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탐구한 테크

아는 만큼 탐구한 이달의 테크 제품.



테슬러 R601SW
진공관 라디오 R601에서 고급 진공관 앰프에 사용되는 EL84관과 6DJ8관, 2기의 풀레인지 스피커를 적용한 모델이 R601SW다. 출시가 68만5천원. 손으로 나무를 깎아 만든 라디오를 쓸 만큼 라디오가 귀중한 시대에 살고 있지 않기에, 회고적인 취미에 불과해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라디오에 대한 과소평가는 오히려, 사람들이 귀중한 걸 지나친 결과는 아닐지. 이를테면, 비치 보이스에게는 “신이 손을 흔들어서 로큰롤을 선사하는(‘That’s why god made the radio’)” 소리다. 클래식 FM, 이글 FM, 혹은 음악캠프에서 장르 음악을 접하던 때보다 세상은 넓어졌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에 좋은 음악은 많은데, 혹시 자신이 아는 세상만 보려다가 음악이 시시하게 들리는 건 아닐까?

R601SW가 시그널미터로 보여주는 10초가량의 진공관 예열시간 기다리는 것조차 짜증내게 된 건 아닐까? 옆에서 속삭이는 듯한 진공관 라디오를 듣고 있으면, 신은 몰라도 마법은 있는 것 같다. 리시버 IC와 내외장 안테나를 갖춰 난청지역 수신감도가 높아졌고. PC, CDP, MP3 등의 외부 입력도 지원한다. 세상은 넓고, 음악을 접하는 방법은 많으며, 음악은 마법의 증명이다.

RATING ★★★☆☆
FOR “지금은 라디오 시대.”
AGAINST 스트리밍 30일 감상권.



필립스 쇼크박스 SB7220
아이폰 도킹 스피커의 유행도 옛말이다. 블루투스 스피커의 치명적 약점이던 음질이 대폭 개선되면서, 이제는 꽂는 것도 귀찮아한다. 블루투스 스피커가 화제로 떠오른 지금, 필립스로서는 꽤나 생경한 모험을 택했다. 파나소닉이 터프 북으로 보여줬던, 실용성을 비웃는비현실적인 성능과 디자인이다. 이름부터‘ 쇼크박스.’. 방수를 지원하고 내구성이 뛰어난 고무 케이스를 채용한, 아웃도어용 스피커이나, 간판은 시작이다. 네오디뮴 마그넷을 채택해 출력 좋은 단단한 소리를 재생한다. 작은 카페쯤은 너끈히 채울만한 소리다.

손동작으로 재생, 정지, 뒤로, 앞으로를 조작하는 모션 인식은 쇼크박스의 목표가 어지간한 블루투스 스피커를 만드는 데 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USB 케이블엔 고주파 소음 제거기, 페라이트 코어를 기본 장착했다. 기념비적인 블루투스 스피커를 위해 얼마나 세심한 데까지 신경 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저가 26만원대.

RATING ★★★★☆
FOR ‘Shock’ 비스트.
AGAINST ‘The Fact’ 비스트.



젠하이저 IE800
플래그십 모델에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한 기업이 이룩한 디자인과 기술의 절정을 ‘파워 숄더’인 양 여긴다. 하지만 힘이 잔뜩들어가다 못해 조잡스러워지거나, 부담스러운 제품이 되는 일이 잦다. IE800은 플래그십 모델이라고 밝히지 않으면 섭섭할 만큼 작고 가볍다. 미끈한 케블라 섬유의 케이블이나 세라믹 하우징, 그 배면에 두 개의 에어덕트까지 보고 나면 범상치 않다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최저가 1백19만원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첫 인상은 청취하고 나면 즉각 무너진다.

상대적으로 작은 비중의 벨 같은 소리까지 정밀하게 표현한다. 아주 짧게 남은 잔향까지, 풍부한 여운을 전한다. 주파수간 균형 감각도 탁월하다. 단단한 저음을 들려주면서, 최근 유행하는 헤드폰들처럼 얼굴을 안마하지 않는 것도 좋다. 하지만 아무리 휴대기기 감상이 목적이라도, 헤드 룸이 좀 작다. 확 트인 감상이 덜 하다. 물론 생트집인 게, 1백만원이 넘는 이어폰이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얘기긴 하다.

RATING ★★★★☆
FOR <돈의 맛>.
AGAINST “ 답답한 내 맘이 더 아파오잖아” – ‘보랏빛 향기’.



레노버 싱크패드 X1 카본
싱크패드 라인의 울트라북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싱크패드 시리즈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과 울트라북이라는 시의성이 합쳐져 주목받고 있다. X1은 2011년 이후 처음 선보이는 후속작이나, 전작보다는 싱크패드 울트라북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 싱크패드 라인의 울트라북 가운데 최고 사양이다. 코어i7-3667U, 8기가바이트 램, 256기가바이트 SSD. 두께 1.88센티미터, 무게 1.36킬로그램으로 제원도 압도적이다. 최저가 2백69만원대로, 사양이야 가격 따라 간다는 걸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다.

정작 특기하고 싶은 부분은 재질이 ‘카본’이라는 점이다. 탄소 섬유는 가벼운, 고강도 소재다. 그 효과는 제원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과 같다. 하지만 만져봐야, 더 확실한 효과를 안다. 플라스틱이나 금속을 만지는 것과는 사뭇 다른 친숙함. 독립형 싱크패드 키보드의 키감이야 노트북에서 비교 대상이 드물지만, 카본 재질의 독립형 키보드는 더 뛰어나다. 특유의 또렷함도 유지하면서, 타이핑 시 기분 좋게 서걱댄다. 스스로 종이를 자를 때는 몰랐던 가위 소리의 경쾌함을 미용사의 가위 소리에서 비로소 알게 됐을 때와 비슷할까?

RATING ★★★★☆
FOR 탄소 섬유? 잘 알죠.
AGAINST 싱크패드 T430U는 최저가 114만원대.



벤타 LW-15
벤타를 들여놓고 아침이 산뜻해졌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었다. 별다른 광고 없이 입소문으로 충분했다. 4세대 모델로 이미 한국에서 견고한 입지를 구축한 벤타 공기청정기의 5세대 모델이 나왔다. 10년 만의 신제품이지만, 혁신은 없다. 벤타가 30년 전에 이룩한 혁신은 지금까지 유효하다. 벤타는 자연기화식 공기청정기이자 가습기다. 스스로는 ‘에어워셔’라고 호명한다.

물 입자보다 가벼운 공기 입자로 깨끗한 공기를 더 멀리 퍼뜨린다. LW-15의 경우, 20제곱미터의 가습면적과 10제곱미터의 정화면적을 지원한다. 침대 옆이나 책상 옆에 꼭 붙여놓을 필요가 없다. 오염된 실내 공기를 흡입함으로써 미세먼지나 유해가스를 제거하고, 다시 아래쪽에서 끌어올린 습도를 머금은 깨끗한 공기를 배출하는 식이다. 공기청정이 70퍼센트, 가습이 30퍼센트의 비율을 차지한다고 밝힌다. 5세대는 동일한 전력으로, 4세대에 비해 최대 30퍼센트, 그 능력을 향상시켰다. 물 부족 시 자동 전원 차단 기능도 추가됐다. 건조하게 말할 수밖에 없는 사소한 변화지만, 벤타를 집에 놓는 건 사소하지 않다. 최저가 35만원대.

RATING ★★★★☆
FOR ‘깨끗하게, 맑게,’ 조월.
AGAINST To see is to believe.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