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름100 <2>

2013년 8월, 서울에서 여름을 나는 가장 지혜롭고 짜릿하며 호젓한 방법. <지큐>가 작심하고 추린 100개의 목록.

51 <표암 강세황> 특별전과 <이슬람의 보물-알사바 왕실 컬렉션>을 보러 국립중앙박물관에 간다.
올해는 표암 강세황의 탄생 3백주년이다. 개혁이 일던 조선 정조시대에 글과 그림이 모두 뛰어난 인물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시대를 앞서간 예술혼’이라는 부제를 달았고, 누군가는 그를 ‘예원의 총수’라고 불렀다. 어떤 수식보다 그가 가르친 김홍도가 조선에서 가장 진보적인 화가라는 사실에 주목해본다. 가는 길에 이슬람 왕실의 물품들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8세기부터 18세기까지의 이슬람 미술을 개략적으로 훑어볼 수 있는데, 조선과 이슬람, 같은 아시아지만 얼마나 떨어졌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museum.go.kr

52 Nature-2500 SE를 구입한다.
네이처는 유진 어쿠스틱에서 자체 제작한 차폐 트랜스 모델이다. 명망이야 높지만 고가이고 저변이 넓지 않다 보니 소량 공동 제작하고 단종시키는 식인데, 7월 현재 2500SE의 추가 신청을 접수 중이다. 독립적이고 안정된 전압을 공급해 고주파 잡음을 제거하는 차폐 트랜스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전기 때문에 안 좋은 영향을 받는 곳에서 이만한 답은 없다. 유진 어쿠스틱 iega.co.kr

53 에레나의 <Say Hello to Every Summer>를 구입한다.
2006년 여름에 발매된 비운의 걸작 <Say Hello to Every Summer>가 소량 재발매됐다. 이 앨범에서 에레나는 프렌치팝, 보사노바, 시부야계 등 다양한 장르가 떠오르는 음악을 했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을 잊고 노래에 집중하게 만드는 하모니가 도드라졌다. 디제이 소울스케이프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는데, 그의 경력 가운데서도 이 부분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00장 한정이다. 항뮤직 hyangmusic.com

54 <비참할 땐 스피노자>를 읽는다.
여름만큼 감정이 고양되는 날들도 없다. 스피노자는 그 감정에 주목한 철학자다. 일종의 ‘<에티카> 해설서’인 이 책은 감정을 지성적으로 밝힌 스피노자의 철학을 전에 없이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깨를 빌려줄 뭔가를 기대해선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일부 자기 계발 입문서가 베푸는 호의와 쉽게 제시하는 처방을 전해주지 않으려고 애쓸 것이다.”

55 브라이언 드 팔마의 신작 <패션, 위험한 열정>을 본다.
<블랙 달리아> 이후, 6년 만에 브라이언 드 팔마의 신작이 개봉한다. 원제는 <Passion>인데 부제로 ‘위험한 열정’을 붙였다. 패션이‘ Fashion’과 혼동될 걸 걱정했을까? 하지만 덕분에 ‘패션 디자이너의 열정적인 인간극장’일까 걱정했다. 다행히 브라이언 드 팔마의 신작은 여전히 스릴러에 머문다. 드 팔마가 만든 스릴러는 스필버그가 만드는 가족 영화만큼 기다려진다. 8월 14일 개봉 예정.

56 여름이 가기 전, 그늘 아래 누워 두 발 뻗고 한강을 바라본다.
한강공원 그늘막 설치를 두고 된다, 안 된다 말이 많았다. 서울시가 말한 규정은 이렇다. 일출 이후부터 일몰 전까지, 야영과 취사는 전면 금지, 풍기문란 방지 치원에서 반드시 2면 이상 문을 개방해둘 것. 타인을 위해 응당 지켜야 할 기본적인 항목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만 굳건하다면, 여름이나 다름 없는 9월까지, 탁 트인 한강을 제 집 앞마당처럼 누릴 수 있다.

