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은 가득히

쌀 고추장이니, 밀가루 고추장이니, 다 소모적인 마케팅 같다. 이 장맛 앞에선.



“저희 공장에는요, 아, 공장이라고 말하기가 좀 싫네요. 보통 와이너리를 공장이라고 하진 않잖아요?” 죽장연의 정연태 대표는 시작하려던 말을 끊었다. 고추장과 된장을 찍어내듯 대량으로 만드는 대기업과는 달라서, 2년을 숙성시킨 전통 장을 너무나 아껴서, 불쑥 꺼낸 말이었다. 시식을 위해서 집으로 배달된 1킬로그램 작은 장독 두 개는 열기도 전부터 정성이 보였다. 고추장 뚜껑을 열었다. 데일 것 같은 붉은색이었다. 참지 못하고 대뜸 손가락으로 고추장을 찍어 올렸다. 쪽 빨아 먹었더니 달큰하고 매콤한 맛이 평행저울의 수평 상태처럼 균형이 잘 맞았다. 된장독 뚜껑을 열고나서는 바로 뚝배기에 물을 올렸다. 양파와 대파만 넣고 끓인 된장찌개인데도, 외할머니가 해준 것 같은 맛이 났다. 그제서야 정연태 대표가 구구절절 이야기했던 전통 장의 탄생 과정이 선명해졌다. 하루 종일 햇빛을 잘 받는 포항 골짜기에서, 지하 200미터에서 암반수를 끓여 올려 콩을 씻고, 참나물 장작으로 아궁이에 불을 떼고, 16개의 무쇠 가마솥에 5시간 동안 삶는다. 참나무 향이 밴 콩을 삶고 굳히고 유기농 짚에 넌다. 꾸들꾸들해진 메주를 또 발효시키고 신안 천일염과 함께 이무남 옹기장이 만든 5천 독의 옹기에 숙성시킨다. 역시 장맛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www.jookjangye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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