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로드 오르막 시대

극장에 안 가고 영화를 다운 받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래서 남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물어봤다. 대답은 김성희 영화진흥위원회 객원연구원이 해줬다.

한때 “한국 영화계의 부가시장은 끝났다”는 말이 있었다. DVD 시장은 예전 만 못한 것 같고, 다운로드가 많아진 상황에서 부가시장은 어떤가? 끝나버렸나?
국내 부가시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암흑기에 들어갔다. OECD 국가 평균을 내보면 영화산업의 수익 구조는 극장이 30퍼센트, 부가판권시장이 70퍼센트 정도다. 그에 비해서 한국의 경우는 극장이 90퍼센트, 부가판권시장이 10퍼센트로 참담할 정도였다. 그래서 극장 개봉 외에는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은 불법 다운로드였다. 사람들이 대부분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컴퓨터로 영화를 보게 되면서 DVD나 비디오를 빌려보는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2000년 12,000개였던 비디오 대여점 수가 2008년 2,500개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후 비디오 대여점이 동네에서 종적을 감추면서 극장 외에는 영화를 합법적으로 보기 어려운 기 현상도 벌어졌다. 하지만 2008년 6월 <씨네21i>이 <추격자>의 합법 다운로드 서비스를 하면서 분위기가 역전됐다. <추격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 이후 <미인도>, <쌍화점>, <하녀>, <방자전>과 같은 영화들이 합법 다운로드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IPTV가 유료 영화 서비스를 하면서 국내 부가시장이 빠른 회복세로 돌아 섰다.

IPTV는 유료로 볼 수밖에 없지만, 컴퓨터로 영화를 다운 받는 것이 성공하고 있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웹하드도 그대로이고, 토렌트도 성행하고 있는데?
‘DNA 필터링’ 같은 정부와 영화계의 적극적인 단속과 대응으로 불법 콘텐츠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토렌트의 경우도 젊은 사람들에게는 어렵지 않겠지만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층에게는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유료 다운로드가 성공했다.

결국, 컴퓨터를 이용한 유료 영화 구입은 중장년층에서만 주로 이루어진다는 건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불법 다운로드를 어려워하지만 경제력은 가진 30대 이상 중장년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이용한다. 경제력이 없는 젊은 층에게는 유료로 영화를 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성인 코드의 영화가 강세다. ‘야한 영화’를 극장에서 혼자 보기 민망한 중장년층이 합법 다운로드를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20대 층으로까지 이러한 분위가 전해졌다. <째째한 로맨스>가 올해 1/4분기, 온라인 시장에서 꽤 흥행했는데, 이 영화는 성담론을 소재로 한 로맨틱 코미디다. 또한 20대가 선호하는 로맨틱 코미디가 부가시장에서 흥행했다는 것은 유료 다운로드 시장이 20대까지 흡수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이다.

