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꿈꾸는 여덟 대의 차

많이 만들지도, 팔지도 않지만 누구나 꿈꾸는 여덟 대의 차.

롤스로이스 팬텀 EWB 거대하다. 두툼하다. 길이는 6미터, 폭은 2미터에 가깝다. 실내는 자동차보다는 요트를 연상시킨다. 압도적으로 호화롭다. 6700cc 직렬12기통 엔진을 얹고도 제로백은 5.9초에 불과하다“. 나, 지난주에 롤스로이스 봤다?” 롤스로이스가 기대하는 반응은 이런 거다. 오랜만에 ‘볼 수 있는’ 차. 충분한 재력이 있어도, 흥미가 계약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약 1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작년엔, 전 세계에 딱 1천 대 팔렸다. 롤스로이스 코리아는, 지금 한국에 몇 대가 있는지는 비밀이라고 알려왔다. 어느 날 스무 명이 이 차를 계약한다 해도, 본사 연 생산량과 국가별 배당량에 따라 언제 받을 수 있을지가 결정된다. 매달 팔 수 있는 수량도 정해져 있다. 거대한 그릴은 파르테논 신전, 엠블럼 조각은 환희의 여신 The spirit of ecstacy이다. 모두, 손으로 만들었다. 8억 2천6백만원.

페라리 캘리포니아 페라리 최초의 하드톱 컨버터블이다. 2008년 출시 당시, 3억 5천이라는 가격에도 2년 치 생산분 4천 대가 예약 완료됐었다. 이후 계약한 사람은 2011년이 돼야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아직도 못 받은 셈이다. 한 대 만드는 데 2개월 정도 걸린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차체를 가볍게 했고, 지붕이 두 조각으로 접혀 트렁크 안으로 들어가는 덴 14초가 걸린다. 직렬 8기통 4300cc 엔진, 460마력, 제로백은 3.9초다. 이탈리아 스포츠카 페라리의 혈통을 그대로 이었지만, 운전 감각엔 12기통 그란투리스모의 뉘앙스를 살렸다. 적재 공간이 ‘비교적’ 넓고 운전도 편해져서, '여자 운전자도 도전할 만한, 매일 타고 싶은 페라리’가 캘리포니아다. 아메데오 펠리사 페라리 CEO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철학은 항상 시장 수요보다 한 대 적게 생산하는 것이다. 브랜드의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가격은 옵션에 따라 다르다. 3억원대.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디자이너들은 자동차 디자인을 ‘면을 찾아가는 과정’ 이라고 말한다. 람보르기니는 직선과 면의 조합이다. 얼굴은 사다리꼴과 직사각형의 조합이다. 엉덩이를 지배하는 것도 직선이다. 높이는 110센티미터 남짓. 도로와 ‘거의’ 평행한 선을 긋는다. 바닥부터 차체까지는 담뱃갑을 세로로 세워놓은 높이보다 약간 더 높다. 도로를 ‘쓸며’ 달린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650마력을 내는 6500cc 직렬 12기통 엔진이 차체 중앙에 있는 ‘미드십’ 구조다. 최고속력은 시속 340킬로미터, 제로백은 3.4초다. 람보르기니를 상징하는 동물은 황소다. 같은 이름의 황소가, 1879년 스페인 코르도바 아레나 투우 경기에서 24번 칼에 찔리고도 죽지 않았다. 무르시엘라고 Murcilago는 스페인어로 박쥐라는 뜻이다. 지금, 한국엔 딱 여덟 대 있다. 옵션에 따라 5억 3천8백60만원부터. 촬영 차량은 5억 8천만원.

