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봐도 그 때같이 아름다울까



몇 년 전 겨울, 유럽 여행 중에 꼬르떼 구두를 처음 봤다. 진열장 안에 있는 게 구두란 걸 멀리서는 몰랐다. 화병이나 테이블 조명, 어쩌면 물새 조각일까 생각했다. 날씬하고 반지르르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예쁜 것들이 남자 구두란 걸 알고, 우선은 당황했다. 그리고 이런 걸 만드는 게 프랑스의 예술적 면모라고 감탄했다. 얼마 전 서울에서 꼬르떼 구두를 다시 봤다. 검정과 갈색, 윙팁과 싱글 몽크처럼 남자 구두의 일반적인 색깔과 형태를 써도 꼬르떼의 것은 다르다. 좋은 수트를 입고도 돌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울 것 같은, 고유한 여유와 분방함이 있다. 그중에서도 아르카는 가장 꼬르떼다운 신발이다. 끈을 꿰는 구멍이 두 개뿐인 투아일렛에 앞코가 긴 롱노즈 형태. 경박하고 천박해 보이기 딱 좋은 모양인데도 전혀 그런 기색은 없다. 흐르는 듯 유려하다는 말은 꼬르떼 아르카를 위해 나온 말일까? 색깔은 또 얼마나 찬연한지. 색을 들이지 않은 가죽으로 구두를 만든 후 붓으로 색깔을 칠하는 파티나는 염색이 아닌 채색 기법이라, 훨씬 더 그윽하고 자연스러운 색을 낸다. 사진 속 네 켤레의 구두 중 제일 왼쪽은 낙타 가죽으로 만든 아르카. 나머지 셋은 루즈, 후람보이즈, 오렌지란 귀여운 색깔로 불리는 소가죽 페이턴트 소재 아르카이다. 가격은 2백만원대. 청담동 란스미어 매장에서 만져보고 신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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