57 홍대 카페 히비에서 열리는 일본 그릇시장에 간다.
서교동에 있는 작은 카페 ‘히비’에서는 부정기적으로 ‘와사라이치’라고 부르는 일본 그릇 시장을 연다. 이곳의 대표가 일본에 들를 때마다 사온 그릇을 파는데, 올여름에는 7월 29일부터 8월4일까지 이 시장이 열린다. 마치 내가 일본을 다녀온 것처럼, 내가 봤어도 지갑을 열고 말았을 일본식 그릇이 그득그득 좌판에 나올 예정이다. 카페 히비 blog.naver.com/cafehibi

58 PC 기반 소셜 게임의 마지막을 즐긴다.
카카오톡 연동 모바일 게임이 모든 이들의 손바닥을 휩쓸고 지나갔을 때 가장 타격을 입은 건 PC 기반의 소셜 게임이다. 대형 포털사이트는 PC 기반 소셜 게임을 철수하기 시작했다. 8월 말 다음커뮤니케이션스가 마지막이다. 유물 직전의 ‘아이러브커피’와 ‘에브리타운’을, 손보다 큰 스크린으로 통 크게 즐긴다. 다음 소셜 게임 sgame.daum.net

59 셜록 앤 왓슨 시가 바에서 담배 대신 마음껏 시가를 피운다.
7월부터 시행된 금연법으로 술집에서까지 담배를 몰래 피우고, 나가서 피우고, 화내면서 피우고 있다면, 차라리 마음껏 뻐끔거릴 수 있는 시가 바를 찾는다. 구름 같은 연기를 뿜을 때 흡연자의 스트레스도 함께 날아간다. 지금 막 새로 문을 연 압구정의 ‘셜록 앤 왓슨 시가 바’에서는 황영보 죽장과 함께 만든 파이프도 한정 판매한다. 셜록 앤 왓슨 시가 바 790-3388

60 2013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의 더 큐어 공연을 보고 서교동 큐어 바에 간다.
‘더 큐어 바’의 트위터에 가면 이미 내한 공연 예상 셋리스트가 올라와 있다. 예상 셋리스트를 짤 수 있다는 건 한 해 두 해 관심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신촌을 거쳐 상수역 부근에 다시 연 더 큐어 바는 정현수 대표의 영국 음악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는 곳이다. 더 큐어의 공연에서 로버트 스미스처럼 검은 옷을 걸치고 머리를 부풀린 남자를 발견하면 그 남자를 따라야겠다. 그날 밤새도록 더 큐어를 듣게 될 것이다.

61 한강 야외 씨름장에서 씨름대회를 벌인다.
마지막으로 씨름을 해본 게 언제였을까? 그보다, 언제부터 놀이터의 모래사장이 사라지기 시작한 걸까? 올여름, 한강의 뚝섬과 양화지구에 야외 씨름장이 문을 열었다. 오리배 경주를 마쳤다면, 이번엔 우리들만의 씨름대회를 열어 20년 전 어설프게 익혔던 밭다리걸기, 들배지기를 아직 몸이 기억하고 있는지 점검해본다. 씨름이라면 덕지덕지 들러붙은 옆구리 살도 미덕일 수 있으니, 웃옷도 한번 맘 놓고 벗어본다.

62 아크세이버11TH와 볼트릭80PG을 산다.
전설적인 배드민턴 선수를 꼽는다면 타우핏 히다얏과 피터게이트다. 그 둘이 마지막까지 사용하던 라켓은 아크세이버11과 볼트릭80. 두 선수의 은퇴를 기념해 요넥스는 한정판 기념 라켓을 만들었다. 라켓엔 둘의 사인을 비롯해 좌우명을 새겼다. “승리는 태도다.”, “온 마음을 다해”. 꼭 지금 이 두 라켓을 구할 때의 마음가짐 같다. 본사엔 이미 물건이 없고, 전국에 숨어 있는 배드민턴 숍에 직접 문의해야 한다.

63 베스파 LXV125 이탈리아 핏을 산다.
LXV125의 경우 이탈리아에서 만든 이탈리아 핏만 출시되었다. 지난달엔 최초로 아시안 핏이 출시되었다. 한국의 베스파 본사에선 더 이상 이탈리아 핏은 수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핏이라고 성능이 더 뛰어난 건 아니다. 하지만 가격은 아시안 핏에 비해 2백20만원이 더 비싼 6백85만원이다. 2년 2만 킬로미터까지 여러 소모품을 받을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지만 그래도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 이 스쿠터를 구입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단 하나, 팥죽색이기 때문이다. 그 빛깔이 눈을 감아도 생각나고 꿈에서도 보인다면 서둘러야 한다. 딱 3대 남았다. 베스파 코리아 한남점 790-1485.

