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 윤종신

진짜 라디오스타, 데뷔 24년 차 윤종신은 지금이 가장 음악적이다.

입지와 역할과 이미지를 바꿔가며 윤종신은 대중의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고 20년 이상을 버텼다. 뚝심이나 인내의 힘으로 오늘에 이르렀다고 해도 놀라울 텐데, 심지어 윤종신은 적극적으로 뭔가를 고안하고 제안한다. 기점을 굳이 나누자면 데뷔 20주년이던 2010년 무렵부터다. ‘월간 윤종신’이라는 시스템을 발명한 그는 이벤트로 인식되던 음반을 오히려 규칙적인 일상의 영역으로 견인했다. 그런가 하면, 콘서트를 신청곡으로 꾸리고 <슈퍼스타K>를 통해 ‘본능적으로’의 저력을 뒤늦게 입증하더니 새로운 노래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오래된 노래를 고쳐 부르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자신의 작업 과정을 기록하고, 자신의 역사에서 영감을 얻는 그의 태도는 규모와 별개로 집중력 측면에서도 대단한 발상이다. 그러면서 그가 깨우친 것은 아무래도 생명력에 대한 것이리라 짐작된다. 차트와 여론은 스타를 만드는 속도로 작품을 소비한다.

그러나 ‘월간 윤종신’의 편집장를 자처하는 그는 아트워크와 뮤직비디오를 만든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노출시키고, 다양한 뮤지션들을 섭외하여 음악과 그 주변부 모두를 풍성하게 만든다. 이규호를 소환하고, 킹스턴 루디스카를 불러들이면서 윤종신이 지향하는 것은 그들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기회를 살려두려는 노력이며, 이를 위해 윤종신은 안목과 직관을 다듬는다. 말하자면 스마트폰 앱의 형태로 발행되는 ‘월간 윤종신’은 취향의 ‘케이터링’이라 할 수 있다. 거기서 윤종신은 주재료를 다루는 셰프인 동시에 살뜰히 내용을 채우는 ‘코디네이터’인 셈이다.

그의 레이블 소속인 김예림의 첫 앨범은 그런 점에서 ‘월간 윤종신’의 특별판이라 볼 수 있다. 수록된 모든 노래의 작곡자들을 달리해, 그 다양함을 콘셉트로 삼은 그녀의 음반은 김예림의 음악보다 목소리에 집중한다. 프로듀서인 윤종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은 자신을 포함한 작곡자들의 개성이며, 김예림은 목소리를 통해 그들과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존재다. 그녀의 티저 영상이 논란을 유발한 것은 ‘경력을 시작하는 소녀’를 향한 시청자들의 시선과 이미 고유한 특징으로 완성된 가수를 소개하는 윤종신의 입장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예림의 성과와 윤종신의 결정을 평가하는 것은 여전히 성급해 보인다. 윤종신이 전수하는 비법이란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꾸준할 수 있느냐, 에 가깝기 때문이다. 윤희성(대중문화평론가)

김예림 얘기로 시작하자. <슈퍼스타K 3> 출신의 이 매력적인 가수는 윤종신의 기획사 미스틱89에서 데뷔했다. 그녀의 데뷔 EP 엔 페퍼톤스, 검정치마, 이규호, 정준일 등이 참여했고, 타이틀은 윤종신의 곡 ‘All Right’으로 결정되었다. 발매 직전엔 야릇한 티저 영상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윤종신은 김예림의 음반을 기획하면서 아이유의 처럼 ‘재능 있는 여성 가수와 그녀를 둘러싼 남성 뮤지션들’이라는 그림을 그린 듯 보인다. 그러면서도 최종 단계(타이틀곡)에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여기까지는 음악의 영역이다. 한편 신인 가수를 홍보할 때 그저 음악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현실을 기꺼이 인정하고 티저 영상을 통해 과감히 충격요법을 사용했다. 산업의 영역이다. 둘을 무자르듯 가를 수는 없지만 구분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아마도 윤종신(과 미스틱89)을 유희열(과 안테나 뮤직)과 달리 볼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 산업의 영역과 관련된 부분일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유희열이 라디오라면 윤종신은 TV처럼 보인다. 두 사람이 TV와 라디오를 자유로이 누비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그것은 일종의 지향성에 더 가까워 보인다. 소속 뮤지션의 경우를 같이 생각해볼 수도 있다. 이를테면 안테나 뮤직의 정재형도, 미스틱89의 조정치도 <무한도전>에 출연했지만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하고 있는 건 조정치다.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는 정재형을 상상할 수 있을까? 크지는 않지만 분명히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런 지향성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내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일들이 윤종신의 의지와 판단만으로 굴러갈 리도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정도는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 2013년부터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는 ‘Repair’라는 부제와 함께 옛 히트곡들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는데, 가장 최근 공개된 ‘월간 윤종신 Repair 7월호’는 ‘환생’의 좀 안이해 보이는 레게 버전이다. 김예림의 ‘All Right’ 또한 선 공개된 싱글들에 비해서는 약하게 들린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뮤지션보다는 기획자로서의 윤종신이 좀 더 선명한 듯하다. 그 둘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대답이 윤종신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최민우(웹진 편집장)

