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소년

아이 같기도 하고 청년 같기도 한 얼굴이 카메라 앞에서 길게 그늘진다. <범죄소년>과 <뫼비우스>에서 열여섯 서영주는 그 얼굴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발칙한 소년들을 연기했다.

“어제 네이버에 올라간 제 프로필 사진 바뀌었어요. 그 전엔 중 1 때 사진, 완전 애기 때였는데…. 기분 정말 좋아요. 맨날 그 사진 보고 어리게 보시는 분들이 있었거든요.”의상 협찬/ 왼쪽 사진의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크림색 니트는 아메리칸어패럴, 줄무늬 반바지는 스펙테이터 BY 므스크 샵.
“어제 네이버에 올라간 제 프로필 사진 바뀌었어요. 그 전엔 중 1 때 사진, 완전 애기 때였는데…. 기분 정말 좋아요. 맨날 그 사진 보고 어리게 보시는 분들이 있었거든요.”

의상 협찬/ 왼쪽 사진의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크림색 니트는 아메리칸어패럴, 줄무늬 반바지는 스펙테이터 BY 므스크 샵.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좋았어요?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아이스크림! 줄이 꽤 길었거든요? 기다려서 먹었는데 그게 너무 맛있는 거예요. 딸기 맛하고, 초콜릿 맛 먹었는데….

머릿속에 엉겨있던 <뫼비우스> 속 모습이 갑자기 확 달아나네요. 영화는 베니스에서 처음 봤죠?
네. 여기선 ‘청불’이라 못 보고 베니스에서 패스를 받아서 봤어요. 아…. 촬영할 때는 막 이렇게 소름 돋고 그런 장면이 아니었는데, 직접 보니 스크린도 크고 너무 무서운 거예요 그 압박이 커서 너무 힘들게 봤던 것 같아요. (손가락을 쫙 펴서 얼굴 위에 올리며) 이러고 봤어요. 제가 이렇게 생겼어도 아직은 어리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후회해요?
아니요. 오히려 아쉬워요. (성기가 잘리는 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최대한 상상을 하고, 최대한 끌어올렸어요. 그러면서 좀 아쉬웠던 부분이 많아요. 저기서 더 표현을 했으면 더 잘했단 소릴 듣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요.

어떤 장면이요?
음…. 잘렸을 때, 경찰서에서 그걸 들켰을 때, 무리 지어 나쁜 짓 할 때….

그럴 때마다 김기덕 감독에게 질문을 많이 했다고요. 뭘 물었어요?
예를 들면 처음의고통스러운 장면에서 대본엔, ‘오열하며 울고 있다’고 돼 있었어요. 근데 정말 놀라고 아프면 눈물도 안 나온다 그러잖아요. 정말 당황스럽고, 숨도 안 쉬어지고…. 그렇게 하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고 감독님에게 물어봤어요. “그럼 그런 감정 해라. 니가 알아서 하는 거다” 이렇게 말씀해주셨어요. 흐흐흐.

왜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웃어요?
부끄러워요. 연기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말 하는 게.

욕심 많아요?
그런 것 같아요. 찍고 나서 맨날 아쉬워요. 사람들한테 더 멋있는 모습 보여주고 싶고, 어리지만 영리하단 거 보여주고 싶어요. 전 사람들이 절 나이보다 어리게 안 봐줘서 좋은 것 같아요. 막 학생들이 자기 어리게 봐서 괜히 싫은 그런 감정이 아니라요, 그냥 나이가 적은데 이런 연기까지 할 수 있어? 이런 거요. 뭔가 광범위한 거.

괜찮아요? 이렇게까지 독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일요.
편하지는 않아요. 저도 착한 역할 하고 싶고 밝은 연기도 할 수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착한 사람한테 간다 그러잖아요. 나쁜 사람한테 가면 나빠진다고. 그래도 그런 역할은 선뜻 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연기하는 거잖아요. 제가 직접 그런 것도 아니고요. 연기할 땐 실제로 한 거지만, 현실에서 직접 한 게 아니잖아요.

촬영은 일주일뿐이었지만, <뫼비우스>에서 빠져나오는 건 꽤 고통이었겠죠?
며칠간은 좀 끙끙 앓았어요. 그런 장면들이 또 생각나고, 잘 때마다 힘들고…. 그래도 그 후에 금방 이겨냈어요. 오래 힘들어하고 그러면 저희 어머니도 그렇고 아버지도 그렇고 아파하실게 뻔하니까 최대한 빨리 벗어났던 것 같아요..

노력해서 쉽게 되면 좋겠지만….
예전에 <범죄소년>할 때, 처음에 뽀뽀하는 신이 있잖아요. 그거 찍고 나서 너무 부끄러운 거예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테도 부끄러워서 고개 숙이고 다녔는데 그게 스스로 좀 보기가 싫고 자신감 없어 하는 것 같아서 정말 싫었어요. 그래서 이러지 말아야겠다 생각하고 고쳤어요. 마음만 좀 새롭게 바꾸면 쉽게 고칠 수 있어요.

