭔가 안 좋은 것들이 쌓여도 결국 그걸 해결하는 방향은 음악을 통해서 가능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노력을 가늠하기에 ‘Where U at’과 ‘웨딩드레스’는 고개를 끄덕일 만한 결과였다. 하지만 ‘나만 바라봐’에 비하면 다소 콘셉트 쪽으로만 집중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 당신이 보여줬던 생생한 것에 비해 뭔가 너무 많이 첨가되어 있다는 생각도 들고, 반대로 뭔가 부족하단 생각도 든다. 너무 음악을 음악 자체로만 파고들어 고민한 결과 같달까? 무슨 얘긴지 알 것 같다. 이런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런가 하면 홍보는 겉돌았다. ‘여자 친구’라는 문제만 해도 그렇다. “한 번도 여자 친구를 사귀어보지 못한 소년 태양의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는 노래” 같은 보도자료는 너무 유치하지 않나? 내 말이 그 말이다.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여자도 사귀고, 노래도 부르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어설프게 뮤직비디오에서 연기만 할 게 아니라. 맞다. 지금 당장이라도 내 마음에 드는 여자 분이 있다면 그저 덧없이 사랑하고 싶을 뿐이다.

지금, 여자 분이랬나? 덧없이? 정말이다. 내 진심이다. 그런 식으로 자꾸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것에 굉장히 불만이 많다. 어떤 박스 안에 나를 넣어두고 그것만 보여주려고 하는 느낌이 너무 싫다.

당신에게 아주 중요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 과도기이자 너무너무 필요한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하는 시기일 수도 있으니까. 사실, 앨범만큼은 자신 있다. 이를 악물고 오래 준비했다. 음악적인 부분은 그렇게 전혀 걱정이 없는데, 외적인 것들이 걱정이다. 시기를 제대로 못 잡고 있는 게 가장 걱정이고.

걱정이 많은 당신이란 건 알지만, 너무 걱정만 할 건 아니다. 1백 년 동안 용을 써도 단 한 번의 기회도 없는 이에 비하면 당신은 얼마나 행운인가? 맞다. 그걸 잊지 않아야겠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에 지금 이곳의 상황은 어떻다고 판단하나?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보지 못하는데, 뜬금없이 [강심장]에 출연한다는 뉴스를 보자, 조용필 노래 가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왜 한숨이 나는 걸까~” 힘든 부분이 많다. 공연 문화든 음악 프로그램이든 뭔가 확실한 시스템이 아니다. 공연만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 그냥 일주일에 한 번 관행처럼 나가는 음악 프로 정도가 있을 뿐이니까.

가수가, 좋은 음악을 좋은 무대로 선보이는 것만으로는 뭔가를 얻기가 어려운 시대다. 완벽을 추구하는 당신이기에 좀 더 외롭진 않을까? 그럼에도 동기부여가 되는 건, 내가 같이 살고 있는 동시대에 다른 훌륭한 가수가 많다는 사실이다. 마이클 잭슨을 보면 정말 내 자신이 너무 작아 보인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올해 순간순간 이유도 모른 채 슬프고 그러면서 동시에 마음이 벅찼던 이유가 그거였다. 그 사람이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았구나, 내가 그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었구나. 이제 만날 순 없지만 여전히 그의 음악을 듣고 그의 무대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뻐근할 정도로 벅차곤 했다.

멋진 일이다. 당신이 ‘존경’이라는 콘셉트를 완장처럼 차고는 걸핏하면 마이클 잭슨 흉내나 내는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더욱 그렇다. 맞다. 그런 건 하지 않는 게 옳다.

빅뱅은 이제 어떤 식으로 나갈 거 같나? 대중음악 판이 굴러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어느새 빅뱅이 굉장히 오래된 팀처럼 느껴진다. 빅뱅은 이제 대중적인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우리를 좋아하는 팬들이 듣기에 편한 음악을 할 거 같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래선 안 된다는 쪽이다.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그런 사랑만 계속 더 받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받은 사랑을 정말 좋은 음악을 통해 다른 차원으로 이끌어 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만큼은 확고하다.

