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목소리가 들려 < 1 >

가창력 논란도, 고음 논쟁도 피곤한 지금. 희귀하지만 녹록치는 않은, 날카롭지만 유일한 다섯 명의 보컬리스트를 권한다. 천국보다 낯선 목소리를.


김일두
부산 출신 음악가에게 짠내가 난다니, 강원도 출신 음악가에게는 감자 냄새가 난다고 할 텐가. “근데 사람들 말이 맞습니다. 부산에 바다 말고 뭐 있습니까. 짠내가 날 수밖에 없죠. 남들한테 술 살때 짜지는 않습니다.” 바다가 인색하지 않은 건 분명하다. 김일두는 짠내 나는 바다로부터 넓은 품의 바다로 항해 중이다. 올해 김일두는 10년이 넘는 세월이 담긴 솔로 앨범 < 곱고 맑은 영혼 >을 발표했다. 쉬이 떠올리는 경상도 남자처럼 투박하고 거칠지만, 소중한 것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이 있는 앨범이다. 무릎을 꿇었으니 위로해달라거나 용서해달라는게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데까진 다 했으니 이제부턴 “될 대로 되라”고 말한다. “아무리 고민해도 답을 못 찾겠는 문제가 있어요. 그때 ‘될대로 되라’가 저한테는 답인데, 행복하자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김일두가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노래의 마지막에 붙인 통속적인 말 “우리 무조건 행복하자구요”가 “고객이 행복할 때까지”와 전혀 다른 말인 이유다. 김일두는 소위 ‘입에 붙는’ 가사를 쓸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고민하고 싶지, 그런 걸 고민하고 싶진 않아요.” 음악적인 배경보다 문학적인 의도가 다분한 그의 노랫말은, 말하듯이 멜로디를 타는 즉흥에 가까운 음정에 실린다. 싱어송라이터 김일두보다 먼저였던 현재진행형의 로큰롤 밴드 지니어스에서 있는 대로 고함을 지르고 집에 돌아와 옆집에 들릴 것을 염려하며 자분자분하게 부른 노래들이다. “그 어둡고 칙칙한 공간에서 당신의 수수함은 횃불 같아요.(‘문제없어요’)” 낮은 목소리는 바싹 마른데다 자주 뒤집어지거나 갈라진다. 발라드 가수의 대단한 고음이 불 쇼와 같다면, 김일두는 담뱃불을 붙여주는 정도다. 사소하며, 오히려 불편해질 수도 있다. 자조와 저주의 혼잣말을 주억거려본 경험이 있다면, 노래는 포근하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그의 노래는 잠이 들 수 없는 자장가다. 김일두는 자장가의 형식을 취하는 전투를 해왔다. “10년 전에도 똑같은 노래를 했어요. 1년 동안요. 근데 그때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어요. 지질한 노래 부르면서 나는 지질하지 않다고 부정했거든요.” 그로부터 “손톱 바짝 깎은 정도로 아프다고 호들갑 떤” 사람이 자기 자신이었다는 걸 알았다. 김일두는 여전히 부산에 살면서, 서울을 오가며 노래를 부른다. 바다를 떠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조웅
처음 마음을 빼앗긴 건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소리와 발상 쪽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유치한 구어에 귀기울이면 ‘한국말’의 새롭고 예쁜 면모가 나왔고, 한국말 가사가 위화감 없이 융화된 음악으로 다가왔다. 조웅은 1집에서 절창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른한 쪽이었지만, 한국말 가사의 힘이, 그에게 거는 기대를 실재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얘기가 다르다. 동요와 민요와 소울 사이에 위치한 그의 뛰어난 노래 때문에, 원래 그가 나른했는지 어땠는지 잊어버렸다. “1집 때는 어떻게 표현할지 선명하지 못했어요. 모호한 걸 표현하려면 모호함 자체를 드러내는 게 올바른 표현이지 않을까 하는 애매함이 있었죠.” 그래서 1집에 스스로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하는 질문이 많을까? “내겐 이런 표정 어울리나요?(‘한국말’)” 질문이 이끈 방향이 있었다. “2집에서는 이런 표현이 적절하고 맛있다는 걸 안 순간, 잘하려고 했던 미스가 있어요. 지금은 그게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타자에게 홈런처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순간. “힘이 들어가는 건데, 단순히 힘을 빼는 게 아니라 이걸 빼는 다른 메커니즘이 있는 거죠.” 음악은 스포츠가 아니다. “멜로디와 박자와 가사를 정확하게 부르는 것만 노래를 잘하는 건 아니잖아요? 표현을 잘하는 거예요.” 조웅은 더욱 더 표현을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래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의 변화는 “오늘은 청 재킷, 내일은 가죽 재킷을 입는 것”이라고 했다. 가수란 몸을 쓰는 사람이라 여기고, 가사 또한 몸의 감각이 되는 길이었다. “정태춘의 ‘사랑하고 싶소’ 가사 알아요? “사랑하고 싶소, 예쁜 여자와. 결혼하고 싶소, 착한 여자와. 나 여기 살고 있소. 나 살아 있소. 멋도 모르고.” 의미가 아니라 말이 나를 터치하죠. ‘멋도 모르고’는 몰라서 모른다는 게 아니거든요.” 조웅은 1집의 시적인 가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꺼림칙했다”고 말했다. “제겐 서사가 없어요. 문학과 달라요. 하지만 내용이 뭐든 어떻게 말하겠단 태도는 있어요. 그래서 신경 써서 정리하는 게, 그나마 말의 문학적인 기능에 대한 노력이에요.” 내년 초면 3집이 나온다.“2집의 연장선”이라고 말했지만 더 단순해질 것 같다. “동물이 돼가고 있어요.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들려주고 싶은 말도, 나한테 하고 싶은 말도 없어요. 하지만 흥분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상태에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어요.” 어깨를 펴지 않고도 그는 조금 커 보였다.
 