사춘기가 있긴 했어요? 어쩜 이래요?
저 <범죄소년> 찍고 난 뒤에 왔었어요. 흐흐. 제가 알기로는 그래요. 캐릭터와 좀 겹쳤던 것 같아요. 반항하고 그랬어요, 어린 마음에. 지금 생각하면 웃긴데 공부를 일단 좀 줄였고, 컴퓨터를 많이 했고, 밥도 잘 안 먹었어요. 그냥 놀기 바빴던 것 같아요. <범죄소년> 장지구랑은 나이도 같았고 사춘기였다는 것도 같았지만 무엇보다 혼자 생각을 많이 하는 게 닮았던 것 같아요. 그때 제가 진짜 조용했거든요. 정말 말 한마디도 안 했어요. “네, 아니요, 좋아요. 그렇게 할게요” 이렇게만 말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자신의 얼굴은 어때요?
뭐, 얼굴에 신경 쓰지는 않아요. 배우니까 피부나 이런 건 조금은 신경 써야죠. 근데 크면서 제 얼굴이 변하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사는 대로 변하지 않을까요?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주름이 안 생긴다거나 더 좋은 미소를 띤다거나 그런 말이 있는 것처럼요.

서영주는 어떻게 변하고 있어요?
저는 나름 행복하게 살았는데… 하하. 근데 맨날 마음 아프고, 좀 나쁘기도 하고, 상처를 많이 받은 그런 역할만 하다 보니까 화면에서는 조금 사연이 많아 보이는 그런 얼굴인 것 같아요.

언제쯤이면 다 클까요?
음…. 제가 빠른 98년생이거든요? 열여섯 살인데요, 만 18세가 성인인 것 같으니까 이제 3년 남았어요.. 그때 되면 일단은 나이로는 어른이 되는 거니까요. 근데 그 때 돼서 어른처럼 투정 안 부리고 잘 지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른들은 언제 멋있어 보여요?
자기 일을 할 때요. 김기덕 감독님을 보면 평소의 모습은 정말 아저씨같이 그렇잖아요. 편하고요. 그런데 크랭크인이 딱 들어갔을 때는, 정말 멋있더라고요. 항상 일에 집중하고, 이렇게 해라 시키고, 그런 게 너무 멋있었던 것 같아요.

자신이 유명해진 순간을 상상해본 적 있죠? 뭘 떠올렸어요?
옛날에 많이 생각했는데요, 정말 온전히 인기만으로 생각했을 때는, 나중에 레드 카펫을 밟을 때 사람들이 날 알아봐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레드 카펫은 이미 여러 번 밟았죠. 지금보다 더 유명한 배우가 됐을 때를 상상했을 땐요?
그땐 이제 레드 카펫이 아니라 저를 보기 위해서 사람들이 우르르 영화관을 찾는 상황? 저를 보려고 TV 채널을 돌리는 그런 거요.

영화 개봉 시기가 맞물려서 여진구와 종종 비교돼요. 신경 쓰여요?
조금은 쓰이죠. 서로 친하진 않아요. 같이 작품을 한 건 어릴 때 <쌍화점>밖에 없어서 잘 몰라요. 근데 진구가 연기를 잘해요, 솔직히. 청소년 관람불가라 진구가 나오는 영화 <화이>를 못 보겠지만, 정말 잘했을 거라 생각해요. 저도 잘 하지만, 제 마음엔 제가 부족하니까 왜 비교를 할까, 그런 생각을 해요. 이런 이야기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나중에 <화이>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상처받은 아이, 괴물로 키워진 아이…. 사실 최종 오디션까지 갔다가 떨어졌어요.

여진구와 서영주는 어떻게 달라요?
진구는 지금까지 해온 작품을 보면, 좀 달달하고, 상처가 많은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달달한 걸 잘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달달한 게 없어요. 냉정하고 차가운 그런 연기는 제가 나은 것 같아요. 외모는 진구가 낫죠. 으흐흐.

일본 배우 야기라 유야도 떠올라요. 눈매도, 연기도.
<범죄소년>으로 도쿄국제영화제에 상 받으러 갔을 때 그 얘기 많이 들었어요. 심사위원들이 그 배우가 슬럼프가 왔다면서, 넌 절대 그렇게 되지 말라고, 항상 자기 마인드를 꽉 잡고 다니라고, 안 그럼 상을 뺏어가겠다고….

속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보기엔 아주 단단히 잡고 있는 것 같아요.
하하, 진짜 사실대로 다 얘기한 거예요. 저 괴로워하고 우울해하지 않아요, 정말로.

요즘 배워보고 싶은 거 있어요?
복싱이요. 그냥 멋있어요. 킥복싱은 다리까지 사용하니까 더 잘 싸울 수는 있겠죠. 근데 복싱이 더 멋있어요. 일단 주먹으로만 하는 거고, 주먹을 잘 피해야 하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복싱 할 때 눈빛이 멋있어요.

또 어둡고 센 역할 들어오겠는데요?
아 그래요? 흐흐흐. 그래도 또 할 수 있어요. 이젠 좀 웃는 역할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는 한데…

“친구들이 가끔씩뭐라고 해요. 왜영화가 청소년관람불가냐고요.도대체 뭘 찍은거냐고. 그러면 전그냥, 아니야 나아무것도 안 찍었어,정말 그냥 아들역할로 나온 거야,그래요.”의상 협찬/ 티셔츠는 리바이스.
“친구들이 가끔씩
뭐라고 해요. 왜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냐고요.
도대체 뭘 찍은
거냐고. 그러면 전
그냥, 아니야 나
아무것도 안 찍었어,
정말 그냥 아들
역할로 나온 거야,
그래요.”

의상 협찬/ 티셔츠는 리바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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