64 8월 18일 무대륙에서 열리는 <New Wack Music Show>에 간다.
영기획이 내세우는 ‘끝내주는Wack’ 음악가의 공연을 비정기적으로 펼쳐나갈 의 첫 회가 열린다. 비범하게 돌격해나가고 있는 레이블 영기획의 현재, 곧 창의적인 한국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현재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그레이, 유카리, 사람12사람,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이 출연 예정이다.

음식

65 레스토랑 봄봄의 감자뇨끼를 먹는다. 하나하나 빚어야 하는 뇨키는 손이 엄청 가는 요리지만, 이런 메뉴일수록 봄봄처럼 제대로 된 곳에서 먹어야 한다는 걸 경험으로 안다. 제철 감자를 듬뿍 섞고, 얼리지 않아 보드랍게 녹는 봄봄의 진짜 뇨키는 여름이 끝날 때까지만 판매한다. 봄봄 794-8770

66 사라진 증류소 반프의 마지막 위스키를 마신다.
지금 청담동 위스키바 B28을 찾았다면 반프Banff 증류소에서 공수한 싱글캐스크 위스키 한 잔을 꼭 주문한다. 스코틀랜드에선 이미 사라진 증류소인데다가 서울에선 지금 이 바에서 딱 2병 남았다. B28 3402-2828

67 ‘Dole Whip’에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홍대 산울림 소극장 아래쪽 카페 거리 중간에, 뜻밖의 하와이 명물 ‘Dole Whip’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판다. 가게 이름도 ‘Dole Whip’이다. Dole의 유기농 과일로 만들었다.

68 아이스크림 ‘와’를 먹는다.
여름의 제맛은 슈퍼마켓 냉장고 문을 드르륵 열고 누가바, 메로나, 돼지바 등을 먹는 것. 올여름부터는 그 목록에 롯데 ‘와’를 올린다. 2010년 사라졌다가 팬들의 요구로 재출시됐다. 진한 향의 얼음 알갱이를 떠 먹으면 ‘와’ 소리가 절로 나온다. 1천5백원.

69 웨스틴조선호텔이 벌이는 100일간의 축제에 동참한다.
웨스틴조선호텔이 100주년을 맞아 7월 3일부터 여름 내내 호텔 레스토랑 여섯 군데에서 미식 축제를 벌인다. 특히 최초의 뷔페 식당인 아리아에서 33년 동안 가장 인기 있었던 요리를 골라 선보이는 뷔페 메뉴 100가지와, 베키아 에 누보와 서클에서 필스너 우르켈 한 잔을 1천9백14원(1914년을 상징)에 파는 이벤트는 놓치고 싶지 않다. 웨스틴조선호텔 771-0500

70 수입이 중단된 브룩라디 위스키의 마지막을 즐긴다.
브룩라디 싱글 몰트위스키는 경쾌한 바다색이 아이콘인 아일라 위스키다. 달콤함과 짭짤함이 매력적이라 고정 팬이 많았는데, 4월부터 돌연 수입이 중단됐다. 증류소 소유주의 단호한 결정으로 한동안 수입이 어렵다고 한다. 서울 시내 바에 남아 있는 브룩라디를 본다면, 그날이 날이다.

71 피아프의 아이스 초콜릿을 집에서 마신다.
이맘땐 열대야에 달달하고 쌉싸래한 아이스 초콜릿 한 잔이면 밤의 결이 달라진다. 신사동의 작은 초콜릿 공방 피아프에서 파는 진하고 부드러운 여름 한정 아이스 초콜릿이라면 새 이불을 덮은 듯 우아하게 잠들 수 있다. 180밀리리터에 4천5백원, 1리터에 2만2천원. 피아프 545-0317

72 겨울밤을 위해 여름에 술을 담근다.
담금술은 할머니나 만드는 술이라는 생각은, 요즘엔 할머니도 하지 않는다. 지금이 제철인 복분자, 블루베리, 자두 등을 사다가 소주와 설탕을 넣고 함께 재면 3개월 뒤 나만의 담금술을 마실 수 있다. 커다란 통과 소주, 설탕을 준비하고 1 : 1 : 1의 비율로 섞는다. 천천히 물드는 술의 색깔을 보면서 여름을 난다.

