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차

이달, 보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자동차들. 그리고 단 한 대를 위한 영예. 10월엔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다.

엔진 직렬 4기통 1.8리터 디젤배기량 1,796cc변속기 자동 7단구동방식 전륜구동 (FF)최고출력 136마력최대토크 46.9kg.m공인연비 리터당 18킬로미터가격 3천4백90만~4천3백50만원


메르세데스-벤츠 A200 CDI


바깥은 그렇게 시끄러웠다. 사람은 사람대로, 말은 말대로. 운전석 문을 닫고서야 그걸 알았다. 이런 도시에서, 자동차는 완전히 혼자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으로서 가치 있다. 자동차야말로 개인적이고, 어떤 자동차는 특히 그렇다. A클래스는 그런 맥락에서 탁월하다. 이 차를 ‘고급함’ 혹은 ‘럭셔리’ 같은 시장의 언어로 일축하면 안 된다. A클래스의 지향점이 고급함 이상이라서. 시장이 정의하는 A클래스의 장르는 소형 해치백이다. 디자인과 합리, 주관이 선택의 기준이 되는 다분히 개인적인 장르다. 넷이 타기에도 무리는 없지만 주로 혼자서 혹은 둘이서 탄다. 운전 자체가 재밌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A클래스는 그 셋을 고루 갖췄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18킬로미터에 달한다. 전체적으로 역동적인 균형을 잡아주는 보닛의 길이, 낮고 넓은 차체, 도톰한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A클래스의 당찬 표정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 차, 왠지 기분이 좋아요. 눈에 보이는 세부들, 달리는 느낌도.” 창밖을 보던 여자가 조용히 말했다. 어떤 전문적인 분석이 이런 말을 이길 수 있을까? 4기통 디젤 엔진의 장단점, 핸들을 감아쥐는 감각 같은 걸 가늠하기도 전에 갖고 싶어지는 충동을 A클래스가 부추긴다. 이런 가을밤에 한강 다리를 건너면서 창문을 내릴 때, 흐르듯 지나가는 배경을 볼 때, 천천히 볼륨을 높일 때….
메르세데스-벤츠는 고급함을 다루는 데 정평이 난 회사다. 같은 소재라도 격이 있고, 그건 가속페달을 밟거나 핸들을 돌릴 때도 일관되게 느껴지는 곧은 철학이다. A클래스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차에 탄 사람들의 마음에 단정한 격식을 차릴 줄 알고, 그게 썩 부담스럽지도 않다. 벤츠의 라인업에서나 한국 시장에서도, 존재 자체에 설득력이 있다.

의자는 등과 엉덩이가 닿는 부분이 직물이고 나머지 부분이가죽이다. 가죽의 양을 줄이면서 디자인적 묘미를 살리고, 그를통해 좀 더 감각적으로 보이는 효과를 얻었다. 등받이와 헤드레스트 사이의 여백을 비추는 은은한 빛은 요즘 같은 계절의노을 같다. 고전적인 통풍구 디자인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삼각별로고와 차분하게 어울린다. 이 차를 갖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그건 A클래스의 실내에 머무를 앞으로의 모든 시간이 지루하지않을 거라는 정갈한 확신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이런 표정 헤드램프에 LED를 써서 눈썹 그리듯이 표정을 만드는 게 유행이 된지는 꽤 됐다. 아우디가 선도했고, 이후 모든 회사들이 뭔가를 성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LED를 썼다. 벤츠의 방식은 그 중 독특하다. 날렵하고 세련되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지상목표는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얼굴과 눈매의 두께와 각도, 그 안에 LED로 벌인 어떤 사건으로부터 도시 전체를 압도하고 싶은 야심이 엿보인다. S, E클래스는 말할 것도 없다. C클래스에는 위트가 있다. A클래스는 눈매는 귀엽지만 당차고, 우아하지만 기백이 있다.

THE HISTORY OF A CLASS2013년형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는 3세대째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보면 2013년형 A클래스의 목표가 더 선명해진다. 1세대와 2세대 A클래스는 팔기 위해 만든 차 같았다. 유럽 도시 어디서 그들을 마주쳐도 별 감흥이 없었다. “엇, A클래스가 있네”하는 마음은 “아, 해가 지니까 어두워졌네”하는 말보다 더 심드렁했다. 2013년형 A클래스는 B, C, E, S클래스를 고루 세워놓고 비교해 봐도 밉거나 쳐지지 않는다. 시장 확장을 위해 싸게 만든 벤츠가 아니라, 선명한 목표의식을 갖고 빚은 새 작품에 가깝다.



A클래스의 이런 기분정지상태에서 시속100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데걸리는 시간은 9.3초다. 직렬 4기통1,796CC 디젤 엔진은 도시에서나고속도로에서도 모자람 없는 힘을낸다. 하지만 작심하고몰아세우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도있다. 그런데도 핸들 뒤에는패들시프트가 의연하게 달려있다.원한다면 엔진을 마음대로혹사시켜도 견딜 수 있다는자신감일까? 소월길이나 북악스카이웨이를 의도에 따라공략하면서 달려도 후회없이 재밌을거라는 패기일까? 스포츠모드는제법 날렵하고, 페들시프트로기어를 조작해야 하는 수동 모드도나름의 매력이 있다. 하지만 엔진회전수가 레드존에 도달하면 알아서변속한다. 필요 이상 혹사시키면스스로를 보호할 줄 안다는 뜻이다.이런 크기, 이런 미학적 완성도를가진 차가 권유할 수 있는, 그야말로상쾌하고 귀여운 재치다.

1.폭스바겐 골프2천9백90만~3천6백90만원 2.BMW 1시리즈3천3백60만~4천7백60만원 3.아우디 A3세단 가격 미정 4.BMW 미니 쿠퍼3천2백40만~4천1백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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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출시되지 않은 아우디 A3 세단을 제외하면, 모든 모델의 가격대가 겹친다. 이 차를 살 가격으로 다른 차를 살 수도 있고, 그 차를 사자니 또 다른 차가 눈에 아른거릴 것이다. 폭스바겐 골프는 특유의 합리에 우아함까지 더했다. 가장 넓은 시장을 포괄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후회 없이 권할 수 있다. BMW 1시리즈는 이 차를 반드시 타야하는 시기가 있을 것 같은, 꽉 조여진 서스펜션 같은 긴장감과 재미가 있다. 젊음과 패기야말로 1시리즈의 언어일 테니. 미니 쿠퍼의 재미는 다른 모델이 따라갈 수 없는 개성의 영역에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에는 이 모든 모델이 미처 지향하지 않는 품격이 있다. 그야말로 A클래스를 정의하는 지점이며, 그 격을 다루는 독창적인 자세야말로 벤츠의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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