윤종신에게 <라디오스타>란 프로그램 이름은 든든한 상징인 걸까? 그는 <슈퍼스타K>마저 한 시즌을 쉬었지만, <라디오스타>만큼은 꾸준히 자리를 지켰다. 김구라를 비롯한 몇몇 MC가 자리를 비운 사이, <라디오스타>의 중심은 윤종신이 차지했다. 또한 윤종신은 <라디오스타>와 <슈퍼스타K>에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이후 개인 음반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월간 윤종신’을 매달 발매하고 있지만, 2013년 이후 발매한 ‘Repair’ 시리즈는 사실상 신곡이라 보기엔 무리다. 그보단 매달 음원을 내는 것으로 이제껏 가꿔온 ‘음악왕’ 이미지를 잃지 않는 역할에 가까워 보인다. <라디오스타>가 드러내는 상징의 연장선에 가깝달까?

그런 채 물밑에서 자신의 레이블 미스틱89의 세를 불렸다. 기존의 하림, 조정치에 투개월, 박지윤, 퓨어킴까지 포섭했다. 어쿠스틱, 싱어송라이터 같은 말이 떠오르는 음악적 공통점이 존재하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는 모두 제각각이다. 오디션 출신 듀오(투개월), 데뷔 음반으로 ‘제2의 윤종신’이란 얘기를 듣던 후배(조정치), 유학파 인디 뮤지션(퓨어킴), 완전히 변신한 과거의 댄스 가수(박지윤). 이 조합은 구성원 간의 닮은 부분보다 이질감이 먼저 와 닿는다.

윤종신은 김예림의 첫 음반을 레이블의 음악적 공통점 아래 두지 않았다. 대신 김예림의 장점 중 가장 예상 밖의 부분을 특화시켰다. 그녀는 ‘All Right’에서 기타 반주 없이 생소한 목소리로 노래를 한다. 옷도 좀 벗었다. 꽤 모험에 가까운 시도였다. 윤종신은 타이틀곡을 썼지만, 그것이 ‘윤종신표’ 음악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보단 김예림을 떠올리면 앞으로 꾸준히 회자될 노래에 가까워 보인다.

있는 듯 없는 듯. 지금의 윤종신이 꼭 그렇다. <라디오스타>의 중심에서 음악 대신 농담을 앞세우고, ‘월간 윤종신’에선 게스트보다 비중이 적으며, 김예림의 음반에서도 흐릿하게 등장할 뿐이다. 또한 김예림의 음반은 레이블의 야심작이지만, 그는 TV에서 김예림과 직접 대면하지 않는다. 조정치가 출연하는 <우리 결혼했어요>를 제외하면 둘이 같이 등장한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오히려 윤종신과 김예림의 얘길 꺼내는 건 ‘윤종신의 아이들’이다. 하림과 조정치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가리지 않고 윤종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하림이 윤종신을 군대에서 만났고, 조정치가 스스로를 ‘윤종신의 음악노예’라고 칭한다는 사실을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안다.

따지고 보면 데뷔 시절부터 윤종신의 행보는 그런 식이었다. 과한 욕심을 내기보다 상황에 따라 작곡가를 교체하며 승승장구했다. 음반의 최전선에서 포화를 맞는 대신, 야금야금 자신의 지분을 넓힌 것이다. 정석원에서 유희열, 유희열에서 하림, 하림에서 다시 정석원으로 돌아가며 자기 입맛에 맞는 음반을 만들었다. 그렇게 당대의 지향점이 비슷하던 음악가들 중 가장 많은 음반을 냈고, 오랫동안 살아남았다. 90년대엔 그런 전략이 그의 음악적 역량에 대한 의구심으로 남았다면, 의구심이 음악 팬을 넘어 TV 시청자의 확신으로까지 바뀐 지금이야말로 윤종신의 전성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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