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김C로 보이니?

김C의 직업을 쓸 땐 방송인보다 음악가를 먼저 써야겠다. 솔로 앨범 <Priority>는 그가 말 대신에 건네는 음반 같았다.

의상 협찬/ 셔츠는 엔지니어드 가먼츠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팬츠와 벨트는 본인의 것.
의상 협찬/ 셔츠는 엔지니어드 가먼츠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팬츠와 벨트는 본인의 것.

 

김C가 담배 한대만 피고 하자고 했다. 하지만 담배 물고 있는 모습이 좋아서 한대 다 필 시간은 주지 못했다.
김C가 담배 한대만 피고 하자고 했다. 하지만 담배 물고 있는 모습이 좋아서 한대 다 필 시간은 주지 못했다.

이번에 나온 <Priority>는 솔로 앨범이다. 모르는 사람들은 이제 혼자 남은 건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워낙 멤버 교체가 잦았으니까. 그럴 수 있다.
베를린에 가서 멍하니 한 6개월간 놀면서, 사고 싶은 거 다 사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니까, 결국 기타를 잡았다. 그런데 작업을 하다 보니까 이건 뜨거운 감자에서 표현할 것, 이건 내가 표현할 것, 자연스럽게 분리가 됐다. 뜨거운 감자 앨범을 먼저 낼까도 생각했는데, ‘고백’이 있었고, 뜻하지 않게 인기를 얻어서 쉬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사람들이 나의 보이는 면에 대한 편견이 있다 보니까, 그걸 좀 걷어내고 싶었다.

스스로 가장 걸리는 편견이 뭔가?
굳이 말하면, 나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

크게 관심이 없어서 모를 수도 있지 않나?
관심이 없진 않을 거다. 여덟 살부터 여든 살까지 아는 사람이 돼버렸으니까. 얼마 전에 냉면을 먹으러 갔는데, 한 아저씨가 옆 테이블에서 날 보고 “어이!” 이랬다. 모르는 사람인데. 좀 이따가 아저씨가 뻘쭘해서, “미안해요, 아는 사람인 줄 알고” 했다. 워낙 친근한 프로그램에 나와서,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거다. 하지만 그건 나를 모르는 거다.

어떤 앨범인가?
조금 해체해서 들어보면 아주 간단한 음악이다. 한 소절로 죽을 때까지 반복하는데, 노래는 일곱 마디 패턴이고, 리듬은 여덟 마디 패턴으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린다. 이런 건 혼자서 가능하다. 근데 이것도 혼자냐 하면 혼자는 아니다. 공동 프로듀서인 달파란이 있었다. 우연히 베를린에서 그를 만났다.

아, 달파란. 어쩐지…. 예전 뜨거운 감자의 노래를 들을 때, 김C가 하고 싶은 건 좋은 팝송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앨범을 들어보니 소리를 포함한 음악 전체를 조형하는 감각이 돋보였다.
어떤 제품에도 ‘클래식’이 있다. 베를린에서 행주를 여러 개 사서 써봤는데, 맨 처음 산 게 클래식이었다. 그러다 뭐 ‘뉴’도 쓰고 이것저것 써봤는데, 결국 클래식이 제일 잘 닦이고 좋았다. 클래식은 시간이랑 상관없다. 내가 만들고 싶은 건 클래식이다. 지금 들으나 15년 뒤에 들으나, 시간과 상관이 없는 것. 내가 이 음반의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 어떤 걸 했는지 자세하게 얘기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그러고 싶었다.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LP를 발매한다. 턴테이블로 음악을 듣는다면, 하이파이 시스템을 갖춘 사람일 테니까.

소리에 좀 더 공을 들여야겠다고 생각한 배경이 있나?
사실 그전에도 소리에 대한 양보는 없었다. 어떤 앨범도 보통 밴드랑은 다른 소리가 날 거다. 근데 악기 편성, 멜로디, 곡 구성에서 어느 정도 검열을 거치면서, 듣는 사람도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엔 회사에도 “이건 분명히 망할 거야,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 나는 이 앨범이 보편타당한 사람들의 감성을 어루만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 음악이 너무 훌륭해서 너희들은 모른다는 게 아니고, 쉽고 어렵고의 문제도 아니다. 익숙하고 낯설고의 문제다. 맨 처음에 생각한 게 미니멀이다. 단순한 악기 구성, 하지만 소리는 양보하지 말자. 온 나라가 노래 오디션 열풍인데, 사실 나는 부르는 데 큰 목적이 없다. 누가 만들었는지가 나한텐 더 크다. 더군다나 이건 그런 앨범이 아니다.

사실 이 앨범은 베를린의 영향으로부터 뭔가가 툭 튀어나온 게 아닐까, 하는 가설이 있었다.
뜨거운 감자의 앨범에서도 한 곡씩은 시도를 했다. 그런데 베를린에 가니까 사운드가 들렸다. 한국에서 거리를 다니면 멜로디가 들리지 않나. 거기서 지점이 명확해졌다. 자꾸 유학 갔다 왔다고 오보가 나는데, 놀려고 간 거다. 유람의 결과물이다.

겨우 ‘고백’으로 대중적인 지지를 얻었는데, 왜 삐딱하게 나가지 싶기도 하다.
나도 걱정은 된다. 그런데 이건 뜨거운 감자 앨범이 아니니까. 내가 독일에 갔다 온 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데, 예전을 답습한다는 건 재미없다. 나는 나를 제대로 표현하는 게 제일 기분 좋은 일이고, 재미난 일이다.

앨범 제목이 가리키는 ‘우선 사항’은 대중이 아니라 당신이라는 건가?
베를린에도 ‘우리’라는 말이 있지만, 내가 먼저다. 주변을 보면 다들 돈 하나 바라보고 살아서, 행복한 사람이 없다. 돈이 사람들의 꼭대기에 가도록 만든 과거 지도자의 그 의식, 부정 축재는 둘째고 그게 문제인 것 같다. 그 의식이 지배하다 보니 대기업에 입사해서 돈 벌고 이런 걸 최고의 행복으로 안다. 그래 봐야 일개 재벌 기업에 돈 벌어다 주는 총알받이 같은거다. 개인이 안 행복하니까 말로 자꾸 우리라는 집단의식을 몰고 간다. 내가 볼 때 내가 행복해야지, 얘가 행복하고, 쟤가 행복할 것 같다. 베를린에서 만난 친구들한테 제일 많이 들은 얘기가 넌 뭐 좋아하니?, 였다. 그게 너무 큰 울림이었고, 되게 창피했다. 그런 면에서 내가 행복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그걸 찾았다. 스스로 뭘 해서 행복해질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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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책, 음반, IT를 담당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