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렬횡대

110센티미터부터 188센티미터까지, 가장 납작한 스포츠카부터 껑충한 SUV까지. 여덟 대의 차를 키 맞춰 세웠다.




111.7cm 로터스 엘리스


로터스는 은밀하고 유별난 취향이다. 누군간 <꽃보다 남자>를 먼저 기억할 지도 모른다. 직렬 4기통 1,598cc 엔진이 들어간다. 최대출력은 136마력, 최대토크는 16.7kg,m이다. 대단한 수치는 아니지만 무게가 876킬로그램에 불과하다. 높이는 110센티미터를 살짝 넘는다. 어떤 주차 차단기는 그대로 통과하기도 한다. 차 안엔 달리는 데 필요한 것 외엔 별다른 게 없다. 가장 빨리 달릴 수 있는 차는 아니지만, 꽤 재밌게 탈 수 있는 차는 맞다. 땅으로 푹 꺼지는 시트에서, 정교하게 음각한 수동기어를 재빠르게 조작할 때 느낄 수 있는. 6천2백60만원.




124.4cm 아우디 R8 스파이더


물방울이 떨어질 때 시간을 멈추면 이런 모양이 될까? 역시, 누군가는 <아이언맨>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관계없이, R8은 아름답다. 더 이상 불 수 없는 풍선, 한 바퀴만 더 감으면 끊어질 것 같은 가야금…. 5,204cc V10 엔진의 최대출력은 525마력이다. 제로백은 4.1초, 최고속도는 시속 313킬로미터다. 하지만 매일 출퇴근할 수 있을 만큼 부드럽게 몰 수도 있다. 지붕은 소프트톱의 전통을 고수했다. 비와 눈이 갈색 천 지붕 위로 떨어지는 상상을 해볼까? 열고 달려도, 닫혀 있어도 낭만적이다. 2억 3천4백60만원.




133.6cm 페라리 599 HGTE 피오라노


의외로 두툼하다. 넓어서 위압적이다. 이렇게 위압적인 얼굴로 3.7초 만에 시속 100킬로미터에 도달할 때 느껴지는 중력, 발바닥부터 끓어올라 척수를 타고 결국 두개골을 때리는 쾌락…. 5,999cc V12 엔진은 최대출력 620마력을 낸다. 핸들에 달려 있는 빨간색 버튼은 이 차가 그저 달리기만을 위해 태어났다는 견고한 시위다. 화려하진 않지만 견고하게 ‘달칵’ 소리를 내며 고정되는 버튼 하나하나가, 어떤 극한 상황에서의 내구성을 상징한다. 엔진 밑엔 한 대 한 대 ‘섀시 넘버’가 새겨져 있고, 바느질 한 땀 한 땀에서 손놀림을 상상한다. 5억 2천만원.




143.5cm 혼다 인사이트 1.3


혼다가 만든 하이브리드다. 전기 모터는 엔진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토요타 프리우스와는 다른 방식이다. 그래서, 시동을 걸면 엔진이 걸리는 소리가 난다. 프리우스는 가전제품의 전원을 켠 정도의 감흥만 있다. 1,339cc 직렬 4기통 엔진은 최대출력 89마력을 낸다. 전기 모터는 발진, 가속할 때 엔진에 개입해 힘을 보탠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23킬로미터다. 계기반의 파랑색이 녹색이 될수록 연비를 절약하고 있다는 뜻이다. 운전을 마치면 나뭇잎의 개수로 당신의 운전습관을 칭찬하거나 꾸짖는다. 2천9백50만원~3천90만원.




155.9cm BMW 그란투리스모


5시리즈와 웨건의 조합이다. 높이도 5시리즈 세단보다 약 10센티미터 높다. 트렁크는 도톰하게 솟아올랐다. 더 많은 짐, 다양한 용도를 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테리어에 쓰인 나뭇결은 유난히 살아 있다. 조명의 쓰임새는 우아한 방식으로 실용을 넘어섰다. 2,979cc 직렬 6기통 터보 엔진은 306마력을 내고, 제로백은 6.3초다. 거리에선 이 차를 목격하는 빈도가 유난히 잦아졌다. BMW를 사는 사람의 취향이, 분명하게 세분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평일이나 주말, 혼자서나 가족과 함께라도 같은 농도로 품위를 지킬 수 있는 가장 새로운 방식이기도 하다. 7천8백50만~1억5백10만원.




160cm 볼보 XC60


탈 때마다 ‘이 차가 내 차려니’ 하는 마음이라니. XC60은 그 중 가장 많은 욕망을 끌어안은 차다. 가족, 여행, 장거리, 겨울, 재미. 2,953cc T6 엔진은 최대출력 285마력을 낸다. ‘세계 최초로 알아서 서는 차’라는 타이틀엔 생각보다 많은 의미가 있다. 시속 30킬로미터 이하에서 충돌 위험이 있을 때 알아서 제동한다. ‘블리스’는 옆 차선 상황을 알려준다. 차량이 있을 때 불이 켜진다. 다시 말하면, 불이 꺼져 있을 때의 차선 변경은 항상 안전하다는 뜻이다. 차가 어딘가에 부딪힐 때의 공포, 가벼운 접촉사고가 낭비하는 시간까지 염두에 두고 만든 차다. 7천3백90만원.




175cm 2011 링컨 MKX 3.7 V6


더 과감해졌다. 장대비 같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얇아진 헤드램프에 성격을 담았다. 하지만 차체는 냇가에서 오래 굴린 조약돌처럼 단단하고 둥글다. 3,726cc V6 엔진이 내는 305마력은 그저 넉넉하다. 미국 차의 풍만한 느낌을 편애한다면, 이만한 선택도 없을 것이다. 한 치의 아쉬움도 없다. 센터페시아엔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한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차량의 거의 모든 기능을 통제할 수 있다. 볼륨과 통풍 장비를 조절하는 막대에 손을 대면 빛이 따라 움직인다. 소소한 재미다. 5천9백만원.




188.8cm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4 3.0 TDV6


여덟 대의 차 중 최장신이다. 어쩌면 도로에서 만날 수 있는 승용차 중 가장 높을 공산이 크다. 웬만한 차들은 내려다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우쭐함과 관계없이, 랜드로버의 전통에 어떤 의심을 더할 수 있을까? 2,993cc V형 6기통 디젤 엔진은 최대출력 245마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61.2kg·m, 최고속도는 시속 180킬로미터다. 지형반응 시스템은 센터페시아 하단에서 조작할 수 있다. 모래, 눈길, 풀밭, 바위 등을 달릴 땐 이만한 지원군이 없다. 차체는 12.5센티미터까지 높일 수 있다. 결국, 이 차를 탈 땐 웬만한 오프로드를 꺼릴 이유가 없다. 일부러 헤치고 들어가는 수는 있어도. 8천9백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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