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박영진은 누가 키우나?

전국의 358만여 소는 남하당 대표 박영진의 1년에 걸친 걱정에도 불구하고 잘 컸다. ‘두분 토론’이 끝나고, 이제는 자신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개그콘서트> ‘두분 토론’의 마지막 회. 김기열이 어조를 바꿔 말한다. “두분 토론이 오늘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관중들 사이에서 “아아” 하는 탄성이 나온다. 김영희가 옆에서 겸연쩍은 표정을 짓는다. 아쉬운 한편 뿌듯할 때, 누구든 그런 표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남하당 대표 박영진의 비쭉 솟은 눈썹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이게 다 여자 PD가 와서 그래!” 어엿한 마무리가 새삼스레 좋았다. 박영진이 덧붙였다. “마지막이라고 생각 안 했어요. 저번 주와 똑같았죠.”<개그콘서트>가 공개 코미디 형식을 가졌다는 건, 그의 말에 따르면 “많은 사람을 웃기는 게 최우선순위”라는 지향을 보여준다. 세상의 효율은 더 큰 판돈을 거는 사람이 더 많은 걸 갖는 방식으로 돌아간다. 고된 준비를 필요로 하고, 극도의 긴장감과 대면하며, 실패할 경우 차라리 비난이 나을지 모를 정적을 감당한다. “하지만 그 박수와 환호는 경험해보지 않으면 몰라요. 지금도 무대 얘기하니까 소름 돋는 거 봐요.”

1년 전, 그는 목소리나 분장 등에 변화를 주어 새로운 개그를 시도하고자 했다. “그때까지 저는 누군가를 다그치고 무시하는 역할만 했어요. 반말만 썼죠.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잘 안 됐어요.” 다시 반말이었다. ‘두분 토론’은 김기열과 김영희의 제안으로 “숟가락만 얹은” 코너다. 하지만 매회 허를 찌르는 발상, 말의 내용과 어조가 모두 특별했던 유행어들, 가까스로 얄밉고 마는 ‘마초’ 연기에서, 다른 사람의 필체는 발견할 수 없었다. 개그맨 박영진은 고유했다. 하지만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인 개그맨 박영진과 박영진의 필체는 달랐다. 박영진은 개그맨 박영진처럼 기고만장하지 않다. 잘하는 게 뭔지 알면서, 그것과는 다른 새로운 걸 시도한다. 계산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으면 스스로를 통제하기 어렵다. 결재 서류를 든 회사원처럼 소심해진다. 무엇보다, 지나가는 행인에서부터 건강에 이르기까지, 없는 걱정을 만들어서 한다. “가능한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해요. 집 비밀번호를 일주일에 한 번씩 바꾸죠.” ‘두분 토론’의 그 센 연기를 보면서, 박영진이 과도한 걱정 속에 파묻혀 살 거라고 추측한 사람은 없었다. 세상에 마음 편히 일하는 사람은 없다지만, 종방처럼 넥타이 좀 풀고 놀아도 괜찮을 순간에, 끝끝내 넥타이를 풀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개그맨 박영진이라면 박영진에게 뭐라고 얘기해줄까? 김기열에게 “에라이”하면서 퍼붓던 저주의 수준을 생각하면 만만치 않다. 걱정 많은 박영진에게 개그맨 박영진의 ‘반말’은 스스로의 정신을 번쩍 깨우는 또다른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항상 계획을 세워서 저를 다그치는데, 그다지 계획대로 되는 건 없어요. 하지만 딱 하나 계획대로 됐죠, 개그맨.” 박영진이 앞으로 더 많이 걱정한데도, 걱정할 일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