벤틀리 컨티넨탈 GT 스피드 벤틀리 역시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한정 생산된다. 영국 현지에서, 연간 4천5백 대 정도다. 그중 80~90대가 한국에 공급된다. 6000cc 트윈 터보 엔진, 최고속도는 시속 326킬로미터, 제로백은 4.5초다. 네 개의 둥근 헤드램프와 전체적인 ‘곡선’은 부드럽기보다 서늘하다. 범퍼 위아래로 넓은 라디에이터 그릴은 엔진의 힘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단서다. 달리는 만큼 식혀줘야 하니까. 1600rpm에서 최대토크 76.6kg.m를 뿜는다는 건, 굳이 액셀러레이터를 난폭하게 밟지 않아도 최대 가속력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실내는 나무와 가죽의 조합이다. 울타리 없는 목장에서 방목한 소의 가죽만 이 차를 덮을 수 있다. 행여, 소의 피부가 울타리에 긁혀 상처가 날까 봐서. 3억 3백만원부터.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스포트 GT S 마세라티의 고출력 4도어 스포츠 세단이다. 얼굴은 독일의 냉철함, 영국의 절제보단 남국의 특유의 어떤 분방함이다. 나른하게도, 심술궂게도 느껴지는. 서스펜션은 ‘노멀’과 ‘스포츠’로 조절할 수 있다. 거기서 ‘세단’과 ‘스포츠’의 조합이 완성된다. 4700cc 직렬 8기통 엔진, 440마력, 제로백은 5.1초다. 엔진 소리는 극과 극이다. 크롬의 차가움과 목재의 따뜻함이 같은 비율로 섞여 있다. 스포츠 모드로 달릴 땐 희롱하듯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패들시프트를 조작하면서 소리를 듣는 재미가 있다. 패들 시프트가 위아래로 긴 건 ‘레이싱 유전자’에 가까운 디자인이다. 하지만 노멀 모드에선 엔진 플랩이 닫히면서 따뜻하고 정중한 소리를 낸다. 터널이나 아파트 주차장에서도 고요할 정도로. 2억 3천만원.

포르쉐 뉴 911 터보 카브리올레 포르쉐가 자극하는 소유욕은 본능적이다. 지난 10월 새만금에서 만난 70대 어부조차, 처음 보는 파나메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뉴 911 터보 카브리올레는 지붕이 열리는 포르쉐의 기함모델이다. 최초의 911 이후 35주년, 7세대 모델이다. 3800cc, 500마력, 제로백은 3.4초, 최고속력은 시속 312킬로미터다. 6세대 모델에 비해 20마력 상승했고, 제로백은 0.5초 빨라졌다. 포르쉐 더블 클러치 PDK의 변속은 프로 레이서보다 정확하다. 변속 충격도 없이 시속 200킬로미터까지 내달릴 땐 중력을 의심하게 된다. 동그란 눈과 탄력 있는 엉덩이엔 리어스포일러가 달려 있다. 차체를 도로에 바짝 붙여준다. 그러지 않으면 날아갈 수도 있으니까. 같은 출력, 비슷한 속도의 스포츠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포르쉐 바이러스’ 라는 말이 전 지구적으로 통용되는 덴 다 이유가 있다. 2억 2천6백60만원부터.

로터스 엘리스 SC 로터스는 엔진 배기량을 높이기보다 차체 무게를 줄여서 운동성능을 극대화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브랜드다. 엘리스 SC엔 1800cc 슈퍼차저 엔진이 차체 가운데 들어 있다. 배기량은 국산 준중형 세단급이다. 하지만 최고속도는 시속 240킬로미터, 최고출력은 220마력, 제로백은 4.6초다. 운전자의 안락보단 경량화에 골몰한 결과다. 차체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었다. 무게는 870킬로그램에 불과하다. 마티즈나 모닝보다 가볍다. 운전석에 앉아보면 알 수 있다. 발과 엉덩이가 닿는 부분은 얇고 깊다. 타이어와 핸들이 노면을 그대로 흡수해 전달한다. 거대하고 반질반질한 트랙을 질주하기보단 질감을 그대로 느끼면서 코너를 공략할 수 있는 ‘도로’를 위한 차다. 이 화보에서 가장 저렴하고, 로터스의 ‘이런’ 성격을 추종하는 마니아층이 두텁다. 8천7백90만원.

애스턴 마틴 DBS 정식 수입되지 않는, 한국엔 단 한 대뿐인 애스탄 마틴 DBS다. 영화 〈007 퀀텀 오브 솔라스〉 추격 신에 등장한 그 차다. 6000cc 자연흡기 직렬 12기통 엔진, 517마력. 제로백은 4.3초다. 최고속력은 시속 302킬로미터, 기어는 수동이다. 앞모습은 스나이퍼 라이플에만 들어가는 어떤 총알을 연상시킨다. 뒷모습을 이루는 면들은 직선, 면과 면의 이음새는 곡선이다. 기본적으로 은색이지만, 각도에 따라 조선 백자처럼 푸른 기운이 돈다. 인피니코리아 영업팀장 부다윤 씨에 따르면, 운전할 땐 굳이 음악을 켜지 않는다고 한다. “DBS의 엔진 소리는 높은 피치로 날카롭게 치솟는 소리부터 낮게 그르렁거리는 소리, 우렁차게 내뿜는 소리가 손발의 조작에 따라 다르게 들려요. 오케스트라처럼.” ‘부드럽게 softer’와 ‘견고하게 firm’ 로 나뉘는 서스펜션 설정은 영국적이다. 가격은 3억원 후반대. 1월 14일 지큐 마감일 기준, 아직 팔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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