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와 생김생김 2

6인의 빼어난 장인과 디자이너와 아티스트가 만든 쓸모 있는 것들. 그리고 그것들의 독창적인 생김생김.

이광호

이태원 포스트 포에틱스에 들어서려다 “저건 뭔가?”싶은 설치물과 마주친다. 가만 보니 색색깔 전선을 뜨개질하듯 엮어서는 이리저리 이어놓은 조명이다. 거기엔 ‘발명된’ 아름다움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진지했다. 이광호의 검정콩 같은 침착한 눈을 보며 그 진지함을 다시 생각했다. “계속 만들던 것들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 보내고 났더니 작업실이 휑해요.” 그의 작품은 해외에서 먼저 반향을 일으켰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첫 개인전 이후, 언제 다 치렀나 싶은 전시 이력 대부분이 해외다. 더구나 일일이 손으로 꼬아서 만든다는 노동집약형 과정을 필요로 하는 채. “속도가 좀 늘긴 했지만 여전히 필요한 만큼은 시간이 걸려요.” 건너뛰거나 생략할 수 없으니. 호스로 만든 의자에 앉아보았다. “이게 이런 느낌이었어요?” 발명된 안락이 있었다. www.kwangholee.com

램 아틀리에

밤인데, ‘램 아틀리에’는 환하다. 들여다보면 긴 치마를 입은 여인이 수직기로 뭔가 짜고 있다. 그러니까, 동화에서처럼. “작품에 동화됐죠. ‘동화’라면 오히려 그 ‘동화’가 내겐 맞아요.” 정영순은 패션 디자이너인 아들과 함께 옷을 만든다. 그러다 수직기를 들이고 아틀리에를 연 것은 발효된 갈망이었다. “나만의 천을 만들 수 없을까? 그림을 그리듯 만들 수 없을까?” 테이블 러너, 커튼, 발, 항아리 받침, 숄, 머플러, 포켓스퀘어…. 실로 직조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녀의 손으로부터 전혀 새롭곤 했다. “내가 ‘지구’라고 부르는 게 있어요. 용암이라는 게 땅속에선 얼마나 예쁜 색깔로만 존재하겠어요? 검은 흙과 나무가 있는 땅, 하늘은 또 얼마나 변화무쌍해요. 그걸 타피스트리로 표현했어요. 원칙이나 기법과 상관없이 마음대로 붓질하듯이.” 고객은 역시, ‘다른’ 걸 원하는 심미안들. 한 번은 유명 아티스트가 와서 모든 작품을 아주 그냥 싹 쓸어갔다. 02-723 -8216

하지훈

“ 장인은 디자이너가 되려고 하고, 디자이너는 장인이 되려고 하는 듯한 웃긴 분위기가 있어요. 시대를 냉정하게 보는 게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하지훈이 만든 것들에선 등잔, 소반, 장석 같은 전통적 요소가 대번 드러나지만, 어디까지나 첨예한 현대의 디자인으로서다. “좋은 디자인은, 왜 이렇게 만들었느냐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는 것이죠.” 하지훈의 디자인은 무엇보다 완결성을 갖췄다. 알루미늄을 아노다이징해서(전류로 산화시키는 방식) 마감한 소반이나 장석의 기능을 오로지 장식으로만 극대화시킨 캐비닛을 보면 모호하거나 걱정되는 부분이라고는 없이, 확실하다. “디자인은 계속 뭔가를 덜어내는 거잖아요. 그러다 더 이상 덜어낼 게 없을 때 완성된다고 봐요.” 자꾸 뭘 덧붙이는 걸 디자인으로 인식하는 세상에, 달처럼 반가운 디자이너다. www.jihoonh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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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디렉터] 곧 두 번째 책을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