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갑니다 Part. 2

송창의는 초초해하지 않았다. 한국 드라마에서 본 적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익숙한 침대에 누운 듯 편안해 보였다.

티셔츠는 시스템 옴므
티셔츠는 시스템 옴므

라이벌이 누구냐고 물어보려 했는데, 답을 들은 것 같다. 순간순간 자신이 경쟁 상대다. 누구를 이기려고 경쟁을 한다는 건 정말 어리석다. 태섭 역할을 하면서도 나를 다스려야겠다는 생각이 되게 컸다. 누구보다 월등한 배우가 되기 위해서 이 역할을 선택한 게 아니라 이 역할을 하는 나, 이걸 거부하려는 나를 이기려고 선택 한 거다. 그래야만 초연하게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경쟁 상대를 아예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다. 그냥 그대로 인정하면서 내 갈 길을 가면 되는 거다.

신경 쓰이는 그 사람이 누군가? 그냥, 있다.

그럼 드라마 속 송창의와 영화 속 송창의를 비교하면 어떤가? <소년은 울지 않는다>는 흥행이 안됐다. 첫 주연작이었는데 내 연기의 점수를 높게 주고 싶지도 않다. 그 영화는 찍어 놓고도 3년 후에 개봉했다. 거의 신인 시절에 찍었는데, 소년 연기 자체가 참 힘들었다. 소년의 정서나 말투를 잘 못 가져간 것 같다. 모방이 덜 됐던 것이겠지? 그런데 요즘 잘 되는 영화는 어떤 건가?

좀 센 영화? 맞는 것 같다. 영화 <방자전>을 봤는데, 잘될 것 같다. 노출 신이 있어서라기보단 사람들이 가서 찾을 만한 거리가 많았다. 앞으론 영화를 좀 해보고 싶다.

연예인은 연기만 잘하는 게 다가 아닐 텐데, 할 만한가? 구설수나 이슈를 예민하게 생각하는 배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배우라는 게 대단한 직업인가? 예를 들면 지금 드라마를 하면서 “송창의 실제 게이야?” 하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난 신경 안 쓴다. 왜냐면 나는 내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범주가 있는데, 그런 얘기는 범주 밖이니까. 내 생각엔 연기자는 카메라 앞에서 보이는 모습, 스크린에 나오는 모습, 무대에 있는 모습 외에는 배우가 아닌 것 같다. 일반 사람이지.

생각은 그럴 수 있어도 어쨌든 제약은 많은 곳이니까. 이제 9년 차인데, 하면서 더는 못하겠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나? 많았다. 물론 연기하다가 연기가 안 풀리는 시점이 있을 것이고, 작품이 망가졌을 때도 있고, 캐스팅에서 빠진 적도 있고….

참을 수밖에…. 당연히 그렇다. 그래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이제 안 한다.

화도 안 내나? 내가 그렇게 한량 같나? 화가 나도 참는 게 버릇이 되긴 했다. 화를 내면 그 화가 정당화가 안 된다. 예민한 성격이었는데, 직업병인지 몰라도 ‘참을 인’ 이 많이 생겼다. 백발백중 화를 내면 내가 피해를 본다. 화내고 옳은 소리 하면 구설수에나 오르고, 이미지 손상 받고, 사람들한테 미움 산다.

그래도 싫은 사람은 있겠지. 뭔가 척하는 사람들 괜히 싫다. 자기만의 포커페이스가 있는 사람들도 싫다. 그냥 좀 털털하고 진솔한 사람이 좋다. 유난 떠는 사람들도 별로 안 좋아한다. 만나면 맞춰야 하니까 피곤하다.

술 마신 송창의는 어떤 모습인가? 말이 많아지고 목소리가 커지는 흐트러진 모습이다. 원래 감정기복이 좀 있는 편인데, 그게 더 심해져 ‘업’ 이 되고 사람들을 막 안고 그런다.

그게 진짜 당신인가? 그렇다. 술 마실 때 모습이 진짜 모습이다. 그래서 술 잘 먹는 사람이 매력 있다. 술 먹고 완전 다른 모습이라도 다 이해해준다. 물론 개가 되면 안 되고….

연예인 야구단에서 투수를 하던데, 구질은 어떤 걸 던지나? 다 직구다. 프로도 아닌데, 그냥 직구로 던지는 거다. 스포츠 중엔 야구가 제일 좋다. 축구 좋아하는 사람들은 야구가 무슨 운동이냐 하는데, 계속 뛰는 것보단 재미있지 않나? 유니폼 입고 뛰는 게 좋다.

야구 말고, 여름밤엔 뭘 하고 싶나? 사실 약간 역마살이 있다. 혼자서 정동진 찍고 올 때가 많은데, 거기 단골 포장마차도 있다. 정동진역에서 쭉 가다 보면 철길 나오고 선크루즈호가 있지 않나? 방파제 끝 무렵에 있다. 내가 가면 아주 반겨준다. 한여름 밤에는 날씨도 좋으니까 바다 보러 갈 것 같다. 회 한 접시에 소주 한잔 먹고 오면 좋겠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당신의 최고작인가? 제일 중요한 건 늘 내 앞에 있는 것 들이다. 목표를 위해서 여러 가지를 선별하기보다는, 내 앞에 있는 걸 잘하면 그 안에 걸작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한테 최고작은 <인생은 아름다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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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