 

회기동 단편선
“제 목소리가 호의적으로 들리진 않죠. 보통 불편해하는 것 같아요.” 회기동 단편선의 목소리는 일정하지 않다. 다음 마디를 예측하기 어렵다. 가늘고 미세한 목 떨림으로 귀를 바짝 잡아당겼다가도, 맹수같이 우렁차고 째지는 소리로 세게 몰아붙인다. “몸이라는 자원이 있잖아요. 그걸 적극 활용해서 다양한 소리를 내는 게 좋은 노래가 아닌가 싶어요.” 과연 그의 무대는 연극처럼 보일 때도 있다. 눈을 희번득 떴다가, 주먹을 하늘로 지르고, 무릎을 허리까지 번쩍 들어올린다. 그럴 때마다 다른 소리가 난다. 대개 맨발로 그렇게 한다. “날것이 아니라 날것처럼 보이는 걸 보여주자고 생각해요. 배우처럼 행동하는 거죠.” 대본은 없지만 명확한 설계도는 있다. “반응이 없거나 집중력을 잃어서 미리 세운 계획이 틀어지는 게 제일 싫어요. 즉흥연주도 잘 조련된 게 좋다는 입장이거든요.” 꽉 짜이지 않은, 정리가 덜된 미덕을 본능적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회기동 단편선의 즉흥성은 치밀한 쪽에 가깝다. “배하고 코를 많이 써요. 코는 얇은 음을 빨리 조정할 때, 배는 소리를 묵직하게 만들어 탁 던질 때. 소리가 어디서 나가는지 다 알고 있어야 돼요.” 지난 EP <처녀> 커버에서 회기동 단편선은 여장을 했다. 그것이 우습게만 보이지 않는 건 목소리가 여성스러워서가 아니라, 그가 곡 안에 서는 순간 원하는 모습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연출가이자 보컬리스트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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