73 낮술로 크래프트 맥주를 실컷 마신다.
경리단길 일대에 퍼져 있는 크래프트 맥주는 안주 없이 길에서 마시기 좋은 에일 맥주가 대부분이라, 낮술하기 더 좋다. 더 스프링스 탭하우스, 맥파이, 더부쓰를 돌면서 두 잔씩 마시면, 대낮이라도 디스코볼을 돌린 것처럼 기분이 날아간다.

74 츠지원의 ‘우동 소바 세미나’를 듣는다.
일본 츠지 조리학교가 서울에 차린 요리 아카데미 츠지원은 8월이 오면 우동 소바 세미나를 연다. 일본 요리사들의 꼼꼼한 강의를 들은 뒤 실습까지 하고 나면 맛집에서 소바 한 그릇을 사 먹는 것보다 더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츠지원 sujione.com

75 ‘동북화과왕’에서 중국 보양식에 도전한다.
동대문 ‘동북화과왕’의 별스러운 중국 요리를 보양식으로 추천한다. 잣잉어볶음, 개구리튀김, 돼지간볶음, 누에튀김, 세 가지 돼지내장볶음, 각종 부위의 양꼬치 등을 24시간 맛볼 수 있다. 동북화과왕 745-5168

76 목동 다목적 구장에서 야구를 한다.
여름 땡볕에서 운동하는 건 고역이지만 하고 나서의 쾌감은 크다. 야구는 겨울에 하기 힘들다. 그래서 야구를 좋아한다면 여름에 맞서야 한다. 목동 다목적 구장은 평일 주간 4만원, 야간 5만 2천원, 주말 주간 5만2천원, 야간 6만7천6백원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7월 31일까지 8월 스케줄을 예약받고 있다. 서울시 체육시설관리 사업소 stadium.seoul.go.kr

77 시카프를 보러 갔다가 괜히 남산에 들른다.
시카프는 서울 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다. 만화를 굳이 좋아하지 않아도 개막작 <사도> 같은 작품은 시간을 내서 볼 만하다. 간만에 클레이 애니메이션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조형적 쾌감이 ‘그득그득’하다. 누군가와 함께 본다면 남산도 슬쩍 같이 올라가 본다. 걷기 힘들면 케이블카를 고려해보는 것도 괜찮다. 7월 23일부터 7월 28일까지 남산과 명동역 근처. 서울 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 sicaf.org

78 한강에 서식하는 여름새의 생김과 이름을 공부한다.
꾀꼬리, 흰눈썹황금새, 물총새, 후투티, 모두 한강에 출몰한다는 여름 철새의 이름이다. 그러나 당최 언제 어디에 출몰하는지, 또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마침 새에 관심을 둘 참이라면,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생태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오는 8월 6일 뚝섬공원에선 한강생태프로그램의 일환인 ‘한강에 번식하는 여름새 이야기’가 열린다. 이번 기회에 언제 어디서 마주칠지 모르는 여름새의 생김과 이름을 확실히 기억해둔다. 한강뚝섬공원 3780-0521

79 바이크 면허를 딴다.
한여름의 2종 소형 면허 시험장에서 코스를 돌다 보면 ‘내가 달걀 프라이인가?’ 느껴지는 순간도 온다. 아스팔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지열은 대기 온도의 50배쯤 되는 게 아닐까? 게다가 보호장구까지 제대로 갖췄다면? 하지만 그런 여름을 견딘 기특한 당신에게만 가을 라이딩의 기회가 찾아오리니…. 면허를 취득하고, 여름내 믿을 만한 사람에게 천천히 배우면서 흘렸던 땀은 생각도 안 날 가을바람도 곧 불 것이다. 아직도 여름인가 싶었던 어느 날 밤, 느닷없이.

