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차

이달, 보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자동차들. 그리고 단 한 대를 위한 영예. 12월엔 2014 지프 그랜드 체로키 서밋이다.

엔진V6 직분사 디젤배기량2,987cc변속기자동 8단구동방식항시 사륜 구동최고출력241마력최대토크56kg.m 공인연비리터당 11.7킬로미터가격7천7백90만원

2014 지프 그랜드 체로키 서밋
미국 유타 주 모압Moab을 달리다 보면 두 개의 동그라미 가운데 일곱 개의 세로줄이 그려진 표지판을 갑자기 만나게 된다. 모압은 ‘마녀의 가랑이’ ‘죽은 말’ 같은 계곡의 이름이 역사로 전해지는 곳, 영화 <127시간>의 배경이기도 했다. 두 개의 동그라미와 일곱 개의 세로줄은 지프의 상징이다. “여기서부터는 지프가 아니면 힘들 겁니다.” 표지판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거다. 그 땅 안에서, 지프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고른 성능을 보인다. 컴패스, 랭글러, 그랜드 체로키 사이의 오프로드 주파 능력의 차이는 그야말로 근소하다. 자동차가 길을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보장하는 자유는 생각보다 광활하다. 자동차의 등판력이 필요한 상황은 의외로 자주 생긴다. 강원도 어디의 언덕을 오르거나, 그때가 마침 눈 내린 1월이었거나, 어떤 사찰을 찾아가는 고즈넉한 길은 아직 포장 전인지도 모른다. 정말 좋은 것들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곳에 있으니까, 그곳에서 잠시 쉬어가는 반나절을 위해서…. 지프 그랜드 체로키가 아니라 다른 어떤 세단이라도 갈 수 있는 길일 수 있다. 하지만 그랜드 체로키 운전석에선 스트레스의 정도, 조바심의 경중, 마음의 여유가 다르다. 지면의 굴곡, 등판각의 정도, 심지어 건너야 하는 냇물의 깊이까지 다 끌어안고 묵묵하다. 그랜드 체로키 앞에 ‘도심’이라는 말이 꼭 들어가는 이유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게 그랜드 체로키의 정체성을 정의하기 때문이다. 그랜드 체로키는 극상의 오프로드 주파 능력과 최상의 안락을 동시에 제공하는 차다. 사고 방지턱을 넘을 때조차 상상하게 만드는 지구 어딘가의 오프로드, 그럴 때마다 설계해보는 누군가와의 4박 5일의 겨울 휴가. 지프 그랜드 체로키는 자극한다. 그 자극의 끝에, 담담한 자연이 있다고.



지프 그랜드 체로키의 인테리어는 매우 단정하다. 일관된 디자인 언어를 바탕으로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핸들은 넉넉한 크기로 얼싸안 듯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센터페시아 좌우로 쓴 원목 패널은 일부러 광을 내지 않아서 자연스럽다. 서체가 깔끔하고 버튼이 큼직큼직해서 잘 보이기도 하고, 쉽게 눌리기도 한다. 화면 안에서 터치로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이 늘어나면서 버튼의 숫자가 줄어든 것도 이 간결함에 한몫을 단단히 했다. V6 직분사 디젤 엔진도, 보닛 안에 이렇게 듬직하게 제자리를 잡고 있다.



넓게, 넓게, 더 넓게둥글게 여민 것 같은 외관 디자인 때문에, 사진으로는 그랜드 체로키의 크기를 짐작하기가쉽지 않다. 실제로 보면 그 존재감이 상당하다. 5미터에 가까운 길이, 2미터에 가까운 폭,2.4톤에 달하는 무게. 실내도 다르지 않지만, 디자인이 꼼꼼해서 허전할 틈이 없다. 다만트렁크를 열었을 땐 이 공간을 다 채울 수 없는 평일이 야속해질 지경이다. 하물며주말이야. 여유 있는 주말을 위한 옹골찬 계획을 세우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될 것 같은다짐을 해보기도 한다. 그렇게 운전석에 앉아서 고개를 들었을 때, 이토록 광활한하늘이라니. 한국 어디라도, 도시만 아니었으면 좋겠는 마음이라니.

THE HISTORY OF GRAND CHEROKEE그랜드 체로키는 기본적으로 도심에서의 품격을 유지하기 위한 지프의기함이다. 그러면서도 SUV 본연의 자세를 잃은 적이 없다. 1세대 그랜드체로키의 외관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건 오프로드를 지향하는 용맹함보다 이미 완결된 형태로 어디서나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담대함에가깝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당대의 디자인 언어를 받아들이면서도헤드램프 사이에서 빛나는 일곱 개의 세로줄은 그대로 상징이 됐다.지금까지 4세대. 2014년형 그랜드 체로키는 4세대를 바탕으로 디자인을바꾸고 편의장비를 개선한 모델이다.

안녕하세요, 지프입니다두 개의 동그라미와 일곱 개의세로줄은 지프의 상징이다.정통 오프로더 랭글러가고수하는 디자인이자, 이대로고전으로 굳은 그들의철학이다. 이 로고가 차체곳곳에, 선생님이 숨겨놓은보물처럼 박혀 있다. 2014그랜드체로키의 번호판에는이 로고가 작게 그려져 있다.비슷한 맥락의 상징이 다른곳에도 있다. 오른쪽헤드램프에는 최초의 지프,윌리스로 추정되는 그림이돋을새김 돼 있다. 왼쪽헤드램프에는 ‘SINCE1941’이라고 쓰여 있다. 그랜드체로키의 거대한 차체를차고에 두고 둘러보면서 이로고를 찾아보기도 했다. 이차가, 1941년 이래의 역사와이야기를 두루 간직한 한 권의책이라고 여기면서.



1.2013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8천60만~9천5백80만원2.2014 BMW X5 9천3백30만~1억 3천7백90만원3.폭스바겐 투아렉 7천6백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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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X5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폭스바겐 투아렉이 뉴 그랜드 체로키의 경쟁자다.” 크라이슬러 코리아 파블로 로쏘 사장의 말이다. 가격대와 쓰임을 바탕으로 꼽은, 합리적인 선택지다. 하지만 이 네 대의 차를 두고 선택하는 기준이 그 둘만은 아닐 것이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운전자가 감당해야 하는 존재감의 무게가 다르고, 각각이 지향하는 세계관의 성질에도 차이가 있다. 정통을 기준 삼자니 디스커버리가 떠오르고, 안정적인 성능을 고려하자니 투아렉이 섭섭한 이런 고민이라니. 하지만 왠지, 그랜드 체로키를 선택하는 누군가의 주말이 가장 모험에 가까울 거라는 확신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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