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사생활 < 2 >

여름이면 더 알고 싶고, 더 먹고 싶다.

1 닭의 면면

가슴살 닭을 벌러덩 눕히면 하트 모양의 닭 가슴살이 정면으로 보인다. 알려진 대로 지방 함량이 적지만, 그만큼 퍼석퍼석하다. 100그램당 165킬로칼로리 정도 되는데, 모래주머니(흔히 말하는 닭똥집)에 이어 두번째로 낮다. 닭 가슴살은 두 덩이 그대로 프라이팬에 올리고 스테이크처럼 육즙을 살려 구워 먹으면 근사한데, 골고루 빨리 익히려면 가슴살을 손으로 납작하게 꾹꾹 눌러준 뒤 굽는다.

날개 닭봉(날개의 윗부분)과 닭 날개가 없으면 치킨 먹기가 왠지 아쉽다. 날개살은 껍질이 많아 지방 함량이 높고 고소한 맛이 진하다. 튀긴 날개 끝을 잘근잘근 씹으면 쫄깃한 젤리같기도 닭 날개는 브라질에서 많이 수입되는데, 최근엔 브라질산이 국내산으로 둔갑하기도 하고, 냉동이 냉장으로 탈바꿈하는 등 문제가 많다.

다리 흔히 치킨 상자에 있는 다릿살은 발목부터 무릎관절까지의 살이다. 그 모양이 북채 같다고 해서 아예 부위 이름을 드럼스틱이라고도 한다. 한 마리에 두 조각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건 날개와 같지만 더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육즙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갖 조리법에 다 잘 맞는다.

모래주머니 모양 때문에 ‘똥집’이라고 오해를 받지만 실은 닭 위와 이어지는 근위 부분이다. 닭은 이가 없어 그대로 삼킨 먹이를 모래주머니가 으깨는 역할을 한다. 당연히 근육이 단단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모양도 더 ‘똥집’처럼 보인다. 모래주머니는 다른 육질에 비해 독특한 향이 있는데, 소금만 뿌려 꼬치구이로 먹으면 제대로 그 맛을 즐길 수 있다. 닭발 씹히는 맛을 제외하면, 사실 육질은 특별한 맛이 없다. 그래서 맵디매운 양념을 발라 굽는 조리법이 일반화됐다. 잘못 사면 누린내도 심하고 워낙 잘 변해 집에서 요리하기는 쉽지 않다.

닭발 씹히는 맛을 제외하면, 사실 육질은 특별한 맛이 없다. 그래서 맵디매운 양념을 발라 굽는 조리법이 일반화됐다. 잘못 사면 누린내도 심하고 워낙 잘 변해 집에서 요리하기는 쉽지 않다.

 

2 닭과 캠핑

캠핑장에 갔다고 해서 꼭 별스러운 요리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특별한 요리가 있어야 비로소 캠핑이 완성되는 건 사실이다. 손쉽게 특별한 요리를 만들려면 닭 두어 마리를 아이스박스에 챙기면 된다. 다양하게 요리할 수 있고, 무얼 해도 맛이 좋다. 야외에서 바짝 익힌 닭껍질을 보면 희한하게 흥이 나고 술맛이 살기도 하고…. 제일 간편한 요리는 그릴 위에 닭을 굽는 것. 손질된 생닭을 사서 8조각 정도로 토막 낸 뒤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해둔다. 적당이 불이 오른 그릴 위해 올리고 30분 정도 앞뒤로 굽는다. 가장 중요한 단계가 여기다. 레몬과 오렌지를 넉넉히 준비해서 익어가는 닭 위에 끊임없이 뿌려줘야 한다. 그래야 수분이 날아가지 않고, 특별한 향을 낼 수 있다. 더치오븐이 있다면 닭을 조각내지 말고 통으로 익혀 더 특별한 로스트 치킨에 도전한다.

1 생닭의 뱃속에 마늘을 넣는다. 푹 익힌 마늘을 좋아한다면 꽉 채워 넣는다. 닭 표면은 원하는 스타일대로 시즈닝 가루를 뿌리고 골고루 문질러준다. 코스트코에 가면 다양한 풍미의 시즈닝 재료를 팔고, 근처 마트에서도 케이준 시즈닝 가루나 바비큐 시즈닝 가루를 판다. 직접 배합해도 좋지만, 캠핑에선 간편한 게 제일이다.

2 더치 오븐 아래 기름이 빠질 수 있게 선반을 깔고 닭 날개를 안으로 접어 엎드려 앉힌다. 올리브 오일을 약간 흩뿌린 뒤 30분간 강한 불에 익힌다. 더치 오븐 뚜껑 위에 뜨겁게 달군 숯을 올려두면 좋지만, 없어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3 닭을 한 번 뒤집고 불을 조금 낮춘다. 여기에 원하는 채소를 넣고 30분간 더 익힌다. 다른 건 몰라도 닭과 잘 어울리는 양파, 감자, 고구마, 레몬은 꼭 넣는다.

4 닭 크기에 따라 한 번 더 뒤집은 뒤 약한 불에 30분 정도 추가로 익혀도 좋다. 커다란 접시 위에 와르르 쏟아내고 우르르 모여서 먹는다.