80 엠펍 <음악의 습격>의 일정을 확인하고 맥주를 마시러 간다.
예전의 음악 감상회를 연상시키는 기획이 여의도 IFC 몰 내 엠펍에서 벌어지고 있다. 음악계의 다양한 인물들이 매일 저녁 노래를 튼다. 클럽처럼 춤을 출 수는 없지만, 사랑방처럼 오붓하게 즐기기엔 음악 소리가 좀 크지만, 적어도 서울에서 유일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발표된 일정 가운데서는 디제이 소울스케이프, 하세가와 요헤이, 송홍섭의 선곡이 사뭇 궁금하다. 엠펍 playmlive.com/mpub

81 한밤에 물레방앗간, 아파트, 여관, 섬에서 일어난 에로틱한 순간을 찾는다.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에선 7월부터 8월까지 한국영화 VOD 기획전을 연다. ‘오늘 밤, 물레방앗간에서’라는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한국영화에서 에로영화로 분류된 영화들을 장소별로 다시 한 번 구분했다. 어떤 소리도 새나가지 못하는 물레방앗간, 빽빽하게 쌓인 네모의 집합 아파트, 시든 꽃이 사면에 그려진 퀴퀴한 여관방, 아무도 없다곤 하지만 어디선가 누가 나타날 것 같은 섬. 보다 보면 여름밤이 괜히 짧은 것 같아 야속하지는 않을까?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 kmdb.or.kr

82 <길상 우리 채색화 걸작전> 2부를 보러 간다.
가나아트 센터에서 열리는 ‘길상 우리 채색화 걸작전’ 2부가 7월 18일부터 8월 20일까지 열린다. “한국 회화 역사에서 채색화는 그동안 수묵화에 비해 관심을 적게 받아왔다”는 가나아트의 소개처럼, 많은 사람이 민화와 궁중회화와 같은 채색화에 관심을 가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색의 면면을 탐사하는 건 여전히 신대륙을 발견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특히 이형록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궁중 책거리와 민화 책거리는 자신의 서재를 돌아보게 한다. 가나아트 ganaart.com

83 <로버트 카파 100주년 사진전>을 본다.
로버트 카파 탄생 100주년과 한국전쟁 휴전 60주년을 기념하며 카파의 사진을 모았다. 뉴욕 ICP 소장품이 전시되기 때문에 예사롭지 않은 수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카파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어느 공화파 병사의 죽음’도 당연히 한국에 온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이 사진을 둘러싼 조작 여부에 대한 궁금증이 과연 풀릴까? 8월 2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84 <스프링 브레이커스>를 보며 휴가 계획을 짠다.
일종의 봄방학인 스프링 브레이크의 분위기를 굳이 빗댄다면, 여름휴가철의 해운대나 대천 해수욕장의 모습쯤 될까? 1년 중 가장 방탕한 며칠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이다. 감독 하모니 코린은 섹스와 마약에 탐닉하는 10대를 적나라하게 들여다본 영화 <키즈>의 각본을 쓴 이력이 있다. 일단 셀레나 고메즈와 바네사 허진스가 바닷가에 놀러 간다는 설정이니, 이번만큼은 영화관 맨 앞줄에서 보는 것도 괜찮겠다. 7월 25일 개봉.

85 페스티벌 말고 퀸시 존스 내한공연에 간다.
제임스 잉그램, 패티 오스틴, 사이다 개럿도 함께 온다. 제임스 잉그램과 패티 오스틴이 함께 부른 ‘How Do You Keep The Playing Music’과 ‘Baby Come To Me’를 들을 수 있다. 솔로 뮤지션들이 뭉쳐 부른 듀엣 곡을 원곡자의 라이브로 만날 기회는 몹시 드물다. 사이다 개럿에겐 마이클 잭슨과 함께 부른 ‘I Just Can’t Stop Loving You’를 기대해볼 수 있다. 원곡의 주인은 없지만 그저 벅찬 순간이 될 것이다. 모두, 그 흔한 페스티벌에선 들을 수 없는 노래다. 7월 25일, SK 올림픽 핸드볼 경기장.

86 70번째 원피스 단행본을 읽는다.
기어이 70권을 채웠다. 아직도 완결 시점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지만, 유독 푹푹 찌는 날을 골라 작심하고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다. 여름의 우정과 모험은 카리브 해를 닮은 워터파크에만 있는 게 아니다. 게다가 원피스엔 그보다 스케일이 훨씬 큰 바다가 나온다. 7월 22일 발간.