태양은 이상한 아이돌이다. 그는 스스로 만든 ‘진짜’라는 틀 속에서만 크고 자유롭다. “나만 잘하면 되는 거 맞죠?”라고 물을 때, 그는 과연 진심을 내비친다. 어떤 아이돌이 진심 ‘따위’를 신경 쓴단 말인가. / 의상 협찬 -  털이 달린 카키색 재킷은 마스터 마인드 by 분더숍, 톱은 존 갈리아노 by 분더숍, 반지는 크롬하츠
털이 달린 카키색 재킷은 마스터 마인드 by 분더숍, 톱은 존 갈리아노 by 분더숍, 반지는 크롬하츠.
촬영장에서 태양은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임무를 수행하는 병사처럼 묵묵하다. 겨드랑이털이 셀 수 있을 만큼 적나라하게 찍혔다는 스태프들의 우스개에도 그냥 지나치듯 씩 웃고 만다. 의상 협찬 / 빈티지 라이더재킷은 베스 by 분더숍, 러닝 톱은 태양의 것
빈티지 라이더재킷은 베스 by 분더숍, 러닝 톱은 태양의 것.

일본에서 노래하는 건 어떤가? 솔로 활동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일일 텐데, 어떤 영향을 주나? 다른 건 모두 둘째치고, 일단 시스템이 너무 잘되어 있다는 점이 좋다. 아티스트가 어떤 무대에 서야 하는지, 그 아티스트에게 어떤 무대를 만들어줘야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 발달된 시스템이라는 것에는 다소 꽉 막힌 경직된 요소가 많다는 단점도 있다.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는 게 지금 내 입장에서 힘든 부분이 많지만, 어쨌든 한국보다 훨씬 큰 시장이고 무대라는 점에서 길을 잘 닦아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팀원이자 친구인 지드래곤의 솔로 활동은 당신에게 어떤 자극이 되었나?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지용이와는 친한 친구지만 음악적인 부분은 방향이 굉장히 다르다. 정말 열심히 응원해줬지만, 지용이한테서 음악적으로 크게 자극을 받거나 그랬던 적은 없다.

다른 건 다 제쳐두고, 당신이 좀 더 노래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어떻게 태양은 저렇게 격렬하게 춤을 추면서도 라이브를 놓치지 않을까, 어쩜 저렇게 안무가 끝내줄까, 저렇게 세련된 무대연출을 할 수 있을까….”이렇게 기술적인 얘기 말고, 그냥 피아노 치면서 노래만 덜렁 부르더라도, 진짜 노래를 맛있게 잘하는구나 하는 아주 단순한 쾌락을 맛보고 싶달까? 내 마음을 잘 아는 얘기다. 사실 그런 생각 많이 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게 될 거다.

당신의 팬들은 어떤 사람일까? 나를 많이 닮은 것 같다. 나만큼은 아니겠지만 걱정도 많고 고민도 많고, 지레 겁을 낸다든지 어떤 일이든 일단 불안하게 생각한다든지 그런 면들이 나와 비슷한 것 같다.

그런 팬들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나? 일단 태양이라는 뮤지션보다도 음악 자체를 좋아하는 분들이라서 그런지, 오히려 내가 방향을 잃지 않도록 해주는 거 같다. 가끔씩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읽기도 하는데, 내가 막 정신없이 흔들릴때, 이게 맞는건지 저게 맞는건지 구분이 잘 안될때, 그럴때마다 팬들이 올려준 글이나 영상을 보면 아, 내가 원래 하고 싶었고, 또 해야 하는 것이 이런 거였지 깨닫곤 한다.

너무 단순한 얘기일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당신만 잘하면 되지 않나? 그렇지? 그 말 너무 듣고 싶었고, 너무 하고 싶었다. 나만 잘하면 된다는 말. 내가 이 인터뷰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말도 내가 아무리 고민이 많고, 어떻게 될지 걱정하고방황하고 흔들리더라도 결국 모든 건 나한테 달려 있고 내가 잘하면 되는 거라는 말이었다. 그것 말고 뭐가 있겠나?

요즘 당신을 가장 자극하는 게 있다면 뭘까? 일본에 갈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이란 뮤지션은 모두 DVD를 샀다. 그걸 보면서 엄청난 자극을 받는다. 으, 나도 저렇게 해야 되는데, 정말이지 저렇게 하고 싶은데.

당신이 이번에 머리 스타일을 바꾸지 않고 으레 쓰던 모자를 쓰고 첫 싱글을 선보였을 때,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인가?

믿었던 사람이 엉뚱한 데 정신 팔지 않고 과연 잘하고 있구나, 그런 기분이랄까? 사실 이런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굉장히 많이 싸웠다.

바꾸라고들 해서? 많은 사람이 바꾸길 원했다. 하지만 나는 노래하고 춤추기 편한 옷이 좋다. 너무 무겁거나 조이는 옷은 입지 않는다. 머리 모양도 지금 이 스타일을 고집하는 이유는 그 어떤 춤을 추더라도 거치적거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아무거나 입고 아무렇게나 머리 모양을 한다는 게 아니라 굉장히 까다롭게 뭔가를 선택한다는 뜻이겠지? 물론이다. 가장 어울리는 것을 까다롭게 고른다는 뜻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스타일이 얼마나 노래와 어울리느냐 하는 문제다. 노래와 가장 어울리는 색깔의 옷이 있는 법이니까.

