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하고 하얀 운동화

달리지 않는 러닝화가 무슨 소용있나. 문득 납작하고 하얀 운동화가 떠올랐다.



1 잭 퍼셀 로우 7만9천원, 컨버스.
2 잉글레사 로나라바다 6만9천원, 빅토리아.
3 어센틱 3만9천원, 반스.
4 스카이므라 SL 9만9천원, 트레통 by 긱샵.
5 센터 로 5만9천원, PF 플라이어스.
6 클래식 11만9천원, 트윈스 by 퍼블리시드.
7 척 테일러 로우 4만7천원, 컨버스.
8 로얄 5만9천원, 프로케즈.
9 2750 클래식 6만5천원, 수페르가.
10 챔피언 3만9천원, 케즈.

요즘 남자들 사이에서 끝내준다는 평을 듣는 운동화는 언제나 러닝화다. 최근 새로 나왔다는 운동화도 십중팔구 러닝화다. 너도나도, 여기저기서 2011년의 결론은 역시 러닝화라고 말한다. 중학교 체력장 이후로는 한 번도 달린 적 없을 것 같은 남자조차 점 찍어둔 러닝화 사이즈가 동났다고 가슴을 친다. 혼잡한 러닝화가 폭우처럼 쏟아지는데, 새하얀 운동화는 오히려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게 중심을 잡는다. 그래서 아름다운 흰색 운동화만 불러 모았다.

함께 두고 보니, 수증기를 갓 뺀 압력밥솥을 활짝 열 때보다 훈훈하고, 차지게 지은 고시히카리 쌀밥을 씹을 때보다 달달하다. 온 국민이 하프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는 듯한 지금의 열풍도 곧 사그라질 테지만, 그날을 위해 순전한 양같이 정결한 흰색 운동화 하나를 미리 준비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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