가격 이야기를 한다면, 조금 비싸다는 의견이 있다. 대부분 3천 5백원 정도 한다.
신작을 기준으로 3천5백원이라는 가격에 대해 저항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기존에는 영화 한 편을 다운받는 데 1백원정도밖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3천5백원이란 가격은 2년 전, 평균 극장 티켓 가격이 7천원 일 때 그 반으로 책정한 것이다. 하지만 7천원이었던 극장 티켓 가격이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의 개봉과 동시에 8천원으로 올랐지만, <트랜스포머>라는 킬러 콘텐츠가 있었기에 극장 요금 인상이 큰 저항에 부딪히지 않았다. 이후 3D 영화 티켓 가격이 1만3천원으로 인상될 때도 <아바타>가 관객들의 가격저항감을 줄여주는 큰 역할을 했다. 콘텐츠가 좋으면 가격 저항감이 없다고 본다. 유료 다운로드 시장에서는 <미인도>, <방자전>과 같은 킬러콘텐츠들이 이런 역할을 했다. 장사가 안 된다면 가격을 내리겠지만 업체들의 이야기로는 괜찮다고 한다. 장사가 잘되는데 굳이 가격을 내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결국, 극장 티켓 가격의 절반선이 다운로드 콘텐츠 가격으로 적절하다는 합의가 이용자, 업체 모두 이루어진 상황이다. 현재 가격이 적정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격이 3천5백원이 아닌 영화도 많다. 어떤 건 싸고 어떤 건 또 5천원도 넘는다.
과거에는 DVD 출시일을 기준으로 가격이 달라졌다. DVD가 출시되면 바로 불법 다운로드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DVD가 출시되고 나면 불법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2천원 정도로 가격을 낮췄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시점별로 가격을 더 낮추었다. 최근에는 DVD보다 IPTV 프리미엄 서비스를 먼저 시작하기 때문에 DVD 출시와 상관없이 가격을 정한다. <아저씨>, <부당거래>등은 극장에서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5천5백원으로 정해진 것으로 안다. 최근에는 온라인 VOD를 제공하는 사이트 간 가격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네이버를 비롯해 인디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도 오픈해 다양한 영화 관람이 가능해졌다. VOD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증가해 자연스럽게 콘텐츠 가격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웹하드에서는 검색어도 금지하고, 제휴 콘텐츠가 많아졌다. 돈을 내고 볼 거라면 굳이 웹하드에서 다운 받지 않을 것 같은데, 웹하드는 오히려 유료 다운로드 시장에 앞장선 것 같다. 토렌트와 같은 무료 공유 경로로 이동할 경우 타격이 있을 텐데, 이유가 있을까?
웹하드 업체들도 처음에는 합법 서비스를 해봤자 반응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콘텐츠 사업자와 함께 수익을 공유하는 ‘제휴 콘텐츠’ 형식의 수입이 괜찮다. 귀찮은 게 싫은 사람도 많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2008년에 합법 다운로드로가 전체 영화 중 5퍼센트에 불과했다면 최근에는 95퍼센트 정도의 영화가 합법적으로 온라인에 유통되고 있다. 추측이지만,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웹하드 업체의 주 수입원이 성인 콘텐츠이기 때문에 유료 다운로드 시장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영화 콘텐츠 유료화에 앞장설 수 있었던 건 아닐까?

IPTV와 DVD, 비디오, 다운로드마다 많이 팔린 영화의 차이점이 있는 것인가?
온라인 다운로드의 경우 방에서 혼자 영화를 보니까 성인 코드의 영화가 잘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IPTV나 DVD, 비디오는 거실에서 봐야 하니까 전체 관람가 등급의 영화가 잘된다. 2009년에 IPTV와 DVD, 비디오의 최대 흥행작은 12세 관람가의 <과속스캔들>이었다.

매체마다 보는 상황이 다르고, 그에 따라서 타이틀 선택이 달라진다는 것인가?
그렇다. 개인의 취향도 중요하지만 환경에 따라서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유료로 다운받는 사람들이 중장년층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가정이 있어서 거실에서 성인 영화를 본다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이 있다. 하지만 성인 영화에 대한 관심은 있기 때문에 주로 방 안에서 컴퓨터로 본다고 생각한다.

유료로 다운을 받는 사람들은 한국영화와 외화 중에서 어느 쪽을 많이 받나?
한국영화가 외국영화보다 성적이 좋다. 한국영화는 불법 다운로드에 대해 적극적인 단속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영화는 한국영화에 비해 단속이 느슨한 편이다. 외국영화는 개봉 전에 ‘캠버전’이라든가 DVD 발매 전 홍보용으로 만들어진 ‘DVD 스크리너’를 이용해 만든 ‘DVDSCR 버전’을 불법으로 유통시킨다. 그리고 한국영화의 경우, 굿 다운로더 캠페인을 통한 이용자의 의식 변화도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영화는 온라인에서도 돈 내고 보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예전에 <디 워>가 웹하드에 불법으로 올라왔을 때 ‘한국영화는 돈 내고 보자’는 식의 움직임이 있었다.

