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식과 두 개의 지구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하나도 없던 지구와 거의 모든 사람이 그를 사랑하는 지구. 박형식은 지금 조금 다른 행성에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변한 건 하나도 없는데..

검정색 재킷, 니트, 셔츠, 바지, 벨트 모두 생 로랑
검정색 재킷, 니트, 셔츠, 바지, 벨트 모두 생 로랑

 

흰색 셔츠와 바지는 버버리 프로섬, 타이는 클럽 모나코, 구두는 일레븐티, 시계는 A/X BY 파슬 코리아
흰색 셔츠와 바지는 버버리 프로섬, 타이는 클럽 모나코, 구두는 일레븐티, 시계는 A/X BY 파슬 코리아

“이렇게 뜨기 전부터 드라마와 뮤지컬을 꾸준히 해왔다. 그땐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았을 뿐이다. 난 항상 같은 스케줄이었다.”

"사실 이게 나다. 이렇게편하게 얘기하는게.하지만 예능에서는웃겨야 되니까. 힘을 좀빼고 한발 물러서서전체적인 그림을 보고가야 되지 않을까 그런생각도 했다."
“사실 이게 나다. 이렇게
편하게 얘기하는게.
하지만 예능에서는
웃겨야 되니까. 힘을 좀
빼고 한발 물러서서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가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했다.”

당신이야말로 요즘 한국에서 가장 바쁜 남자 중 한 명일 거다. 황홀한가?
황홀하기보다 되게 정신이 없다. 똑같은 지구에 똑같은 사람들이 산다. 근데 이쪽 지구는 내 존재를 모르고 저쪽 지구는 모든 사람이 “어? 어!” 하면서 나를 알아보는 느낌이다. 자고 일어났는데 다른 행성에 온 것 같다. 지구가 두 개 있는 것 같다. 진짜, 되게 이상하다. 옛날 같았으면 예능에 나가도 어떻게든 하려고 했고 그중 딱 하나 나오고 그랬다. MC 분들도 그래야 조금씩 받아주셨다. 나에 대해서 모르니까. 그런데 탁 이렇게 되고 나서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아유, 우리 애기 병사!” 그러신다. 나를, 박형식이라는 이름을 알아보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다. 아무래도 <진짜 사나이>가 컸다.

그럴 땐 어딘가 흔들리게 마련이다. 잘 조절할 준비가 됐나?
준비는 항상 하고 있었다. 기회가 찾아왔으니까, 요즘 조금 신경을 쓰고 있다. 갑자기 조급해지고, 뭐든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서는 것 같았다. 너무 의욕이 앞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방송 모니터를 하면서 ‘좀 자연스럽게 힘을 살짝 빼도 될 것 같은데…’ 하는 생각도 했다. 너무 곧이곧대로 ‘열심히! 악!’ 막 이러니까 뭔가 내 본연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다 오버를 하는 것 같았다. 사실 지금 이게 나다. 이렇게 편하게 얘기하는 게. 하지만 예능에선 웃겨야 되니까. 힘을 좀 빼고 한발 물러서서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이렇게 유명해지면 의외의 모습도 여과 없이 보여주게 된다. ‘맛다시’에 밥 비벼 먹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이 뒤집힌다거나. 아이돌은 으레 이미지를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나?
딱 먹어 봤는데 너무 맛있었다. 그래서 놀라움, 그야말로 황홀한 마음을 표현하려고 했다. ‘…와!’ 이런 감탄사를 표정으로. 근데 의도와 다르게 얼굴이 그렇게 돼 있었다. 하하. 나도 방송 보면서 얼굴이 빨개졌다. “전 국민이 보는 방송인데 이거 어쩌지? 어떡해!” 그랬다.

이동하는 시간을 빼면 잘 시간도 없는 와중에 미리 스케줄을 파악하진 않는다 들었다.
그래야 내가 안 힘들다. 만약 이 다음 스케줄, 그 다음 스케줄, 내일 모레 스케줄까지 다 알고 있으면 지칠 것 같다. ‘나 다음은 뭐 해야 되지? 아, 또 이거야? 와, 다음은 이거네’ 이렇게 미리 일희일비하면서 지칠까 봐. 그래서 스케줄을 아예 안 본다. 이 스케줄 딱 끝나면 바로 매니저 형한테 “다음 스케줄 뭐예요? 그거? 오케이!” 하고 그 생각만 하는 거다. 이동하는 동안 준비하는 거다. 가서 딱 하고, 끝나면 “형, 다음 스케줄은 뭐야? …응? 없어? 오예!!” 그렇게. 사람 심리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야 행복하다. 이 스케줄이 끝나면 쉴 수 있다는 걸 미리 알면 끝나기만 기다릴 테니까. 그럼 이것도 제대로 못하고 뭣도 제대로 못하니까. 그래서 다음 스케줄은 모르는 게 더 편하다. “형식아, 다음 스케줄 없다” 그러면, “오, 예!!!!” 하고, 또 “다음은 뮤지컬 연습이다” 이러면 “오케이! 고!” 그러는 게 좋다.

참 바르다. 보면, 훈련도 진심으로 받는다. 저녁엔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공연이 있지 않나? 내일은 공연이 2회나 있고, 드라마, 예능이 있고, <진짜 사나이>는 일주일씩 입대를 하고 인터뷰, 광고 촬영도 있고. 얻는 것과 잃는 게 있을 거다.
일단 이렇게 많은 기회를 접할 수 있다는 것. 그건 확실히 얻는 거다. 광고, 화보를 언제 또 찍어볼까? 진짜 별거 다 찍어보는 것 같다. ‘여기서는 이렇게 찍는구나, 이런 걸 원하는구나’ 그런 걸 많이 배우면서 경험을 쌓으니까 좋다. 말 그대로 ‘닥치는 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

어젠 몇 시간이나 잤나?
좀 자고 나왔다. 보통은 두세 시간? 아예 못 잘 때도 있다. 이동할 때 자기도 한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차 안에서는 내가 이렇게 기대고 앉아 있어도 문 열고 내릴 땐 다시 정신 바짝 차리고 가야 한다.

