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에게 퀄리티 스타트란?

과연 퀄리티 스타트는 에이전트들이 구단으로부터 더 많은 돈을 뜯어내기 위한 절묘한 포장술일 뿐일까?

다승왕을 최고로 쳐주던 대한민국 야구팬들이 퀄리티 스타트란 용어를 접하게 된 것은 박찬호 덕분이다. 연평균 15승을 거둔 1997~2001년 당시의 박찬호는 6이닝 이상을 3자책 이하로 막는 퀄리티 스타트를 유독 잘 하는 투수였기 때문이다. 박찬호가 FA 시장에 나왔을 때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전면에 내세워 홍보한 부분도 2000, 2001년 박찬호가 만들어낸 퀄리티 스타트 횟수(49회)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랜디 존슨(52회) 다음으로 많으며 그렉 매덕스와 같다는 점이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퀄리티 스타트란 용어가 다시금 등장하고 있다. 한국 무대에서의 류현진은 소문난 퀄리티 스타트 제조기였다. 류현진은 2010년 시즌 개막 후 23경기 연속, 2009년의 마지막 6경기까지 포함하면 29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라는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1968년 밥 깁슨과 2005년 크리스 카펜터가 세운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기록 22경기를 훌쩍 뛰어넘는다.

물론 퀄리티 스타트 비판론도 존재한다. 선발투수가 6이닝 3자책으로 경기를 마쳤을 경우 평균자책점은 4.50이다. 반면 지난해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들의 자책점 평균은 4.19였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들은 4860경기의 51퍼센트에 해당하는 2485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했다. 즉, 점수로 따졌을 경우 퀄리티 스타트는 100점 만점에 50점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비판론자들이 제기하는 퀄리티 스타트의 또 다른 문제는 9이닝 무실점과 6이닝 3자책이 같은 취급을 받는다는 점이다. 2006년 로이 오스왈트와 크리스 카푸아노는 똑같이 25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함으로써 메이저리그 공동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오스왈트의 평균자책점이 2.98이었던 반면 카푸아노는 4.03이었다. 퀄리티 스타트에 실패한 경기는 물론, 성공한 경기에서도 오스왈트의 경기 내용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퀄리티 스타트의 기준을 7이닝 2자책 또는 7이닝 3자책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퀄리티 스타트는 에이전트들이 구단들로부터 더 많은 돈을 뜯어내기 위한 절묘한 포장술일 뿐일까? 퀄리티 스타트라는 말을 처음 만든 사람은 1985년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의 기자 존 로였다. 그리고 세이버메트리션의 대부 빌 제임스가 1987년 자신의 책에 이 말을 인용하면서 세상에 소개됐다. 1987년은 마운드의 높이를 15인치에서 10인치로 낮춰 1969년 이후 타고투저가 가장 절정에 달한 해였다. 1970년 3.93이었던 선발투수의 평균자책점은 4.40까지 올랐다. 이 해의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들은 47퍼센트의 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했다. 그리고 각 팀은 선발투수가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한 경기에서 도합 0.697이라는 엄청난 승률을 올렸다. 퀄리티 스타트가 팀 승리의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즉, 퀄리티 스타트라는 개념은 선발투수가 최고의 피칭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팀에게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지난해 만들어진 총 2485번의 퀄리티 스타트 중 6이닝 3자책 경기는 227경기에 불과하다. 6이닝 3자책은 퀄리티 스타트의 평균적인 모습이 아닌 커트라인으로, 퀄리티 스타트 비판론은 커트라인을 평균적인 모습이라 착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스테로이드 시대’가 절정에 달했던 2000년,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들은 4.8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퀄리티 스타트 비율은 46퍼센트에 그쳤다. 이 해 박찬호는 23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해 리그 6위에 올랐다. 박찬호가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한 경기의 평균 성적은 평균자책점 1.89, 7⅓이닝 1.5자책이었다. 6이닝 3실점에 해당하는 방어율인 4.50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2011년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들의 퀄리티 스타트 성공률은 54퍼센트로 1992년 이후 가장 높았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2006년부터 강화된 약물 규제책, 투수에게 더 유리해진 비디오 분석과 수비 시프트의 확대, 적극적인 투수 보호 등으로 인해 1960~70년대 이후 가장 극심한 투고타저가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에는 전체 타석에서 차지한 삼진의 비율이 역대 최고인 19.8퍼센트에 달했으며(30년 전인 1982년에는 14퍼센트였다), 전체 출루율은 0.319로 1988년 이후 최저였다. 또한 사상 처음으로 한 해 세 번의 퍼펙트게임이 탄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퀄리티 스타트 성공률은 지난해 다시 51퍼센트로 떨어졌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투수 보호와 관련이 있다. 어지간해선 선발투수에게 100개 이상의 투구를 권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선발투수들이 100개 이하의 공을 던진 경기의 비율은 57퍼센트로, 100개 이상을 던진 경기보다 훨씬 많다. 2011년만 해도 52퍼센트에 불과하던 수치가 불과 1년 만에 5퍼센트가 늘었다. 선발투수들의 평균 소화 이닝 역시 6.03이닝에서 5.89 이닝으로 줄었다. 선발투수가 짧게 던지는 대신 확실하게 맡은 이닝을 책임져주고, ‘파이어볼러’들이 가득한 불펜에서 3이닝 이상을 담당하는 경기 전략이 득세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가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한 경기의 팀 승률은 0.683이었다. 처음 개념이 성립된 25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가치를 인정할 만하다. 류현진은 5월 15일 현재 8경기에서 무려 6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부터 팀에 승리의 기회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퀄리티 스타트 괴물’이 되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