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루비나치와의 인터뷰

나폴리 수트를 말할 때 빠뜨릴 수 없는 루비나치. 그곳의 3대 계승자, 루카 루비나치를 만났다.

당신은 화려한 색을 잘 섞어 입기로 유명하다. 그게 루비나치 스타일인가? 아니, 그냥 내 취향이다. 아버지는 클래식한 나폴리 스타일로 유명했고, 난 아버지가 만든 루비나치와 내가 만든 루비나치가 다르길 원했다. 그 답은 색깔이었다.

기존 고객들이 당신이 정한 그 색을 잘 받아들이던가? 루비나치를 입던 고객의 평균 나이는 60대였다. 재미있는 건 그들은 어떻게든 젊어 보이고 싶어 한다는 거다. 색을 넣은 수트를 거부하긴커녕 환영했다. 지금 70대가 된 그 고객들부터 내 친구들을 포함한 20~30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루비나치를 찾는다.

요즘은 여기저기서 나폴리 수트를 흔하게 본다. 1940년쯤엔 주로 나폴리 사람들이나 관광객들만 우리 수트를 찾았다. 어깨 패드가 얇고, 심지를 최소화해서 가볍다는 게 나폴리 수트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하지만 요즘은 나폴리 스타일이라는 게 별 의미 없다. 가볍고 편한 기본적인 구조 외에 나머지는 철저히 고객의 생활습관에 맞추니까. 전 세계 사람들이 루비나치를 찾는데, 나폴리 스타일만 고집하는 건 무리다.

그래도 다른 수트와 다른 기준은 있겠지? 치수라던가 길이라던가. 소매 밑 셔츠는 손가락 한 마디만큼 나와야 한다던가, 재킷의 총길이는 바로 서서 손을 내렸을 때, 엄지손가락 첫 번째 마디쯤에 오는 게 적당하다는 정도의 기준은 있다. 긴 재킷을 입고 싶다면 최대 길이는 두 번째 마디까지. 보통은 첫 번째와 두 번째 마디 사이에 오는 게 가장 적절하다. 단, 어깨 길이는 정확하게 본인 어깨에 맞춘다. 배가 나온 사람이면 어깨선보다 좀 내려오게, 마른 사람은 어깨선을 좀 들이는 게 좋긴 하지만.

피렌체, 나폴리 등 이탈리아 수트 붐이 일자, 한국의 몇몇 남자들은 수트를 터질 듯 몸에 꼭 끼게 입곤 한다. 그건 잘못 맞춘 거다. 맞춤 수트가 아니겠지. 몸에 맞춘다는 건 꼭 끼게 입는 게 아니다. 기성복을 사서 작게 입은 듯한데, 그건 이탈리아 수트에 대한 오해나 강박에서 비롯된 것 같다. 키톤이나 브리오니처럼 기성복이 주는 혼돈일 수도 있다. 맞춤 수트의 핵심은 꼭 끼게 입는 게 아니라 체형의 단점을 보완하고, 정확한 치수를 찾는 거다.

할아버지가 루비나치를 운영할 때부터 수트를 입었을 텐데, 처음 입었던 수트를 기억하나? 다섯 살 때부터 줄곧 수트만 입었다. 수트가 편하고 익숙하다. 수트에 여러 색을 섞어 입거나 안감을 색다르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어릴 때부터 수트를 하도 많이 입어봐서, 어떤 변화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밖에서 공 차고 놀 때, 난 공방에서 천을 가지고 놀았다. 수트를 머리로 습득하기 전부터, 눈과 몸으로 체험한 셈이다.

그럼 맨날 수트만 입나? 그럴 리가. 요즘 유행하는 옷에도 관심이 많다. 때와 장소, 상황에 맞춰 입는다. 청바지도 입고, 티셔츠도 입는다. 수트를 말끔하게 차려입고 클럽에 가거나 록 콘서트에 가는 건 좀 이상하다. 그거야말로 신사의 태도가 아니다.

이미 정통 수트에 대해 잘 알고 있음에도, 영국 킬고어에서 일했던 이력이 특이하다. 이탈리아와 영국의 정통 수트는 늘 서로 견제한다. 킬고어에서의 경험으로 이탈리아와 영국 수트의 균형이 뭔지 알았다. 그게 지금 내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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