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과 영어로 한 인터뷰

외신들과 섞여 있어 인터뷰는 어쩔 수 없이 영어로 진행했다. 박지성의 영어는 거침이 없었고, 한국말로 인터뷰할 때보다 목소리 톤이 높았다. 그동안의 그의 한국말 인터뷰가 두툼한 수트를 입은 것 같았다면, 영어로 한 인터뷰는 가벼운 티셔츠를 입은 것 같았다. 표정과 단어 선택과 뉘앙스가 그랬다.

월드컵 이후에 무엇이 바뀌었나요?
사실 월드컵 이후에 별로 달라진 것은 없어요. 맨체스터 유나이트에 있으면서 월드컵에 벌써 2번 참가했기 때문에 별로 차이는 없어요. 예전과 다름없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몇 안 되는 아시아 선수인데, 어때요?
최근 더 많은 아시아 선수들이 진출하고 있어요. 지난 몇 년간 아시아의 축구도 많이 발전해서 그들도 능력과 자질을 갖췄고요. 아무래도 유럽과 아시아의 차이라고 하면 문화적 차이가 가장 크지 않을까요? 유럽의 문화를 잘 받아들이고 경기장에서도 잘 해야하죠. 강한 정신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구단의 뛰어난 상업 능력이 선수에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우선 많은 후원을 받는 클럽에서 뛰는 건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세계의 많은 팬들이 있고 후원자가 있다는 말은 이 클럽이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고요.

아주 좋은 빈티지의 와인이 있다면 누구와 마시고 싶나요?
가장 친한 친구와 마시고 싶네요. 한국은 너무 멀기 때문에 구단에서 마실 사람을 찾아야겠어요.

와인을 마신 박지성과 평소의 박지성은 어떻게 다른가요?
얼굴이 빨개지는 것 외엔 특별히 변하는 건 없어요.

젊은 선수로서 이런 미디어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중압감을 견뎌내나요?
쉽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는 가수나 연예인이 아닌 축구 선수이기 때문에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면서 보여줄 수밖에 없죠. 미디어나 사람이 하는 말들에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축구에 집중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해요.

나이가 든다는 게 두렵지 않나요?
전혀 두렵지 않아요. 모든 선수가 나이를 먹으니까요. 그리고 나이 들면서 생기는 장점도 있죠. 나이만큼 경험이 생기는 거니까요. 지금까지는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앞으로는 그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예요.

다음 월드컵에 나갈 수 없을 것 같다고 했죠?
그때는 한국 나이로 34세에요. 한국과 유럽을 왔다 갔다 하는 저는 보통의 축구선수들보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요

지난 2009년 {GQ KOREA}와의 인터뷰에서 길거리에서 떡볶이를 사먹어 보고 싶다고 말했어요. 혹시 사먹었나요?
아니요. 못했어요.

떡볶이 사먹는 것도 이렇게 힘든 축구선수로 사는 건 어때요?
답답할 때 당연히 있지만, 괜찮아요. 반대로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이 못하는 걸 제가 하는 것도 있잖아요.

마지막으로 운 게 언제인가요?
기억이 잘 안 나는데요? 아마 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였을 거예요. 아, 영화보다가 운 적은 있어요. 저도 드라마나 영화 볼 때 가끔 울어요. 펑펑 울진 않아요.

당신의 방 창문으로는 뭐가 보이나요?
다른 집 창이 보여요.

외롭지 않나요?
그냥 외로움을 즐겨요. 그게 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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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