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나 1

여배우는 알 수 없는 여자다. 그래서 동네 친구 앞에서 어떤 얼굴로 웃는지, 집에 있을 땐 어떤 옷을 입는지, 어떤 눈으로 창밖을 보는지 물었다. 그제야 김하늘이 빼꼼히 보였다.

레이스 카디건은 사카이 BY 분더샵, 베이지색 슬리브리스 톱은 클럽 모나코, 스타킹은 아장드보카퇴르, 목걸이는 스수와.
레이스 카디건은 사카이 BY 분더샵, 베이지색 슬리브리스 톱은 클럽 모나코, 스타킹은 아장드보카퇴르, 목걸이는 스수와.

 

드레스는 블리커, 망사 니트는 페이스 BY 쿤.
드레스는 블리커, 망사 니트는 페이스 BY 쿤.

아무래도 당신이, 김하늘은 김하늘인 것 같다. 어쩐지 마주하고 있으려니 입술이 잘 안떨어진달까? 무섭진 않은데, 뭔가 센 게 온다. 하하.

‘1박 2일’에 나왔던 처음 10분 동안의 김하늘 같다. 힘껏 감추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땐 엄청 긴장을 해서 그랬다. 카메라가 들어오는데 목소리를 어떻게 내야 할지…. 방송이 10분이나 20분으로 끝이었다면 사람들이 날 오해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게 꼭 오해일까? 그냥, 그런 이미지로 보는 게 아닐까? 어딘지 좀 차가울 것 같은 이미지? 새침할 것 같고, 좀 도도할 것 같고, (<온에어>에서의) 오승아 이미지처럼 강한 여배우 같은 느낌?

왠지 오승아 씨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사실, ‘1박 2일’이 나다. 그런 프로그램에서 진짜 내 모습을 감출 수 없지 않나? 차에 타는 순간 카메라가 있다는 걸 잊어버렸기 때문에….

진짜 김하늘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런 고민이 있었을까? 전혀 없었다. 하하. 내 이미지가 고정되어 있지 않았던 어린 시절에 나를 지금처럼 그대로 노출해야 했다면, 되게 두려웠을 것 같다. 근데 지금은 나이도 있고, 30대니까‘, 1박2일’ 섭외를 딱 받았을 때 기분이 좋았다. 바로 하겠다고 했다.

양치질하는 민얼굴이나, 맨손으로 포기 김치를 찢는 모습도 새로웠지만 여배우들끼리의 충돌을 보는 게 더 흥미진진했다. ‘최지우랑 김하늘이 같이 있다고?’ 그럴 것 같다. 여배우에 대한 이미지가 다 그러니까. 그런데 다른 여배우를 바라볼 땐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선입견을 가질 수도, 그들을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같이 하루 지내고 나니 이 사람들이 다 연예인이 아니었다. 완전히 곯아떨어진 여배우들을 옆에서 보는데, 그냥 편한 언니 동생 같아서 갑자기 정이 확 느껴졌다. 그래서 새벽에 혼자 씨익 웃었다.

연예인 친구가 없다고 말하는 걸 자주 봤다. 없다. 지금도 없다.

1박 2일 만에도 정이 샘솟는 당신에게? 그게, 좀…. ‘다른 연예인들이 나한테 선입견이 있어서야’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내가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다가가면 저 사람들이 날 싫어하지 않을까? 날 새침데기로 생각해서 내 말을 가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그런 식으로 먼저 나를 감췄던 것 같다. 어릴 때는 그게 나를 보호하는 방패고 벽이었다.

스무 살이었으니까? 맞다. 교복만 입고 살다가 갑자기 프로의 세계에 딱 뛰어들었으니까. 다른 연예인들과 눈만 마주쳐도 난 그냥 상처를 받았다.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내 표정을 보고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으면, 너무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동료에게 말 한마디라도 먼저 걸어볼 여유조차 없었다. 어쨌든 욕 먹지 않고, 버텨나가야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서,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10년 넘게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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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