 

3 닭과 남자의 요리

삼계탕 더운 날씨에 계속 가스레인지 불을 켜놔야 하는 고행이 따르지만 그래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삼계탕이다. 손쉬운 요리는 마트에서 재료를 구입할 때부터 시작된다. 요즘 같은 삼계탕 철에는 재료를 묶음으로 판매한다. 손질된 알맞은 크기의 닭은 물론이고, 인삼, 황기, 대추, 감초 등이 조금씩 들어 있는 삼계탕용 팩을 판다. 더 간편하게 국물 맛을 낼 수 있는 티백 형태도 있다. 여기에 찹쌀과 대파를 더하면 장보기는 끝이다. 닭은 속까지 깨끗하게 씻은 뒤 불린 찹쌀로 배를 채운다. 찹쌀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다리를 샤론 스톤보다도 더 단단히 꼬아 고정시킨다. 냄비에 닭을 넣고 물을 잠기게 부은 뒤 황기, 대추 등을 넣고 1시간 정도 끓인다. 불을 끄기 전에 파를 송송 썰어 넣는다.

닭 가슴살 스테이크 쇠고기 스테이크만큼이나 만들기 쉽고, 맛도 좋다. 때깔 좋은 닭 가슴살을 준비하고 두께를 일정하게 맞추기 위해 포일로 싸서 손으로 꾹꾹 누른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달구어진 프라이팬 위에 치지직 소리가 나도록 올린다. 앞뒤로 5분씩 구운 뒤 접시 위에 올려놓고, 닭 가슴살을 구웠던 프라이팬에 양파, 레몬즙, 파슬리를 약간 넣고 몇 번 휘저은 뒤 그 즙을 스테이크 위에 뿌린다.

닭 가슴살 쌈장 캔에 든 닭가슴살을 칼로 잘게 썰어 프라이팬 위에 던져둔다. 여기에 식용유를 좀 뿌리고 소금과 후추로 간해 들들 볶는다. 닭고기가 하얗게 익으면 쌈장을 더해서 더 볶는다. 이걸 식혀두었다가 맥주와 소주 안주로 먹거나 양배추쌈이나 채소쌈에 곁들여 먹는다.

닭 모래주머니 볶음 마트에서 ‘닭 근위’ 혹은 ‘닭 모래주머니’라고 적힌 부위를 사온다. 깨끗하게 씻은 뒤 소주나 보드카를 조금 넣은 물에 데친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른 다음 데친 모래주머니와 양파, 청양고추를 넣고, 소금과 후추를 약간 뿌려가며 볶는다. 마지막에 참기름을 살짝 두르고 깨소금을 뿌린다.

 

4 닭과 맥주

‘치맥’이라는 단어가 사전에 오르는 날이 올까? 몇백 년이 더 지나면 한국의 전통 음식으로 ‘치맥’이 소개되는 일이 일어날까? 확실히 우리나라에서는 치킨(그냥 닭이 아니라)과 맥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식 궁합이 되었다. 프라이드 치킨엔 콜라가 더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다른 문화권과 비교해봐도 확실히 우리의 치맥 연결고리는 단단한 편이다. 이런 문화 때문에 생겨난 신조어도 많고, 올해 여름 대구에선 처음으로 ‘치맥 페스티벌’이 열려 기업체들이 박람회처럼 참가하기도 했다. 이런 열풍의 다른 한쪽에선 ‘치맥’이 최악의 술과 안주 조합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높은 칼로리와 더 높은 칼로리의 만남이라 피해야 한다는 조언도, 맥주는 혈관을 얇게 만들고 치킨은 변비를 유발해 이 둘의 조합이 나중엔 치질을 부른다는 공포스런 지적도 있다. 이게 다 ‘치맥’이 잘나가서 생긴 일이라는 것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우리가 유독 치킨과 맥주를 함께 먹는 조합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뜬금없게도 와인 업계에서 말하는 테루아를 떠올렸다. 테루아는 포도가 자라는 데 영향을 주는 지리적·환경적 요인이라는 뜻이고, 그 지역의 특징을 반영한 특유의 맛과 향이라는 넓은 의미까지 포괄하는 단어가 아닌가?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 덕에 맥주가 오래전부터 지금과 같이 심심한 맛을 가지게 됐고, 자연스럽게 편의점만큼이나 도처에 널린 프랜차이즈 치킨의 맛이 딱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된 건 아닐까? 기름진 프라이드 치킨과 단 맛이 강한 양념 치킨에는 개성 강한 에일 맥주나 구수한 흑맥주보단, 청량감이 확실한 국산 맥주가 확실히 더 잘 어울리니까 말이다.

여름 한 철을 지나는 동안 치맥을 만날 일은 수없이 많다. 야구장에서 종이컵에 따른 국산 맥주 한잔에 치킨 너겟을 먹거나, 닭꼬치 집에서 ‘소맥’을 곁들일 수도 있다. KFC 치킨처럼 짜고 매운 맛에는 쓴맛이 강렬한 필스너, 톡 쏘듯 매콤한 치킨엔 보드랍고 향긋한 밀맥주, 간장 맛 치킨엔 희한하게도 일본 맥주가 어울린다는 나름의 조합을 만들어보는 재미도 있다. 여름에 맥주와 치킨이 없다면 봄에 꽃이 없고 가을에 바람이 없고 겨울에 코트가 없는 것처럼 허전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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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