87 지드래곤의 생일에 맞춰 발매되는 2집을 산다.
‘One of a Kind’는 노골적인 힙합을 다시금 가요계 최전선으로 끌어올렸다. 그때 그가 입었던 옷을 이제야 길에서 만난다. 지드래곤은 그런 파격을 굳이 실험이라 칭하는 대신 그저 지금 하고 싶은 걸 했다고 말하는 쪽인데, 가장 최근 공개된 사진에서는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처음 보는 모습이다. 2집엔 미시 엘리엇이 참여한다. 이런 탁월한 선택 역시 본 적이 없다. 음반이 나오는 날은 8월 18일이다.

88 에어조던 5 파이어 레드를 신고 농구한다.
올해 두 번째 에어조던 5 ‘파이어 레드’지만 차이는 확실하다. 1월에 나온 버전은 설포가 회색이었지만, 이번엔 검정색이다. 시카고 불스 유니폼에 더 가깝고, ‘파이어 레드’란 이름에 훨씬 잘 어울린다. 과감히 삭제해 논란이 됐던 복숭아뼈 부근의 23번 자수도 되살렸다. 현지 발매 8월 31일. 국내에도 더위가 채 가시기 전에 발매될 것이다. 같은 색으론 2006년 이후 7년 만의 복각이라 더 반갑다.

89 바스로망 입욕제를 풀어놓고 욕조에 눕는다.
바스로망은 일본에서 수입하는 입욕제다. 1892년부터 나온 입욕제라니 용하다는 온천수만큼이나 신뢰가 생긴다. 여름에 어울리는 종류로는 이름부터 기분이 뻥 뚫리는 슈퍼 쿨과 트로피카 쿨이 있는데, 각각 스파민트, 아세로라 향이 난다. 혼자 누릴 수 있는 가장 정갈하고 합리적인 호사랄까? 바스로망 bathroman.co.kr

90 다큐멘터리 ⁢Off Main Street>를 보며 선더캣의 신보를 듣는다.
는 라디오헤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유명한 딜리 젠트의 새 음악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첫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선더캣. 그는 LA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좋아하는 만화책 가게, 레코드 숍을 둘러보는 얼굴이 캘리포니아 날씨처럼 천진하다. 선더캣이 베이시스트 출신인 만큼 음반에선 베이스 소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는데, 계절의 낮과 밤을 모두 표현하기엔 그만한 악기가 없다. 달릴 땐 끓어오르고, 멈추면 울림이 길다.

91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이오네스코 作 <왕은 죽어가다>를 관람한다.
죽음은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왕이 있다. 자신 앞에는 어떠한 장애물도 없다고 믿는다. 이오네스코가 그린 왕의 한계는 인간의 한계일 것이다. 왕의 방황을 의자에 기대 편히 보기 어려운 이유다. 이번에는 “무대에 수족관을 설치해 왕 베랑제와 한 마리의 물고기를 대비시키는” 색다른 장치를 마련했다. 극단 맨시어터 작품, 2013년 7월 18일부터 7월 28일까지. 아르코 예술극장 3668-0007

92 씨 없는 수박 김대중의 <씨 없는 수박>을 들으며 정읍에서 씨 없는 수박을 주문한다.
씨 없는 수박 김대중의 블루스를 듣는 여름은그야말로 이열치열이다. 인터뷰에서 그는 블루스를 “뜨거운 국물을 먹고 ‘허어’하고 뱉는 소리”라고 표현했다. 김대중의 뜨거운 블루스식 유머를 충분히 즐긴 뒤엔, 당도 높은 씨 없는 수박을 주문한다. 정읍시는 수박 명인 이석변 회장을 중심으로 매해 새로운 씨 없는 수박을 연구한다. 게다가 정읍시청이 운영하는 쇼핑몰에선 수박을 얼음에 싸서 보내줘, 오자마자 시원하게 먹을 수 있다. 씨가 없어 더욱 속도가 붙는다. 7월 21일까지 4차 예약을 받는다. 단풍미인 danpoongmall.com

TV

93 미드 새 시즌에 앞서, 지난 시즌을 복습한다.
미국 드라마의 여름 시즌이 잇달아 시작됐다. 그중 주목할 만한 건, HBO의 <뉴스룸>과 쇼타임의 <덱스터>. <뉴스룸> 시즌 2를 아우르는 핵심 사건은 2012년 미국 대선이다. 한편, <덱스터>는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새 시즌을 주행하기 전, 벌써 가물가물한 지난 시즌을 처음부터 다시 돌려본다.

