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뚜렷한 대상 1

김옥빈은 숨기지 않는다. 숨길 것도 없다. 망설이지 않는다. 그건 천성이다. 하고싶은 걸 한다는 단순한 열정으로부터 이 진한 여배우는 여전히 진하다. 어때요? 묻자, 배고파요, 대답하는 김옥빈을 쳐다본다.

의상 협찬/ 소매에 시퀸 장식이 화려한 원피스는 미우 미우, 와인색 가죽장갑은 콜롬보, 목걸이는 스와로브스키.
의상 협찬/ 소매에 시퀸 장식이 화려한 원피스는 미우 미우, 와인색 가죽장갑은 콜롬보, 목걸이는 스와로브스키.

 

새빨간 원피스는 프라다, 귀고리와 오른손의 반지는 스와로브스키, 왼손의 반지는 까르띠에. 남자의 턱시도와 보타이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셔츠는 크리스 반 아쉐 by 퍼블리시드. 와인잔은 바카라.
새빨간 원피스는 프라다, 귀고리와 오른손의 반지는 스와로브스키, 왼손의 반지는 까르띠에. 남자의 턱시도와 보타이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셔츠는 크리스 반 아쉐 by 퍼블리시드. 와인잔은 바카라.

분홍 머리 여자와 마주 앉으려니, 안 좋은 머리로 작업 걸려는 아저씨 같은 기분도 드네요. 으흐흐. 취향 때문에 이 머리를 했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김옥빈이라면 그럴 만하다고 느끼나 봐요. 사실은 지금 촬영하고 있는 영화 때문이거든요. 엄청난 골초에다, 세상을 향한 불만을 몸으로 표현하는 여자애. 제목은 <시체가 돌아왔다>.

한 번에 읽히는 시나리오만 고른다고 말한 걸 봤지만, 하필 ‘김옥빈은 좀 이상한 애 같아’ 할 만한 것만 한 번에 읽었죠. 그게 그렇게 되나요? 다른 사람이 하면, 쟤 미쳤나 봐, 이럴 수 있는데, 김옥빈? 걘 할 것 같애, 이런 반응이 들리니까 재밌어요. 다음 영화는 비뇨기과 간호사예요. “남자는 겉만 봐선 모르죠?” 이런 대사 막 날리는. 으흐흐.

이 웃음소리를 어떻게 써야 할까요. 느낌으론 ‘꺄르르’ 비슷한데, 소리로는 ‘으흐흐’고. <박쥐>에서 태주가 내던 소리. 꿈틀거린달까. 생생하고, 세요. 그렇다고들 하더라고요.

김옥빈은 세요? 그렇다고들 하더라고요. 으흐흐.

그런가 하면 안티도 유난했죠. 많다기보단 유난했죠. 그쪽 방면으로 한창 잘나갈 땐 사무실에서 ‘가십걸’이라고 불렀어요. “우리 옥빈이는 어째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어.” “그래 김옥빈 네가 다 해먹어라.” 막 이러고.

그렇게 말해도 괜찮다고 여기는 사람인가 봐요? 받아들일 줄 알게 되었으니까요. 예전엔, 사람들이 가십과 논란을 원한다는 걸 모르는, 미디어의 속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애기였어요. 촬영하다가 춥다고 울고, 아프다고 주사 놔달라 그러고. 정말 떼쟁이 떼쟁이. 그러다 철이 좀 들었어요. 그런 얘기가 오히려 약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됐고. 진짜로요. 아까 촬영할 때 반지를 손가락마다 끼니까, 회사 팀장님이 “된장녀 된장녀” 놀리는 거예요. 그럼 “왜? 내가 이뻐? 내가 최고의 된장녀가 되어줄게” 이러면서 모델 포즈를 취하죠.

김옥빈의 지갑엔 할인카드가 아홉 장쯤 있었다고 쓰는 건 어때요? 하하, 그런 거 없으면 쇼핑 못하죠. <여배우들>할 때, 제가 감독님께 제안한 에피소드가 있어요. 저한테 악플 단 친구들한테 내가 막 악플 달고 노는 거 찍자고. 감독님도 좋다고 했는데, 쳐냈어요.

이런 걸 하면 안 될 것 같다거나, 작품을 고를 때 어떤 제약을 두기도 하나요? 그런 건 없어요. 마음이 가느냐의 문제만 있어요. 맘에 들면 들이대는 스타일이에요.

하고 싶은 걸 하는 건 중요하지만, 그러다 너무 큰 범위의 배우가 되기도 하죠. 들판에 널린 꽃처럼. 좀 궁금해요. 들판에 널린 꽃이 아닌 저는 지금 어떤 느낌의 배우죠?

음, 골짜기의 파리지옥? 으흐흐. 언제나 가야 할 방향을 알아차리고 가진 못할 거예요. 중심을 잡기 위해 좀 더 스스로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얼굴은 맘에 들어요? 여배우에게 성형에 대해 물어볼 때면, 묻는 쪽이나 대답하는 쪽이나 묘한 신경전이 있죠. 오늘은 ‘김옥빈 고3 얼굴 인증’이 검색어 순위에 오른 날이죠? 떴어요 떴어. 증명하는 날이죠. 난 자연인이야! 으흐하하하. 봤냐? 으흐흐흐.

그땐 거울 보면서 이 얼굴로 뭐가 돼도 되겠구나, 생각했었어요? 아뇨. 진짜 준비가 안 된 아이였는데, 어느 날 너 공주 될래? 하면서 끌고 가더라고요. 어쩌다 끌려온 곳이 여기인 셈인데, 이 일을 이런 마음으로 임하게 될 줄 몰랐어요. 처음엔 철이 없어도 여간 없는 게 아니었어요. 뭔 말 하다가 이리로 빠졌죠?

성형 얘기, 얼굴 얘기. 오똑한 콧날 말고, 똥글똥글한, 애기같이 뭉툭한 이 코가 너무 좋거든요. 이쁜 코는 아닌데, 어쨌든 저는 제 얼굴을 너무 좋아하나 봐요. 으흐흐.

다행히도 그 코가 아직 거기 있네요. 어때요? 뭔가 계획하고 움직이는 편인가요? 아뇨. 그냥 즉흥적인 경우가 많아요. 행동이 앞서기도 하고요. 미래에 대해서도 30대나 40대보다는 나중에 파파할머니가 됐을 때만 생각해봤어요. 유치원이나 놀이터에서 애기들 모아놓고 재밌는 얘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옛날에 이 할머니가 말이지….

뱀파이어라서 사람 피를 빨아먹었는데…. 애들이, 진짜요? 하면, 오늘은 너를 잡아먹겠다!

꿈은요? 계획 말고. 꿈이요? 어떤 꿈? 음, 저는 지금보다 훨씬 못된 애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