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봤네

장기하와 얼굴들이 두 번째 앨범 〈장기하와 얼굴들〉을 냈다. 그냥 ‘장기하’라고 부르는 게 섭섭했는지, 무척 쿵짝이 잘 맞는다. 연주하면서도 춤은 계속 출 거라고 했다.

첫 곡이 지난 앨범과 많이 달라서 집중하고 있는데, “뭘 그렇게 놀래. 내가 한다면 하는 사람인 거 몰라”는 노랫말이 나와 웃었다.
장기하(보컬/기타) 전주 들으면서 놀라고 있는데, ‘뭘 그렇게 놀래’란 말이 딱 나오면 ‘땡큐’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그런 반응을 하는 사람이 많이 있으면 좋겠다.

선공개된‘ TV를 봤네’ 때문이기도 했다. 정작 앨범엔‘ TV를 봤네’와는 꽤 다른 음악이 더 많다. 어떤 반전을 노린 건가?
장기하 그런 건 아니다. 타이틀곡 두 개를 정했는데, ‘그렇고 그런 사이’가 좀 더 자극적인 노래라 동시에 공개하면‘ TV를 봤네’가 묻힐 것 같아서 먼저 내보냈다.

포크적인 요소가 줄어들었다. ‘깊은 밤 전화번호부’는 완전히 훵크다. 기타보다 신시사이저의 비중이 커졌고, 기타에도 퍼즈 효과를 많이 먹였다. 산울림과 송골매라는 이름이 더 커진 것 같달까?
장기하 딱히 산울림과 송골매의 영향이라고만 말하긴 어렵다. 물론 너무너무 존경하는 선배님들이지만, 영향 받은 걸로 따지만 외국 음악도 많다.

이번엔 밴드로 가보자 정도의 가이드라인이 있었던 건가?
장기하 그렇다. 노래를 만들면서 가장 적합한 사운드를 선택한 거다.

함께하던 미미 시스터즈 같은 경우엔 얼마 전 앨범에서 바니걸스와 인희의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의도적인‘ 레트로’를 표방했다.
정중엽(베이스) 예스러운 사운드를 만들려고 오르간 쓰고 퍼즈 쓰고 이런 건 아니다. 각 멤버들의 취향이 모이고, 거기에 같이 프로듀싱한 하세가와 요헤이 형이 조언을 해주고 하면서 만들었다. 롤모델이라거나 본받고 싶은 뮤지션의 어떤 음악을‘ 딱’하고 정해놓고 이 곡은 이런 느낌, 이 곡은 이런 느낌 이렇게 따라 만든 건 아니다.

이 앨범에서 하세가와 요헤이는 무슨 역할을 했나?
장기하 예전부터 객원 기타리스트로 활동해왔다. 이번에 노래를 만들다 보니 형한테 자문을 구할 부분이 많았다. 편곡도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직접 연주하지 않은 곡도 계속 녹음실 와서 들으면서 조언해줬다.
정중엽 예를 들어 아까 얘기한 퍼즈 같은 경우에도 양평이형(요헤이)은 국내에서도 유명한 퍼즈 마니아다. 신발장에서 퍼즈가 발견될 정도다.
이민기(기타) 퍼즈만 50~60개 있다. 퍼즈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이펙터들이 많다. 그런 걸 하나하나 연결해보고 가장 노래에 어울리는 걸 썼다. 꼭 퍼즈를 쓰려고 한 건 아니다. 오버드라이브니 디스토션이니 다 써보니 그게 제일 잘 어울려서 고른 거다.

이런 음악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음악인가? 앨범 이름도‘ 장기하와 얼굴들’, 셀프타이틀이다.
장기하 1집도 하고 싶은 거 한 거고, 2집도 하고 싶은 거 한 건데, 1집 땐 내가 작사, 작곡, 편곡을 다 했다. 이번엔 작사와 작곡은 내가 하되 편곡은 합주하면서 공동으로 작업했다. 녹음도 악기별로 따로 한 게 아니라 같이 스튜디오에서 공연하듯‘ 원테이크’로 녹음했다. 이런 변화가 밴드를 더 밴드답게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밴드다운 밴드로는 출발점에 서 있다고 생각했고, 앨범 제목도 그렇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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