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어땠어요?

텔레비전에 등장한 유명인의 문제적 옷차림에 대해 본 대로 느낀 대로 생각한 대로 얘기한다.



1. 고현정
부자연스럽다. 고현정이니까 저렇게 입을 수 있다는 얘기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고현정은 제작발표회 때 입은 전위적인 ‘커다란’ 수트 이후, 내내 치렁치렁한 옷을 입는다. 확실히 달라 보이지만, 독창적이라기 보다 고현정은 왜 옷을 저렇게 입나 싶은 의문이 먼저다. 여자의 40대, 특히 여배우의 40대는 어떤 ‘엘레강스’가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 측면에서 고현정은 너무 모험에 기울어 있다. 선과 각이 선명한 스타일은 어떨까? 그러기엔 또 해맑은 피부와 삼단 같은 생머리가 너무 환한가? 오선희(패션 칼럼니스트)

2. 태양
빅뱅의 이번 ‘Bad Boy’ 무대는 앞서나가는 이의 특별한 여유가 있었다. 특히 태양이 돋보였다. 타투를 한 옆구리를 슬쩍슬쩍 노출시키는 상의는 일일이 새롭게 재단한 것이었고, 무엇보다 ‘스키니’를 정면에서 반격하는 헐렁헐렁한 바지는 소재와 사이즈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딱 맞는다는 게 뭔지 (그 어렵다는 ‘핏’을) 정확하게 보여줬다. 빅뱅에게 기대하는 ‘첨단’을 오히려 ‘올드스쿨’ 쪽에서 풀어냈다는 점, 그걸 정확히 알고 무대를 꾸몄다는 점, 그리고 휙 사라져버렸다는 점, 이게 바로 패션 아닌가 싶다. 통쾌하다. 김봉법(패션 스타일리스트)

3. 박진영
뭔가를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하는 것. 그걸 ‘박진영스럽다’고 말해도 될는지. 멀쩡한 수트인 것 같지만 라펠이 온통 악어가죽이라든지, 흰 스타킹을 신는달지, “제가 패션은 좀 즐겨요” 우쭐하는 듯한 뉘앙스가 오히려 경박하게 보인다. 사실, 스타일이라는 고명이 없더라도 박진영은 이미 얼굴만으로 특별하지 않나? 한 가지를 단호하고 정확하게 정하면 어떨까 싶다. 가령 그게 색이라면, 빨간색 수트를 입는 거다. 잘 재단된 빨간색 수트 하나면 족하다. 포인트를 준다며 뭔가를 계속 더하지 않는 게 핵심이다. 최서연(아트디렉터)

4. CNBLUE
대부분의 가수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보다 뭔가 과장된 것으로 무대의상을 택한다.그런 와중 CNBLUE는 유일하게 자기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른 사람들 같다. ‘댄디’를 그저 댄디하게 풀 뿐, 무모한 시도를 하지 않는다. 악기를 들고 무대에 오르는데 악기마저도 스타일의 일부로서 어울려 보인다. 마치 패션 화보 속의 록밴드 같다. 에디 슬리먼이 찍은 밴드의 한국 버전 같기도 하고. 아쉬운 건 가끔 밝게 빛나는 회색 수트를 입는데, 그 자체로 나쁠 건 없지만 워낙 ‘은갈치’라는 부정적인 말이 따라붙는 옷이니만큼 보다 섬세한 연출이 필요해 보인다. 박정혜(<젠틀맨> 패션 디렉터)



1. 온유와 태민
SBS <인기가요>에서 ‘셜록’을 처음 선보이던 날, 이름처럼 늘 ‘온유하고’ 단정한 모습이던 온유가 가장 달라 보였다. 눈을 가릴 만큼 긴 머리에 굵은 웨이브를 넣고는 아무렇게나 흩어놓은 헤어스타일이 무척 새로웠다. 카키색과 따뜻한 회색과 금색으로 언제나처럼 부드러운 톤을 유지했지만, 새로운 헤어스타일과의 조화가 훌륭했다. 헤어스타일로만 보면 태민의 긴 머리도 획기적이었다. 새로운 세대, 새로운 경향, 과연 새로운 시대구나 감탄할 만했다. 그런데 온유와 태민은 점차 예전의 짧은 헤어스타일로 돌아갔다. 무슨 이유인지 궁금하고 허전하다. 허유(패션 디자이너)

2. 이제훈
드라마 제목이 <패션왕>이지만, 이제훈은 어색함을 숨기지 못하고 모조리 들킨다. 언젠가 이제훈이 입은 흰색 정장은 그냥 ‘새하얀 정장’일 뿐이었다. 남자 옷을 과장되게 다루는 패션 화보에서도 보기 드물다. 그야말로 현실감 제로! 별의별 옷을 입는 것도 배우의 재능이고 능력이라고 치면, 이제훈은 보다 섬세한 노력이 필요하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나 드라마 <스타일>에 출연하는 캐릭터의 옷과 스콧 슈먼이 거리의 멋쟁이를 찍은 사진을 비교하면 쉽다. 배우가 지나치게 옷에 힘을 주면 보는 사람은 부담 백배다. 신광호(<보그> 패션 뉴스 디렉터)

3. 유아인
딱 보면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게 보인다. 특별히 고급 브랜드의 옷을 끝내주게 잘 입어서가 아니라, 그저 티셔츠 하나를 걸쳐도 즐기는 느낌이 있다. 그건 곧 오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만약 이제훈과 역할이 바뀌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면, ‘부티나는’ 콘셉트가 그에게 어울릴지 확신이 서진 않지만, 감각이 있다면 그 또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잘 맞는 옷을 아는 것 혹은 반대로 옷에 잘 맞도록 표정과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 멋쟁이에겐 둘 다 필요하다. 배우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김석원( 패션 에디터)

4. 윤종신
그가 작년 <슈퍼스타 K>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던 멋진 모습을 떠올리건대, 최근 에서는 ‘디테일의 함정’에 빠진 것 같다. 옷에 대한 수많은 체험으로부터 그 깊숙한 매력을 발견하는 쪽이 아니라, 하필 잔재미에 연연하는 듯하다. 결과는 그냥 재킷이 아니라 ‘어디가 막 어떻게 된 특이한 재킷’을 선택하는 식이다. 아직 ‘캐릭터’를 잡지 못했다는 뜻일까? 어울리는 걸 찾는 노력은 좋지만, 매 회 다르게 보이려는 건 글쎄, 40대 남자가 듣기에 ‘팔색조’ 같은 소리는 환영할 말이 아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