그렇게 버티는 이유가 뭔가?
이렇게 활동하면서 바라는 게 있나? 하기 싫은데 회사에서 시키니까 억지로 하는 거였으면 못했을 거다. “해라” 그래도 분명히 “왜요?” 그랬을 것 같다. 싸웠을 거다. 하지만 “화보 잡혀 있다”그러면 “오, 좋아!” 하고 한다. 스케줄을 들을 때마다 좋다. 그래서 ‘이 직업이 아니면 뭘 했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만두더라도 할 게 없다. 하고 싶은 게 노래뿐이고, 연기하고 싶으니까. 인기가 많든 적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싶다.

인기는 언젠가 시들게 마련이다. 두렵지 않나?
추락하는 시간이 빠르냐, 늦느냐 그건 대중이 느끼는 시간일 것이다. 내려간다고 해서 ‘난 이제 지났구나’ 생각하기보다 다시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방전된 거니까. 내가 배터리라고 생각하고, 지금 다 충전돼서 막 올라갔다. 하지만 배터리는 언젠가 닳는다. 그럼 다시 채워야지. 그러다 더 발전한 모습으로 다시 나오면 대중은 다시 좋아해줄 것 같다.

당신의 말은 모범 답안이긴 한데, 그게 기획사 훈련의 결과 같진 않다. 진심이라서 그럴까? 어릴 땐 어떤 학생이었나?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았나?
학교 다닐 때도 엄마, 아빠 말 잘 듣고 교복을 안 줄여 입고 다녔다. 그런 애였다. 굳이 교복을 줄여서 뭐 해? 누구한테 잘 보이겠다고? 엄마가 중학교 3학년 때까지 키가 클 거니까 1학년 때 크게 맞춰주면, 그냥 그렇게 입고 다녔다. 내가 편하면 됐지. 학교 다닐 때 노는 애들이 표현할 때 나는 샌님이었을 거다. ‘너넨 너네 하고 싶은 대로 해. 난 나대로 그냥…’ 이런 느낌이었다. 노는 애들이랑도 친하고 공부 잘하는 애들이랑도 친했다. 그러다 보니까 마찰도 없었고, 전교생이랑 친했다.

이번에 시작하는 드라마 <상속자들>도 긴장되는 한 판 아닌가?
김은숙 작가께서 물어보셨다. <나인>을 보고 나를 한번 보고 싶었다고. “명수라는 캐릭터가 사실은 그렇게 비중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괜찮겠느냐.” 아니,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김은숙 선생님이 나한테 괜찮겠느냐고 물어보시는 거다. 그래서 “비중은 전혀 상관없다. 그냥 내가 할 수 있고 재미있으면 하고 싶다” 말씀드렸다. 그래서 하게 됐다.

꽤 괜찮은 흐름 아닐까? 순풍에 돛 달 듯이.
사실 많은 분이 ‘야, 얘 뜨니까 다 한다’ 생각하시지만 나는 이렇게 뜨기 전부터 드라마와 뮤지컬을 꾸준히 해왔다. 유명하지 않았을 뿐이다. 항상 같은 스케줄이었다. 예능과 광고를 빼면 똑 같다.

제국의 아이들로 무대에 서는 건 여전히 즐겁나?
아유, 그건 정말 ‘짱’이다. 진짜로 노는 것 같다. 제국의 아이들은 좀 해탈한 것 같다. 우리가 아직 1위를 한 번도 못했다. “왜 이렇게 안 될까?” 그런 얘기는 하지만 거기에 대해서 오랫동안 좌절하고 그러진 않는다. 무대 위에서 호응이 있든 없든 그냥 즐거워진 거다.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나?
후… 그런 시간 전혀 없다. 완전 필요하다. 사실, 요즘 너무 답답했다. 잠깐이라도 혼자 드라이브하고 여기 한강 와서 차 안에 음악 크게 틀어놓고 가만히 앉아 있고 싶었다.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놀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저 바람을 쐬고 싶다. 답답해 죽겠다.

당신에게 5일을 주겠다. 그래도 한강에 올 건가?
해외여행! 아예 다른 세상 같은 곳에 가고 싶다. 괌 같은 휴양지도 좋고, 날 몰라보는 곳.

즐거운 와중에, 뭔가 맺힌 것 같기도 하다.
답답한 게 있는 거다. 왜냐하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 자유로웠으니까. 홍대 돌아다니면서 먹을 것 사 먹고 그래도 아무도 몰라봤다. 물론 지금도 행복하고, 배부른 소리일 수 있지만…. 그때 그 마음, 여유 같은 게 생각날 때가 있다.

그게 잃은 것일까?
그런 것 같다.

이 인터뷰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일까?
진짜로 를 본다. 헤어, 메이크업을 받을 때 항상 보는 게 잡지다. 그럼 를 본다. 보면서 아, 멋지다, 이런 게 있구나 했다. 내가 거기 나온다니. 기분이 이상하다. 신기하고.

그런가? 자, 다음 스케줄은 뭔가? 아, 끝나야 알 수 있는 건가? 일단 뮤지컬인 건 안다.
아, 그전에 뭐가 있긴 있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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