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 있어요

거포들의 연쇄 이동이 유난히 많았던 스토브리그가 끝나고 새 시즌이 열렸다. 떠날 사람은 떠나고 돌아올 사람은 돌아온 8개 구단의 중심타선을 이상적으로 재구성했다.

1. 삼성 라이온스
3 이승엽 4 최형우 5 박석민
이승엽과 최형우를 연이어 상대한다는 건 투수에겐 엄청난 스트레스다. 다만 최형우가 이승엽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앞 타자가 잘 치니까 덩달아 신나서 잘 치는 것과, 욕심을 부리는 것은 다르다. 3, 4번에 비해 5번은 무게감이 떨어진다.배지헌(야구 칼럼니스트)
3 이승엽 4 최형우 5 박석민
이승엽은 예전처럼 세지 않다. 그러나 젊은 투수들은 그의 홈런을 보며 자랐기 때문에 원초적 두려움을 느낀다. 최형우는 전성기 때 이승엽에 근접했다. 정교하고 힘도 좋다. 박석민은 좌투수에겐 이승엽, 최형우보다 더한 공포의 대상이다. 박동희(<스포츠 춘주> 기자)

2. SK 와이번스
3 최정 4 안치용 5 박정권
3번과 5번은 리그 수준급이다. 선구안이 좋고 ‘한 방’도 있다. 특히 큰 경기에선 성적 이상으로 위력적이다. 문제는 풀타임 4번 타자감이 없다는 것. 안치용, 이호준, 조인성, 정상호는 모두 좋은 타자지만 확고한 4번이라고 하기엔 다소 어색하다. 투수들이 최정을 피해갈 가능성이 높다. 배지헌
3 최정 4 안치용 5 박정권
최정은 좌투수 우투수 가리지 않고 강하다. 안치용은 주자가 없을 때는 출루율이 높고, 주자가 있을 땐 득점권 타율이 높다. 박정권은 해결사다. 선수 시절의 한대화처럼 박빙의 승부에서 타점을 기록한다. 홈런은 적을지 몰라도, 가장 단점이 적은 중심타선이다. 박동희

3. 롯데 자이언츠
3 손아섭 4 홍성흔 5 전준우
이대호가 빠졌지만 여전히 세다. 세 선수의 성향이 비슷하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워낙 적극적이고 공격적이라 투수와 수비수가 받는 압박이 상당하지만, 한편으로 편하게 느낄 여지도 있다. 한꺼번에 터지거나, 같이 슬럼프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4번 자리에서 홍성흔의 활약이 관건이다. 배지헌
3 전준우 4 홍성흔 5 강민호
이대호가 빠져 밋밋하지만, 이상적인 조합이다. 손아섭은 리그에서 가장 적극적인 타자다. 공만 좋으면 초구부터 배트가 나간다. 반면 홍성흔은 리그에서 가장 신중하다. 선구안이 뛰어나고, 공을 오래 본다. 전준우는 쳐야 할 때와 기다릴 때를 구분할 줄 안다. 박동희

4. KIA 타이거즈
3 이범호 4 최희섭 5 김상현
변수가 많다. 이범호가 건강하게 복귀하고, 나지완이 몸 쪽 공에 대한 부담을 털어내고, 김상현이 2009년의 기량을 되찾는다면 8개 구단 중 가장 강하다. 그러나 시즌 두 번째 경기에서 KIA의 3번은 안치홍, 5번은 신종길이었다. 어쩌면 올해 KIA 팬들은 ‘플랜B’ 타순 ‘플랜A’보다 더 자주 보게 될지도 모른다. 배지헌
3 이범호 4 나지완 5 김상현
이름값만 보면 한 시즌 80홈런, 200타점 합작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우타-좌타-우타’의 지그재그 타선이란 점도 인상적이다. 게다가 셋 다 리그 정상급 투수들에게 강하다. 하지만 하나같이 아프다. 언제쯤 세 선수가 동시에 뛸 수 있을까? 박동희

5. 두산 베어스
3 김현수 4 김동주 5 최준석
팀 내 최고 타자가 3번, 정확하고 힘도 좋은데 경험까지 풍부한 타자가 4번, 언제든 한 방 기대할 만한 타자가 5번이다. 2010년 팀 홈런이 급증했던 건, 두산의 발야구에 당한 상대 투수들이 타자보다 주자에게 더 신경을 쓴 탓이다. 주자들이 활발하게 뛰면, 중심타선의 홈런 수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배지헌
3 김현수4 김동주 5 최준석
뛰는 야구는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세 선수의 도루를 합하면 총 11개였다. 3안타로 1점도 내기 어려울 수 있단 뜻이다. 반면 이 중심타선은 광활한 잠실구장에서 45홈런을 합작했다. 두산 중심타선의 최대 장점은 호흡이다. 4년째 셋이 3, 4, 5번을 친다. 박동희

6. LG 트윈스
3 이병규 4 정성훈 5 이병규
큰 이병규는 3번과 5번 어디에도 적격이지만, 다른 두 자리의 무게감이 떨어진다. 특히 정성훈은 타격능력과 별개로 4번 타자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김정준 SBS ESPN 해설위원은 “신중함이나 집중력이 좀 부족하다”며 “타격 성적은 나올지 몰라도, 팀 입장에선 마이너스 요인이 더 많다”고 평했다. 배지헌
3 정성훈 4 이병규 5 박용택
LG 타선은 좌타자 일색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무슨 일이 있어도 올 시즌 4번은 우타자”라 공언했다. 중책을 맡은 정성훈은 지난 몇 년간 하위타선에 배치됐었다. 중심타선이 받는 부담의 크기는 완전히 다르다. 큰 이병규가 4번으로 가는 게 나아 보인다. <b.박동희

7. 한화 이글스
3 장성호 4 김태균 5 최진행
지난해 한화는 최진행이 4번을 쳤다. 올해는 최진행이 5번이다. 김태균이 오면서 중심이 확실히 잡혔다. 선구안이 좋은 장성호, 장타와 정확성을 겸비한 김태균은 잘 어울린다. 다만 공백기가 긴 김태균의 몸 상태가 너무 빨리 올라온 게 걱정스럽다. 김태균이 흔들리면 타선 전체가 삐걱댈 수도 있다. 배지헌
3 장성호 4 김태균 5 최진행
장성호는 어깨 부상을 떨쳤고, 김태균은 최전성기에 한화로 복귀했다. 최진행은 더 이상 상대 투수의 집중견제를 받지 않는다. 이 정도면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돌아왔다고 해도 될 법하다. 그러나 처음 손발을 맞춰보는 만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기도 하다. 박동희

8. 넥센 히어로즈
3 이택근 4 박병호 5 강정호
건강한 이택근과 지난해 후반기의 박병호, 2010년의 강정호라면 막강한 수준이라고도 할 만하다. 이택근은 꾸준하다. 제 모습을 찾지 못하던 LG 시절에도 3할은 쳤다. 박병호에겐 집중 견제가 들어올 것이다. 몸 쪽 공과 변화구 대처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한 차례 고비가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배지헌
3 이택근 4 박병호 5 강정호
이택근은 부상에서 회복했다. 박병호는 ‘제2의 김상현’이 될 수 있다. 강정호는 지난해 부진을 털어내고 3할과 20홈런을 기대한다. 그러나 이택근의 허리 부상은 재발 위험이 크고, 박병호는 2009년이 아닌 2010년의 김상현이 될 수도 있다. 강정호는 2009년 이후 내림세다. 박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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