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동차, 흉포하다

이달 가장 유쾌하게 진보한 단 한 대의 차. 10월엔 2013 아우디 RS5다.




엔진 V8 자연흡기 가솔린
배기량 4,163cc
변속기 자동 7단
구동방식 항시사륜구동(AWD)
최고출력 450마력
최대토크 43.9kg.m
최고속도 시속 250킬로미터
공인연비 리터당 7.3킬로미터
가격 1억 9백50만원





태풍은 서울을 막 지났지만 여운은 남아 있었다. 비는 계속 내렸고, 한국에 (아직) 한 대뿐인 아우디 RS5를 타고 도산대로를 지나고 있었다. RS는 레이싱 스포츠Racing Sports의 약자다. 아우디 S시리즈보다 여러모로 출중다는 뜻, 고성능 시리즈 중 가장 괴팍하다는 뜻이다. RS는 또 다른 차원의 차, 스포츠에 레이싱까지 붙여야만 가까스로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차, 얼굴이 새빨갛게 익을 정도로 달려도 지치지 않는 차다.

비는 이튿날 그쳤다. 한남대교를 건널 때 오전 10시, 부암동에서 북악스카이웨이를 오를 때 10시 반, 끝까지 갔다가 내려올 때 11시, 다시 한남대교를 건너 신사역 사거리에 도착했을 때 11시 반이었다. 한 시간 반 남짓, 엔진을 레드존까지 혹사시키길 여러 번 했다. 눈으로 확인한 순간의 최고속도를 지면에 밝히진 않을 것이다. 대낮의 서울, 북악스카이웨이는 한산했다. 그래서 몰아붙였다. 뒷바퀴를 살살 미끄러뜨리면서 코너를 탈출했다. 땅은 간간히 젖어 있었다. 따라서 차체자세제어장치는 끄지 않고.

아우디 RS5에는 V8 4.2리터 자연흡기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 들어 있다. 최대출력 450마력, 최대토크 43.9kg.m,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5초, 최고속도는 시속 250킬로미터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깨닫는 건 결국 내 몸 구석구석의 감각이다. 한 줄기로 흐르는 액체, 순간순간 좀 작아지는 것 같은 장기, 극한의 상황에서 좁아지는 시야 같은 것들. 그 모든 순간에도 청각은 쉬지 않는다. 코너로 진입하기 직전에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일 때 기민한 7단 기어가 저단으로 변속하면서 흥분하는 엔진 소리. ‘쿠릉! 쿠르릉!’ 자동차 말고 다른 무기물에서는 들을 수 없는 소리. 핸들을 꺾고, 2단에 물려 있는 기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시 가속 페달을 밟아 코너를 탈출할 때 나는 소리. ‘크앙! 카아아앙!’ 조수석에 앉아서 바싹 긴장한 또 다른 몸이 내는 기묘한 소리. ‘으어어어….’ 이 와중에도 뱅앤올룹슨 스피커에서는 브람스가 흐르고 있었으나….

다음은 아우디 항시사륜구동 시스템 콰트로의 믿음직한 감각이다. 턱 힘이 1.1톤에 달하는 아프리카 악어 네 마리가 각각 아스팔트를 물고 절대 놓지 않는 것 같았다면 설명이 될까? 성인 남자의 턱 힘은 약 57킬로그램, 사자는 360킬로그램, 하이에나가 450킬로그램 정도다. 어떤 차는 운전자를 겁박한다. 더 빨리, 더 대담하게 혹사시켜보라고 부추긴다. 아우디 RS5는 의연하다. 운전자가 감당할 수 있는 딱 그만큼의 감각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러니 아쉬운 건 길과 시간뿐. 아무도 없는 곳에서 시간 제한도 없이 아우디 RS5를 타고 도는 오후를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재미와 공포는 RS5 운전석에 아무렇지도 않게 잠재돼 있다.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한데도 그러지 못했던 한이, 이날 달린 모든 길과 시간에 남았다.

아우디 D컷 핸들은손에 감기고, 반경이작아서 RS5를 두손아귀에 쥐고희롱할 수 있다. 깊고쫀쫀한 버킷 시트,라디에이터 그릴로들어오는 공기가그대로 엔진으로빨려 들어가도록설계된 엔진룸은구조적으로도아름답다.




1. 메르세데스 벤츠 C63AMG
엔진 V8
배기량 6,208cc
최고출력 457 마력
최대토크 61.2kg.m
공인연비 리터당 6.7킬로미터
가격 9천4백30만원

2. BMW M3 4.0 DCT
엔진 V8
배기량 3,999cc
최고출력 420 마력
최대토크 40.8kg.m
공인연비 리터당 7.5킬로미터
가격 1억 2백80만~1억 1천6백4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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