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송중기를 꽃이라 했나

송중기는 스스로 꽃피고 있다. 그를 예쁜 배우로 한정하기엔 이미 늦었다.

셔츠는 닐바렛, 금색 보타이는 알렉시스 마블 BY 10 꼬르소 꼬모, 가죽 장갑은 니나 리치 맨.
재킷과 보타이는 돌체&가바나.

송중기에 대해 지레 판단한 것들. 고무줄 머리띠를 하고 세수할 것 같은 남자, 우연히 예쁜 얼굴로 데뷔한 배우, 술 담배도 안 하는 모범생. 그런데 <뿌리 깊은 나무> 단 4회 출연으로 갑자기 걷혔다. 송중기는 어린 세종 ‘이도’를 연기했다. “이도 역할로 캐스팅을 확정한 뒤, 정말 별 욕을 다 들었어요. 주변에서 작품 보는 눈이 그렇게 없냐고, 네가 지금 거절한 주연 드라마 중 잘된 게 얼마나 많은데,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냐고…. 그 말 듣고 혼자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선택한 거 맞나 틀리나 한번 보자, 이 새끼들아!’” 송중기는 이야기를 하면서 곧잘 거친 단어를 썼다. 그게 곱상한 이미지를 깨려 부러 그러는 것인지 궁금한 건 처음 5분뿐이었다. 그를 독한 남자라고 생각하면서 얘기를 나누니, 뭔가 자연스럽게 풀리고 있었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도, 일상적으로 운동을 할 때도, 오기는 그를 강력히 미는 힘. “스스로에 대한 오기죠. ‘역기 이거 세 개 더 못 들면, 넌 병신이야’라고 생각하거나 ‘좋은 학교 잘 다니다가 왜 딴따라 하려고 그러냐’는 말을 들으면 오기로 더 연기 연습했어요.” 젊은 배우가 열정적인 연기를 하겠다고 몸부림칠 때면, 덧칠한 것처럼 두껍게 부서지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송중기의 ‘이도’는 담백했다. 힘주지 않았지만 힘이 있었다. “<성균관 스캔들>할 땐 <전우치> 강동원 역할이나 <캐러비안의 해적> 조니 뎁을 보고 따라 했는데, 이번엔 안 그랬어요. 대본에 없는 것도 좀 더 해보려 하던 습관도 다 버렸어요. 정면 돌파했어요. 대본만큼만 제대로 잘하는 거, 그걸 배운 것 같아요.” 물론 좋은 대본의 힘도 컸지만, 송중기의 눈빛이 이미 변해 있었다. <뿌리 깊은 나무> 2회, 이방원(백윤식)과의 대결 장면에서 도포자락 속 다리는 떨고 있을지언정 이방원을 똑바로 노려보는 이도는 두고두고 생각나는 명장면이 아닌가. “와, 짱이다. 내 마음고생을 알아달라는 건 아니지만, 배우 입장에서 마음고생이 헛되지 않았구나, 그런 생각이…. 아, 뿌듯하네요.” 인터뷰 내내 등을 꼿꼿히 펴고 있던 그가 휙, 상체를 당겨 자세를 고친다“. 배우가 되고 싶냐, 톱스타가 되고 싶냐 물으면, 전 사실 스타가 되고 싶다고 말할 거예요. 스타가 된 다음엔 선택권도 많아질 테고 그래야 좋은 배우가 빨리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톱스타가 되면 어쩔 수 없이 벽이 생기겠죠. 음, 나 자신만은 그 벽이 없다고 생각하면 돼요. 벽 뒤에서 ‘나 톱스타잖아’ 하는 사람은 되게 초라해 보일 거예요.” 작은 틈 사이로 쏟아지는 폭포 같은 말. 자신을 온전히 맡기고 싶은 감독은 유하, 함께 연기하고 싶은 여배우는 누구든 예쁘면 된다는 망설임 없는 생각. 집에서 혼자 소주를 마시는 버릇, 취해서는 옛날 여자친구에게 전화도 거는 무모한 용기…. 얼음을 뚫은 초봄의 꽃처럼 송중기는 꽃미남의 벽을 훌쩍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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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