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어울리는 자동차 6

지금, 바다와 가장 어울리는 자동차 여섯 대를 샅샅이 관찰하고 대담하게 운전해봤다.

엔진 2,995cc V6슈퍼차지드 가솔린최고출력 340마력최대토크 45.9kg.m공인연비 리터당 8.4킬로미터0->100km/h 5.9초가격 1억 3천4백 ~1억 4천3백80만원


2013 JAGUAR XJ


재규어 XJ의 만족감은 명료하다. 옆선은 이렇게나 유려하다. 바람이라면 바람 같고, 바다라면 바다 같다. 자연스럽고 고급하다. 아름답지만 현란하지 않고, 뭘 말하고자 하는 의지 하나 없이 또다른 가치를 웅변한다. 실내에 쓰인 원목의 성숙함과 스포츠, 레이싱 모드를 넘나들 때 느껴지는 아찔함. 그렇게 달리고 나서야 이토록 품위 있는 자동차의 엠블럼에 성난 재규어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는 걸 깨닫는다. 곧 지나가고 말 유행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는 듯 관조하는 듯한 여유, 흔치 않아서 더 귀하게 느껴지는 독보적인 역설…. XJ는 재규어의 기함이다. 쉽게 가질 수 있는 차가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알 수 있다면, 아무도 갈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TIP! XJ와 메리디안
XJ는 뱅 앤 올룹슨과 바우어 앤 윌킨스를 거쳐 메리디안 오디오 시스템을 선택했다. 정교하고 선명한 소리에 깊이와 공간감을 더한 후 온전한 균형에 안착한 걸까?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이 내는 소리는 아무것도 보채지 않는다. 어느 음역대 하나 도드라지지 않는, 완벽에 가까운 균형감각을 가졌다. 동그랗고 은은한 XJ의 실내에 메리디안의 원만하고 깊은 소리를 더한 건, 바늘을 거꾸로 세운 듯 예리하고 날카로운 조화다. 운전석에선 오감을 만족시키는 쾌락 그 자체를 체험할 수 있다.

엔진 3,726cc V6 가솔린최고출력 309마력최대토크 38.7kg.m공인연비 리터당 9.3킬로미터0->100km/h N/A가격 4천2백20만원


2013 FORD MUSTANG COUPE


적어도 한국에서, 머스탱이 많이 팔리는 차는 아니다. 그 역사와 상징에 비해 머스탱만의 매력을 알 수 있는 기회도 적었다. 하지만 지평선이 보이는 미국 서부 고속도로를 넉넉한 엔진으로 달리는 그림…. 지난 2011년 미국 유타 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난 노부부는 머스탱 컨버터블을 타고 대륙을 횡단하고 있었다. 나이와 관계없이, 머스탱 운전석엔 젊음과 패기가 있으니. 꿈에는 무게가 없고, 가치는 실현했을 때 생긴다. 질주는 언제든 할 수 있다. 머스탱은 젊은 차다. 젊어서 지를 수 있는 고함 같은 엔진 소리, 넉넉한 감각으로 다 끌어안을 것처럼 돌아가는 핸들…. “어디까지 가요?” “바다가 나올 때까지.” 이렇게 노골적인 대화마저, 머스탱에선 그냥 자연스럽다.

TIP! 세상의 모든 머스탱
머스탱은 미국 서남부에 사는 야생마의 일종이다. P-51 머스탱은 2차 세계 대전에서 활약했던 전투기의 이름이다. 미 해군엔 USS 머스탱이라는 이름을 가진 배도 있었다. 히말라야 산맥 어귀에는 머스탱이라는 왕국이 있었고, 미국 오클라호마에는 같은 이름의 도시가 있다. 패티 스미스가 1973년에 출간한 시집 [Witt]에 실린 열두 번째 시의 제목도 ‘머스탱’이다. 사라진 왕국, 전투기의 이름, 혁신적 가수가 쓴 시, 결국엔 길들이기조차 어려운 야생마의 이름. 그게 머스탱이다.

엔진 1,796cc 직렬 4기통 가솔린최고출력 184마력최대토크 27.5kg.m공인연비 리터당 10.6킬로미터0->100km/h 7.0초가격 6천7백90만원


MERCEDES BENZ SLK 200


SLK는 독일어 Sport, Licht, Kurz의 앞 글자를 떼서 조합한 이름이다. 역동적이고, 가벼우며, 짧다는 뜻이다. SLK200의 성격과 외형을 포괄한다. SLK200을 타고 고속도로를 달릴 땐 배기량의 크기가 다 무슨 소용인가, 허탈한 심정에 빠지기도 한다. 1,796cc 가솔린 엔진은 대체로 우아하지만 가끔은 무섭기까지 하다. 지붕을 열고 닫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초다. 한 번이라도 지붕을 열고 마음껏 달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날을 잊지 못한다. 겨울이거나 봄이라도 달라지는 건 없다. 그렇게 맘껏 달리다가 운전석에서 신명이 날 땐 혼자서 환호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TIP! SLK의 지붕
메르세데스 벤츠 SLK 200의 지붕은 ‘매직 스카이 컨트롤 파노라믹 배리오 루프’라는, 심하게 긴 이름을 갖고 있다. 기능은 특별하다. 볕이 지나치게 뜨겁거나 비나 눈이 올 때, 하늘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가만히 보거나 나풀거리는 눈송이를 보고 싶을 때 지붕 색깔의 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외부의 빛을 완전히 차단할 수도 있고, 유리 같은 투명 혹은 선글라스 같은 반투명으로 만들 수도 있다. 첨단 기술이 낭만과 조우하는 지점이자 메르세데스 벤츠의 사려 깊은 마음이다.

