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 레인지로버 4.4 디젤

이달, 보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자동차들. 그리고 단 한 대를 위한 영예. 4월엔 2013 올 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4.4 디젤이다.

엔진 직렬 8기통 디젤배기량 4,367cc변속기 자동 8단구동방식 파트타임 사륜구동최고출력 339마력최대토크 71.4kg.m공인연비 리터당 9.4킬로미터가격 1억 6천6백90만원

2013 올 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미 정복한 봉우리는 절대 넘겨줄 수 없다는 결기가 총총하다. 차체는 5미터에 달한다. 모든 사람이 더 풍족한 공간을 누릴 수 있다. 게다가 조용하다. 디젤 엔진이라고 시끄러운 레인지로버를 상상이나 할 수 있나? 레인지로버는 간결하게 만족시키고, 위풍당당하게 그 이상을 지향한다. 스피커는 바우어 앤 윌킨스에서 메리디안으로 바뀌었다. 선명한 해상도를 과시하는 쪽이 아니라 제대로 잡힌 균형의 아름다움에 설득당하는 편이다. 올 뉴 레인지로버는 4세대째, 10년 만에 모든 걸 바꾼 차다. 진화의 핵심은 체중감량이다. 차체 구조를 100퍼센트 알루미늄으로 짜면서 총 420킬로그램을 덜어냈다. SUV에 알루미늄 모노코크 차체를 쓴 건 레인지로버가 세계 최초다. 핸들링, 연비, 직진주행과 오프로드 성능이 한꺼번에 개선됐고 더 안전하기까지 하다. 타이어와 차체 사이를 버티고 있는 서스펜션도 더 단호해졌다.

핸들을 아무리 과격하게 꺾어도 차체는 평온한 수평을 유지한다. 소월길이든 북악 스카이웨이든 유영하듯 한다. 중국 고비 사막이나 미국 유타의 바위산이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빠르고 유연하며, 고급하고 평온하다. 디자인은 레인지로버의 유산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진취적이다. LED 조명을 적절하게 둘러 성격을 심었고, 차체에는 얇고 규칙적인 몇 개의 선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이 차가 새침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세계지도를 펼치거나 지구본을 돌려보면 좀 위안이 될까? 어떤 대륙이라도 횡단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은 위로받을 수 있을까? ‘어디든 달릴 수 있는 자동차’라는 건 사실 꽤 복잡한 얘기다. 트랙에서처럼 미세한 요소가 결정적인 차이로 귀결되고, 자동차 자체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첨단 기술과 물리적 한계, 개인의 담력과 시간의 제약…. 레인지로버는 이 모든 가능성의 꼭대기에 있다.



간결함이 핵심이다. 버튼의 개수가 반으로 줄었다. 그래도 기능을 해치지 않은 건 랜드로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구조가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화면의 버튼을 터치하는 식으로 모든 조작을 할 수 있는데, 지금 시장에서 살 수 있는 모든 자동차의 터치 중 가장 명쾌하고 구조적이다.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을 설명하는 그림도 검정 바탕에 흰 그림으로 단순화했다. 이런 단순함으로 지구의 모든 지형을 감당할 수 있는 첨단 장비들을 제어할 수 있다. 바이 제논 헤드램프는 주변 상황에 따라 알아서 밝기를 조절하고, 핸들이 꺾이는 각도를 읽고 달릴 길을 미리 비춘다.





THE HISTORY OF RANGE ROVER
“그걸 바꾸지는 말아주세요, 다만 더 나은 걸 만들어주세요.” 이미 레인지로버를 갖고 있는 고객들의 요구사항이 이랬다. ‘그것’을 유지하면서 전혀 새로운 차를 만드는 것이 레인지로버 디자인팀의 도전이자 숙명이었다. “유산, 그 자체가 영감이었습니다.” 랜드로버 디자인 매니저 스티브 울리는 이렇게 말했다. 왼쪽 위가 1970년에 출시된 1세대 레인지로버다. 2세대는 25년 후 1994년, 3세대는 2001년이었다. 고수하고자 하는 뭔가를, 이들은 분명히 지키고 있다. 그렇게 아이콘이 되었다.



THE ALUMINIUM EFFECT
알루미늄과 강철에 대한 편견이 있다. 단어의 성격으로부터 짐작할 수 있는 것들. 알루미늄은 휠 것 같고, 강철은 단단할 것 같다. 사실이 아니다. 알루미늄은 강철보다 단단하고 가볍다. 4세대 레인지로버의 차체 구조는 100퍼센트 알루미늄이다. 그것을 ‘알루미늄 모노코크 보디’라고 부른다. 가벼운 차체는 자동차 전반의 성능을 크게 개선하는 핵심 요소다. 이 구조물 자체만의 무게만 측정하면 BMW 3 시리즈의 구조보다 23킬로그램, 아우디 Q5보다는 85킬로그램 가볍다. 진화의 시작이고, 모든 성능 개선의 기초다.





THE OFF-ROAD INSTINCT
레인지로버는 자동차가 지나갈 수 있는 거의 모든 지형과 기후를 감당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오프로더다. 입사각과 탈출각은 각각 34.5도, 29.5도에 이른다. 올라갈 때는 하늘만 보이고, 내려올 땐 직각으로 꽂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깊이 90센티미터에 이르는 강이나 계곡은 그저 물에 뜬 것처럼 건널 수 있다. 바퀴를 넘어 헤드램프의 반이 잠기는 깊이, 운전석 문을 열고 팔을 내밀면 손가락 끝이 물에 잠기는 정도의 깊이다. 끊임없이 진화한 바, 극복할 수 있는 범위는 한계를 모르고 확장됐다. 1970년 1세대 레인지로버부터 내려온 성격이다.



<Your shopping list>
포르쉐 카이엔 터보는 1억 5천2백만원, 벤츠 G클래스 350 블루텍은 1억 4천8백50만원이다. 오프로드에서의 성능을 견주는 건 의미가 없다. 한국에서 달릴 수 있는 길 중 이들의 변별력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험로가 있을까? G클래스의 역사, 아이콘으로서의 지위는 이미 꼿꼿하다. 최대출력 수치가 좀 떨어진다 해서 상처가 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어느 한 부분이 모자란다는 판단도 섣부르다. 카이엔도 마찬가지다. 역사가 오래된 차는 아니지만, 포르쉐가 작심하고 만들어 시장이 인정한 SUV다. 공도와 트랙, 험로를 가리지 않는다. 명백한 포르쉐이면서 오프로더이기도 한 셈이다. 이럴 때 의지할 수 있는 건 주관 혹은 감각이다. 조언에도 의미가 없다. 선택은 아주 미세한 요소 때문에 갈리기도 하니까. 이 차의 버튼 하나가 너무 싫거나, 다른 차의 오디오 시스템이 내는 소리에 반하기도 하는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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