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아우디 R8 쿠페

이달, 보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자동차들. 그리고 단 한 대를 위한 영예. 6월엔 2013 아우디 R8 쿠페다.

엔진 V10기통 5.2리터 가솔린배기량 5,204cc변속기 자동 7단구동방식 항시사륜구동최고출력 550마력최대토크 55.1kg.m복합 공인연비 리터당 6.3킬로미터가격 2억 2천9백90만원

운전석에선 엉덩이와 아스팔트가 닿을 듯하다. 시트 양쪽 날개가양쪽 옆구리를 꽉 쥐고 놓지 않는다. 센터페시아는 나긋하게운전석을 향하고, 핸들에 달린 버튼으로는 달릴 때 필요한 거의 모든조작을 할 수 있다. 양 손가락으로 기어를 변속할 때 낮게 ‘그르렁’혹은 뇌수가 울릴 정도로 ‘캉캉’ 소리를 내는 엔진은 운전석 바로뒤에 있다. 뒷범퍼에 서서 차를 내려다보면 5.2리터 엔진의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문을 여닫을 때마다 손이 닿는 부분에 쓴카본 섬유에는 서늘함이 있고, 그 뒤에 동그랗게 자리 잡은 뱅 앤올룹슨 스피커에선 빙하처럼 날카롭고 선명한 소리가 난다.


2013 아우디 R8 쿠페


아우디 R8 운전석에 앉을 때마다 가늠하는 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충격의 역치, 운전자의 실력이 끌어낼 수 있는 자동차의 한계치다. 자유로를 직선으로 달릴 땐 머릿속이 보름달처럼 창백해졌다. 빨라서가 아니다.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데 3.8초밖에 안 걸리는 차가 흔한 건 아니지만 유일한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이 차의 변속이 내 마음보다 반 박자 빠르다’는 걸 귀와 가슴으로 느낄 땐 계절이 바뀌는 것 같았다. 봄인가 싶을 때 여름이 왔고, 한여름인 줄 알았던 밤에 갑자기 부는 바람같이. 2012년식 R8의 변속기는 R트로닉, 지금은 S트로닉이다. R트로닉은 두 개의 클러치가 각각 짝수단과 홀수단을 번갈아 변속한다. 민첩하고 효율적이기까지 하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핸들에 달려 있는 패들시프트를 조작할 때마다 들리는 배기음은 도무지 기계가 내는 소리 같지 않았다.

새 R8의 디자인에 크게 손을 대지 않은 건 영리한 선택이다. 시작부터 아이콘의 지위를 획득했다면, 그 언어를 고전의 영역으로 끌어올릴 차례니까. 라디에이터 그릴이 시작하는 한 점에서 테일렘프를 지나 뒷범퍼로 내려가면서 감기는 선까지, R8의 선에는 과한 구석이 없다. 나무를 손수 다듬어 만든 가야금 같기도 하고, 물방울 같기도 하다. 둥글고 팽팽하며 또한 절제를 안다. 이 차를 몇 시간이나 타고 돌았을까? 한남대교를 건널 땐 창문을 열었는데, 백수십 명이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부르는 합창곡과 카랑카랑한 배기음, 바람소리와 비릿한 강물 냄새가 차 안에서 어지럽게 뒤섞였다. 매일 건너는 다리, 마음먹지 않으면 떠날 수 없는 도시가 이런 식으로 다르게 보일 수 있다. 호수같이 안락한 자동차만이 지친 마음을 만져주는 건 아니라는 걸, 또한 아무렇지도 않게 깨닫게 하는 차가 아우디 R8이다.





<아이언맨>과 R8 #1
영화 <아이언맨>의 제작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우디를 편애하는 마음은 각별하다. 유쾌한 기벽과 천재성, 모든 동경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토니 스타크와도 닮았다. 기술적 근거도 있다. <아이언맨> 1편의 결말 즈음, 제작진의 의도는 R8이 적의 로봇을 들이받고 전복하는 장면이었다. 스턴트와 특수효과 전문가들의 계산으로는, 그리고 다른 여느 차라면 꼼짝없이 뒤집어져야 마땅한 상황이었다. R8은 뒤집어지지 않았다. 아우디 스페이스 프레임이라는 기술로 만든 R8의 차체가 충격을 모조리 흡수했기 때문이다. R8은 전복되지 않았고, 대신 스턴트 장면을 바꾸었다.

<아이언맨>과 R8 #2
같은 장면이었다. 이번엔 적의 로봇이 R8의 지붕을 반으로 가르는 장면이었다. 역시, 몇 번의 계산과 경험으로는 정확히 반으로 갈라져야 맞는 상황이었다. 현장에는 이런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자동차를 뜯어내는 기계도 있었다. 하지만 R8은 이번에도 갈라지지 않았다. 기계가 힘을 가하는 부분만 정확하게 뜯어지는 정도에 그쳤다. 역시 프레임의 우수성이 예기치 않게 드러난 상황이었다. 디자인의 적확한 미래성, 성능, 견고함과 촬영 현장에서 있었던 몇 번의 인상적인 정황을 거친 후, 아우디 R8은 토니 스타크의 아이언맨 수트와 같은 지위의 중요한 상징으로 <아이언맨 3>까지 꾸준히 출연하게 됐다.





R8이 미래를 소화하는 방식
헤드램프와 리어램프에 LED로 그린 선으로 자동차의 성격을 드러내는 방식을 최초로 주도해온 회사가 아우디다. 빛으로 그린 선이 깎이는 각도와 굴곡의 변주가 과연 풍성하고 독보적이다. R8의 리어램프는 귀엽기까지 하다. 전체적으로 깜빡거리는 방식이 아니라, 빛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흐르는 식이다. ‘또르르 또르르르’ 램프 안에서 노란 빛이 조약돌처럼 구르는 느낌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리킨다. 역시 과하지 않고, 충분히 재치 있는 아우디만의 방법이다.



<Your shopping list>
이 석 대의 자동차 중 한 대를 갖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에는 그런 상징과 힘이 있다. 이 중 서울에서 가장 독특한 위상을 가진 차는 재규어 XKR-S다. 독일차와 다른 맥락에서 가열찬 성능을 느낄 수 있고, 영국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격이 있다. 벤츠 SLS AMG의 가차없는 공격성을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도무지 지구에서 만든 것 같지 않은 포르쉐의 정교함은? 둘 다 운전석에 앉기 전에 한 번 정도는 마음을 가다듬게 되는 차다. 매번 다른 차원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서, 오늘은 조금 더 능숙하게 다뤄보려는 도전적인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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