만약 당신의 키가 10센티 더 컸다면 뭐가 어떻게 됐을까? 하하. 10센티는 좀 너무했고, 한 5센티면 어떨까.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춤을 추진 못했을 거다. 지금처럼 무대에서 큰 사람으로 보이려고 열심히 안 했을 거 같다.무대에 오른 사람이 크게 보이느냐의 문제는 절대 키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요즘 같은 때, 어디서 어떻게 노래를 부르고 싶나? 꼭 큰 무대가 아니더라도. 더 추워지기 전에, 사람들이 잘 모일 만한 길거리에서 정말 좋은 밴드와 함께 작은 무대를 꾸며서 노래하고 싶다. 항상 라이브 밴드와 함께하는 무대를 생각한다.

강변의 조약돌처럼 기특하게 빛나는 꿈이다. 그럴 땐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이라는 점이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꿈이다. 앞으로 계속 잘해서 보다 힘을 키우면 꼭 나를 위한 밴드를 만들어 함께 공연하고 싶다.

하고 싶은 대로 진심을 다한다면 무엇이 불가능하겠나? 당신은 이제 스물두 살이고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길다. 밤 열두 시가 넘었다. 이제 뭘 할 건가? 밥먹고 집에 들어가겠지.

술은 안 마시나? 오늘 밤공기 들이켜봤나? 어떻게 한잔 안 할수있나? 하하. 근데 작년에 인터뷰할 때, 유혹에 빠져보라고 했던 말이 계속 생각나긴 했다. 그런데 술을 마시고, 막 여자를 만나고 그러면, 내가 진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정신을 못 차릴 테니까.

정신 못 차리는 채로 뭔가 기막힌 걸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농담이다. 안 해봤으니 무슨 말을 해도 무효다. 왠지 당신은 천사고 나는 악마 같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뭐라도 약속을 받아내야겠다. 곧 멋진 앨범을 발표할 거고 기막힌 콘서트를 열겠다. 부족한가?

세상을 뒤집을 건가? 글쎄.

아니, 그렇지 않을 거면 뭐 하러 하나? 세상도 안 뒤집어지고, 그냥 신곡 나왔네, 노래하네, 3등하네, 2등하네, 또 나왔네 그런 거 뭐하러 하나? 인기 같은 거 얻으려고? 하하, 알겠다. 그리고 내겐 더 큰 꿈이 있다.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모르고,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른다. 고민이 하도 많아서 수명이 줄어들고,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되더라도, 꼭 이루고 싶은 건, 세계적인 무대에서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다. 내가 여태까지 했던 음악과 앞으로 할 음악이 정말 세상의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음악으로, 가수로 꼭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 여기 당신 앞에 피아노가 있으면 무엇을 하겠나? 아까 얘기했던 카리나의 ‘Slow Motion’을 연주하면서 부르고 싶다. 그런데 오늘 당신의 질문이 내가 고민했던 것들을 이미 잘 알고 있는 말들이라서 내 대답이 재미없을 것 같아새삼 걱정이다.

하여간 정말 걱정이 많긴 많다. 그럴 땐 가공할 폭탄 발언을 하면 된다. 하하, 무슨 폭탄 발언을 할까?

그걸 내게 물으면 어쩌나. 그런데 당신은 착한 소년 아닌가? 글쎄, 모르겠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지난 1년 동안 두 번째 사춘기라도 겪는 기분이었다. 되게 거칠어졌고, 주변 사람들한테 짜증도 많이 부리고 못된 말도 많이 했다.

뭘 그 정도를 가지고. 아티스트가 거칠어졌다면 적어도 소속사든 호텔이든 유리창 정도는 다 부수고 얘기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하.

집에선 창밖으로 뭐가 보이나? 밤섬이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보면 기분이 차분하니 좋다.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고 들었지만 한번 가보고 싶기도 하다.

“오늘 아침 밤섬에서 가수 태양이 노래하고 있는 모습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런 뉴스 어떨는지. 하하. 사실 언제가 될지 모르겠는데 그냥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냥 무턱대고 떠나보고 싶다.

갈 때 가더라도 정규 앨범은 내고 가라. 아, 앨범 제목은 정했나? ‘리얼 Real’이다. 어떤가?

눈을 감고 싶은 말이다. 당신은, 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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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디렉터] 곧 두 번째 책을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