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자

먼저 선, 다닐 행, 이번에도 애플은 아이폰4를 들고 앞장을 섰다.



스마트폰은 ‘남의 나라 얘기’ 였다. 아이폰은 스마트폰을 ‘우리나라 얘기’ 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이폰과 함께 한국에서도 스마트폰 문화라 부를 만한 현상들이 목격됐다. 어떤 남자는 아이폰이 문자 히스토리를 볼 수 있어 여자 ‘꼬실’ 때 실수를 줄여준다고 털어놨다. 누군가는 아이폰으로 얼굴을 찍어 닮은 연예인을 찾아주는 어플에 돌리면서 낄낄댔고, 근방에 있는 아이폰 유저의 사진과 프로필을 보며 시간을 때우는 사람도 있었다. 피서 대신 해안가 카메라 어플을 즐겨 본다는 기막힌 사람도 만났다. 하긴 나열한 예들이 취향이라고 여겨질 만큼, 아이폰으로도 고스톱 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사다리 타기, 주사위 던지기, 가위바위보까지 아이폰으로 했다.

맷 그로이닝은 머지않아 애플사의 제품들이 사람들을 지배할 거라고 여긴다. <더 심슨스>에 등장하는 미래사회에선 인공지능 아이팟이 이어폰 채찍으로 사람들을 후려친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아이패드에 대해 묻자 “땀을 뻘뻘 흘리면서 판때기나 누르는 남자는 감동이나 공감과 전혀 연이 없다. 자신의 상상력을 세상에 발산하지 않고 훔쳐내는 도구로서 i 뭐시기를 쥐고 쓰다듬을 뿐이다” 고 말했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만, 고약한 예술가들이 부리는 심술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범인들의 상상력의 범위는 대체로 지식과 경험 안에 한정된다. 현존하는 가장 기능적인 스마트폰에 대한 경험을, 더 커다란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거부할 사람은 흔치 않다. 아니, 개명한 사람들일수록 비판은커녕 찬양하기 바쁘다. 이미 아이폰의 저변이 확고한 가운데, 아이폰 4의 발매는 좀 더 확실하게 비판을 묵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 3의 곡선을 아이폰 4에서 직선으로 바꾼 것만으로도, 애플이 가진 충성도라면 사람들에게 먹혔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을 의식한 듯, 아이폰 4는 그들이 강조한 화상 통화와 독보적인 품질의 디스플레이를 뛰어넘었다. 이미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탁월한 색감은 한 테스트를 통해 드러나 화제가 되었다. 페이스 타임 역시 말로 듣던 것보다 직접 해봤을 때 훨씬 더 스펙터클했다. 가속, 3차원, 회전을 적용해 더욱 세밀해진 모션 센서와 LED 플래시 내장 500만 화소 카메라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폰 4에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OS를 4로 업그레이드하면 할 수 있는 것들을 아이폰 4의 기능처럼 슬쩍 끼워 소개해서 좀 우습지만, 잘 알고 있듯이 애플의 제품은 사진이나 광고, 스펙보다는 직접 경험함으로써 그 가치가 드러난다. 경험에 따르면, 아이폰 4는 결점이 거의 없고 비교 대상조차 없는 지경이다. 애플을 찬양하는 사람은 당연히 아이폰 4를 선택하겠지만, 아이폰으로 고스톱 치는 사람은 어떨까? 그들도 ‘최고’ 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아마도 아이폰 4를 선택할 것이다. 아이폰의 노예라는 점에서 둘은 같지만 또 다르다.

‘선행자’ 라는 실재하는지 어쩐지도 확인할 수 없는 중화인민공화국의 로봇이 있다. 일본에서 군사병기로 우스꽝스럽게 묘사되고 나서 피규어까지 만들어질 만큼 화제를 모았다. 일본과 중국의 거리가 선행자를 로봇이 아닌 장난감으로 재위치 시켰다. 대상과 거리를 두면, 좀 더 상상력이 발휘된다. 아이폰도 그 정도거리로, 장난감으로 본다면 좋겠다. 그나마 애플 숭배자들은 아이폰 4를 장난감으로 쓸 줄은 알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아이폰으로 고스톱 치는 사람들은 어떨까? 아이팟이 사람을 지배한다고 했나? 아이패드가 상상력을 훔쳐내는 도구라고 했나? 난처하게도 애플이 세상을 바꾸기엔, 아직 고스톱이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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