외국 영화도 성인 영화가 잘되고 있나?
아니다. 외국영화는 주로 액션물이 잘 되고 있다. 2009년에 <트와일라잇>이 외화로는 다운로드 시장 최고 흥행작이었다. 2011년에 외국영화로는 <쓰리 데이즈>, <레드>가 잘되고 있다. 한국영화는 성인 영화를 통해서 정서적인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고, 자본력이 막강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액션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한국영화에 대한 수요와 외화에 대한 차이는 기본적으로 극장에서 흥행하는 장르와 유사하다. 대부분 외화는 큰 규모의 영화들이 있기가 많다.

유료 다운로드 시장의 ‘베스트셀러’ 와 ‘스테디셀러’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2009년은 <미인도>, 2010년은 <방자전>을 부가시장 최고 흥행작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방자전>은 최근에도 온라인 시장 흥행 순위 상위권에 있다.

둘다 사극 영화이다. 영화계에는 ‘야한 사극 영화는 실패하지 않는다’ 는 오랜 속설이 있는데, 다운로드 시장에서도 통하는 것인가?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본다면 속설이 통하는 것 같다. <미인도>, <쌍화점>, <방자전>이 그 예일 텐데, 이들 영화는 성인 코드로 성인 관객들에게 어필하면서도 웅장한 세트와 화려한 의상을 통해 많은 볼거리도 동시에 제공했다. 이를 통해 좀 더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유료 다운로드 시장에서 성인 영화가 강세인 건가? ‘영화’가 아니어도 꽤 많은 ‘영상’이 있는데?
성적 코드의 영화가 강세를 보이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단순히 성적 코드에만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관객은 성을 소재로 한 재미난 이야기를 보고 싶어 한다. 성담론이 자유롭지 않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영화는 일종의 해방구가 아닐까? 이제까지 극장이 그러한 역할을 해왔는데 온라인으로까지 그러한 경향이 이어진다고 본다. 성적 코드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청소년 관람 불가’영화들이 인기가 많다.

다른 장르도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영화가 인기가 많다는 것인가?
극장에서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 흥행에 불리하다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최근 국내 극장시장에서는 이러한 정설이 깨졌다. <추격자> 이후 액션 스릴러 영화 붐이 일면서 잔인한 영화들이 흥행했다. 그 결과 2009년 26편이었던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가 2010년 41편으로 늘었다. 2010년 한국영화 최대 흥행작인 <아저씨>도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였다. 최근 성인 영화의 흥행이 성공했기 때문에 이러한 분위기가 다운로드 시장으로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극장에서 흥행하는 영화들이 다운로드 시장에서 유리하다. 극장 흥행이라는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극장에서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유료 다운로드 시장에서는 성공한 영화가 있을까?
<페스티벌>은 극장에서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부가시장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페스티벌>의 경우 극장에서 흥행을 하지 못해 홍보 효과가 크지 않았다. 그래서 평균 판매 가격을 2천원으로 낮추었다. 가격에서 경쟁력을 확보했고 이 영화 역시 입소문을 탄 것으로 보인다. 극장 흥행에 실패한 영화가 유료 다운로드 시장에서 선전하는 경우는 트위터나 블로그를 통한 입소문 효과가 크다고 본다. <똥파리>가 대표적인 예다. 독립영화이다 보니까 많은 상영관 확보가 어려워서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해외영화제 수상 소식과 영화에 대한 호평이 입소문을 타면서 부가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었다. 중요한 건 역시 좋은 콘텐츠다. 영화만 좋으면 성공할 수 있다. 예전에는 그런 토대가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부가시장이 정상화로 가는 과정인 만큼 극장에서 흥행이 실패한 영화라도 유료 다운로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