엔진 3,436cc 수평대항최고출력 6기통 가솔린 325마력최대토크 37.8kg.m공인연비 리터당 10.1킬로미터(자동 기어 기준) 0->100km/h 5.0~5.1초 가격 9천6백60만~1억 1천4백80만원


2014 PORSCHE CAYMAN S


포르쉐에는 포르쉐만의 곡선이 있다. 얼굴이나 옆구리, 엉덩이 혹은 그 모든 것을 잇는 선에는 날렵한 흥분 또한 있다. 하지만 박스터와 911, 파나메라와 카이엔에 이르는 라인업을 통틀어 카이맨만큼 교교한 성격을 드러내는 선이 또 있을까? 풍만하지만 둔할 리 없고, 미학적으로 잡힌 균형의 기저에는 소름끼치는 일탈의 가능성이 가득하다. 부드러운 곡선 안에 숨어 있는 공격적인 성능, 아무도 모르게 시속 200킬로미터 이상으로 달릴 때조차 남아 있는 힘,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핸들링…. 포르쉐는 평화와 공포 사이, 자동차 안에서 느낄 수 있는 거의 모든 감각을 포괄한다. 또한 네 바퀴가 닿을 수 있는 모든 땅에서 고고하다.

TIP! 카이맨? 카이만!
포르쉐 카이맨의 이름은 카이만caiman에서 왔다. 중남아메리카 어귀에 사는 악어의 한 종류다. 카이만의 한 종류인 안경 카이만은 크기가 작아서, 어렸을 땐 애완용으로 기르기도 한다. 하지만 자라면 사나워진다. 검정 카이만은 그중 포악하다. 지옥에서 온 것 같은 얼굴과 피부, 인상부터가 공포스럽다. 카이만 악어는 몸집이 작다고 만만한 종이 아니다. 어떤 숲에서는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한다. 빠르고 날렵하며 한 번 물면 놓을 줄 모를 정도로 강한 턱이 있다. 포르쉐 카이맨이 딱 그렇다.

2013 미니 쿠퍼 S 로드스터 엔진 1,598cc 직렬 4기통 가솔린최고출력 184마력최대토크 24.5kg.m공인연비 리터당 12.4킬로미터0->100km/h 7.0초가격 4천4백70만원피아트 500C 엔진 1,368cc 직렬4기통 가솔린최고출력 102마력최대토크 12.8kg.m공인연비 리터당 12.4킬로미터0->100km/h 10.5초가격 3천3백만원


1. 2013 MINI COOPER S ROADSTER


미니 쿠퍼 S 로드스터의 균형은 정말이지 훌륭하다. 좋은 자동차를 평가할 때 흔히 쓰는 ‘무게중심’이라는 말의 정의가 궁금하다면 이 차를 한번 타보는 게 좋을 것이다. 어떤 회전 반경에서도 주춤거리지 않고, 도로와 운전자가 감당할 수 있는 제각각의 고속 상황에서도 불안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체는 단단해서 믿음직하고, 손으로 열어야 하는 천 지붕에는 고전적인 재미가 있다. 옛날의 로버미니로부터 조금은 떨어져 있는 디자인 때문에 생겼던 아쉬움 같은 건 지붕을 열고 운전석에 앉는 순간 사라진다. 지향하는 바가 정확한 자동차 회사는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도 절대 놓치지 않는 게 있다. 언제 봐도 새것 같은 참신한 가치가 그럴 때 생긴다.

TIP! 미니의 침공
애초에 로버 미니가 있었다. 1960년대를 풍미했고, 영국 BBC 코미디 <미스터 빈>에서 로완 엣킨슨이 탔던 바로 그 차다. 2001년 BMW 산하에 들어간 이후 미니 쿠퍼, 클럽맨, 쿠페, 컨트리맨, 페이스맨 등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다양한 취향을 포괄하고 나섰다. 지금은 총 일곱 가지 미니를 살 수 있다. 디자인은 용도에 따라 달라졌지만 지향하는 바는 하나같았다. 미니의 슬로건은 ‘NOT NORMAL’이다. 지루할 틈도 없이 옹골차게 재미를 지향하는 자동차 회사는 미니가 유일하다.


2. 2013 FIAT 500C


가속페달을 깊이 밟았을 때 나는 안달난 듯한 소리, 그 기세로 굽이굽이 언덕을 돌아 나가는 기분이 속도와 관계없이 청량하다. 그래서 더욱, 마음껏 열리는 지붕에 대한 갈급함이 커지는 게 피아트 500의 성정이다. 500C의 존재감이 거기서 생긴다. 한 번 경험하면 못 잊는다. 여느 컨버터블처럼 프레임까지 훌렁 젖혀지는 방식은 아니지만 작은 차체에서 올려보는 개방감이 상당하고, 접히는 방식이 예뻐서 자꾸만 해보게 된다. 이런 바닷가에선 운전석과 조수석 의자를 뒤로 한껏 젖히고 앉거나 눕는다. 자연광에 책장을 비추다, 다음 페이지는 바람이 넘기도록 두기도 하면서.

TIP! 지붕은 언제 열 수 있나?
컨버터블에는 쾌락과 민망함이 공존한다. 시속 30킬로미터 혹은 시속 50킬로미터 이내에서만 여닫을 수 있는 컨버터블도 있다. 갑자기 비가 내려서 다시 닫고 싶거나 그 반대의 경우에는 차를 세워야 한다. 신호대기와 동시에 조작을 시도했다가 신호가 바뀌어도 난감하다. 흐름을 방해할 수 있고, 괜한 시선도 집중된다. 피아트 500C의 지붕은 시속 80킬로미터 이내에서 맘껏 조작할 수 있다. 프레임 전체를 여닫는 방식이 아니라서다. 여유와 낭만을 선사하는 피아트만의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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