94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전>에서 밑그림을 보고, TV로 복습한다.
매주 토요일 저녁, 케이블 채널 ‘애니 원’에선 현대카드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전>을 기념해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전편을 방영한다고 발표했다. 전시에서 <모노노케 히메>, <이웃의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에 사용된 레이아웃 원화 1300여 점을 감상했다면, 집에 돌아와 어떻게 애니메이션이 됐는지 세밀하게 살펴본다. 현대카드 superseries.kr

95 PS3와 XBOX360을 마지막으로 즐겨본다.
이번 겨울엔 PS4와 XBOX 원이 출시될 예정이다. 집에 있는 PS3와 XBOX 360의 유효기간이 정해졌다.. PS3가 있다면 <메탈기어 솔리드 더 레거시 컬렉션>이 출시되었으니 메탈기어 솔리드 전편을 다시 한 번 해볼 수 있고, XBOX 360 키넥트가 있다면 <유어쉐이프>로 다이어트를 할 수도 있다.

96 텔레비전에 뱀파이어 위크엔드가 나온다.
맨발이 어울리는 열대의 리듬을 연주하곤 하니, 에어컨 빵빵 틀어놓고 혼자 부끄럼 없이 춤추기에 적절하다. 출연 프로그램이 인 만큼 당연히 방청신청도 받는다. 녹화를 진행하는 공연장은 객석과 무대가 무척 가깝다. 방송은 7월 25일에 나온다.

97 360도로 회전하는 선풍기와 디제이 소울스케이프의 라디오를 같이 튼다.
매주 금요일 새벽 3시, SBS 파워FM <애프터 클럽>은 디제이 소울스케이프가 진행한다. 그가 속한 360사운드의 이름처럼, 전방위적으로 세계의 음악을 다룬다. 최근엔 브라질 음악 특집, 타이 음악 특집을 꾸렸다. 보국전자의 타워팬 선풍기 BKF-T1303은 몸통이 360도로 돈다. 남국의 음악을 들으며, 지구본처럼 빙빙 도는 선풍기 바람을 친구들과 공평하게 쐴 수도 있다.

98 김원우의 신작 <부부의 초상>을 읽는다.
서울에서 사투리로 된 소설을 읽는다. 남의 언어인 방언이 아니라 최대한 생활에 밀착한 언어로서의 사투리를 읽어야겠다. 중고 장터에서 “생활감 좀 있고요” 할 때의 그 생활 말이다. 또한 김원우는 신작에서 말하고 글쓰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들을 등장시켰다. 생활이 글로 옮겨질 때의 허세가 또 한 번 빠졌다.

99 판소리 <사천가>에서 소리꾼 이자람을 만난다.
<사천가>는 이자람의 창작 판소리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서사극 <사천의 선인>을 재구성했다. 절벽, 폭포, 소나무가 제각각 살아서 적극적으로 소리를 낸다면 그 기개가 흡사 이자람의 판소리와 같지 않을는지. 귀신 따위는 얼씬도 못할 기개와 후련함. 수문을 연 댐을 맞닥뜨릴 때와 같은 경외로움. 웬만한 에너지론 얼씬도 할 수 없는 무대라 열흘 이상 공연한 적이 없었으나, 이번엔 초연 6년 만에 첫 장기 공연이다. 이자람, 이승희, 김소진이 번갈아 주인공 순덕 역을 맡는다. 8월 4일까지. 충무아트홀 cmah.or.kr

100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본다.
말론 브란도가 검댕이 묻은 흰 러닝셔츠를 입고 땀에 젖은 채 블랑쉬를 밀어 세울 때, 뉴올리언스의 습기가 번들거리는 살과 살이 닿을 때, 숨은 욕망이 지글거리던 여자가 파멸할 때…. 여름이란, 더위란 사람을 그렇게까지 만들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8월 13일부터 9월 1일까지, 배우 김소희, 이승헌이 각각 블랑쉬, 스탠리로 분하는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막이 오른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지하철을 타고, ‘묘지’선으로 갈아타 ‘천국’ 역에 내리면 가을일까? 명동예술극장 mdtheat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