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자들

진짜 아름다운 건 변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어서, 지켜나가는 것만이 가장 현명한 진화의 방법이기 때문에. .



메르세데스-벤츠 300SL 로드스터 1957~1963 SLS AMG 로드스터는 1957년에 출시된 기념비적인 모델, 300SL 로드스터의 디자인 언어를 그대로 계승했다. 긴 보닛과 짧은 엉덩이도, 라디에이터 그릴을 수평선처럼 가로지르는 단 하나의 가로줄도 그대로다. 봄바람 같은 선, 태생적인 우아함도 착실하게 살아 있다. 2013년 11월 21일, 자동차 전문 경매업체 RM 옥션 홈페이지에 개제된 1960년식 300SL 로드스터의 가격은 1백65만 달러, 한화로 약 17억 5천만원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SLS AMG 로드스터

앞코가 길고 엉덩이는 짧은 차체를 ‘롱 노즈 쇼트 테일’이라고 한다. 벤츠 SLS 로드스터가 지키고 있는 전통이자, 어쩌면 아름다움의 시작일 수도 있는 형식. 운전석에 앉았을 때의 존재감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다른 어떤 차에서도 느낄 수 없는 위풍당당함이 광활한 보닛으로부터 온다. 게다가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의 가차 없는 폭력성, 스포츠 모드에서 흥분하기 시작하는 엔진, 사지가 쪼그라드는 것 같은 가속력…. 더 빠르고 비싼 차를 찾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벤츠 SLS야말로 유일하다. 그 아름다움만으로 고고하고, 양보할 줄 모르는 성능으로 일상의 테두리를 박살낸다. 단숨에.

엔진 V8 6.2리터 가솔린
최고출력 571마력
최대토크 66.3kg.m
공인연비 리터당 6.3킬로미터
0->100km/h 3.8초
가격 2억 6천9백50만원



레인지로버의 고집 “아무것도 바꾸지 말아주세요. 다만 더 나은 차를 만들어주세요.” 레인지로버의 고객들은 이렇게 말한다. 영국 본사는 이런 의견을 충실히 반영한다. 지킬 것은 고수하고, 바꿀 것은 집요하게 개선한다. 디자인은 1세대부터 이미 완성형이었다. 거기에 몇 개의 선을 다듬는 식으로 이어지는 역사. 2세대부터 A~D필러까지의 기둥을 유리와 같은 색으로 처리해 지붕이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플로팅 루프(Floating Roof, 떠 있는 지붕)라고 부른다. 4세대에도 그대로 이어진 요소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3.0 TDV6

레인지로버를 가진 사람이 또 다른 SUV를 사고 싶을 때, 그 고민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실은 어떤 조언도 필요 없을 것이다. 이미 최고를 가졌으니 그 이후의 선택은 다분히 주관적이어야 옳기 때문에. 외부 디자인, 실내의 품격, 조작의 편리함, 필요할 때마다 쏟아지는 힘과 운전 자체의 재미…. 게다가 도시에서만 몰기에는 죄책감마저 드는 오프로드 성능까지. 4세대 레인지로버도 그 맥을 망설임 없이 잇는다. 장르를 SUV에 한정한 드림카 목록이라면, 이 차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옳다.

엔진 V6 3.0리터 터보 디젤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61.2kg.m
공인연비 리터당 10.7킬로미터
0->100km/h 7.9초
가격 1억 6천1백30만원



폭스바겐 오리지널 비틀 1938~2003 어렸을 땐 ‘빵게차’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다. 혹은 ‘딱정벌레차’라고도 했다. 오리지널 비틀과 더 비틀을 나란히 놓고 보건데, 이 둘의 아름다움이 그 고전적 풍모에서만 오는 건 아니다. 유려한 곡선, 차분한 균형, 어떤 원형으로서의 품위가 한 대에 다 녹아 있다. 무려 76년 동안, 다만 한결같았다.

폭스바겐 더 비틀

폭스바겐이 만든 세 번째 비틀이다. 최초의 비틀은 1938년이었다. 더 많은 사람이 탈 수 있는 차를 만들라는 히틀러의 명령에 포르쉐 박사가 만든 차가 비틀이었다. 3세대, 더 비틀은 그 디자인 언어를 그대로 계승하면서 역동적으로 달릴 수 있다는 데 초점이 있다. 실내에 꽃병을 꽂을 수도 있었던 2세대 비틀에 여성성이 짙었다면, 더 비틀은 남성성을 극대화한 셈이다. 1세대 비틀을 오리지널 비틀, 2세대를 뉴 비틀, 3세대를 더 비틀이라고 구분하기도 한다. 마냥 예뻐서 관심을 가질 수도 있고, 폭스바겐 특유의 착실한 달리기를 꿈꾸면서 선택할 수도 있다.

엔진 직렬 4기통 2.0리터 터보 디젤
최고출력 40마력
최대토크 32.6kg.m
공인연비 리터당 15.4킬로미터
0->100km/h 9.5초
가격 3천2백50만~3천7백50만원



지프의 흐름 1941년 지프 윌리스 MA, 1953년 지프 CJ-3B…. 이후에도 지프는 지속적으로 변했다. 더 편해졌고, 성능은 개선됐다. 군용으로 생산했던 최초의 목표는 지금 오프로드의 아이콘으로까지 진화했다. 2014년의 지프는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살 수도 있는 자동차다. 일단 소유한 이후라면, 그 거침없는 진면목을 알게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테지만.

지프 랭글러 2.8 디젤 루비콘

랭글러야말로 바뀌지 않았다. 동그란 두 눈, 모서리가 둥근 일곱 개의 세로 구멍, 각진 지붕과 투박하고 정직한 형태. 길이 아닌 곳이 더 익숙한 지프에게, 어쩌면 가장 효율적인 디자인이라서 그런 걸까? 범퍼와 펜더를 덮고 있는 검정색 플라스틱은 웬만한 충격에는 흠집도 안 생긴다. 어디서든 마음이 편하다. 그러니 서울에만 있지 말라고, 저 동그란 두 눈으로 선동하는 것 같기도 하다. 촬영한 날짜와는 아무 관계도 없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개의치 않고 넘나드는 완벽하고 효율적인 디자인.

엔진 직렬 4기통 2.8리터 디젤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46.9kg.m
공인연비 리터당 9.2킬로미터
0->100km/h N/A
가격 5천70만원




1959, 미니 마크 1가끔 서울 시내에서 이 차를 볼 때가 있다. 하나같이 정성껏 손질한 흔적이 느껴지는 차들. 진짜 사랑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차라는 걸 멀리서도 알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이고 고전적인 디자인. 1세대 미니도 아름다움과 효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지금 도로 위의 모든 미니, 앞으로 출시될 또 다른 미니가 모두 이 한 대에서 비롯됐다.

미니 쿠퍼 JCW

2012년, 프랑스 르 카스텔레 서킷은 미니 유나이티드에 참가하려는 수만 대의 미니로 북적였다. 같은 미니는 한 대도 없었다. 미니를 가진 사람들은 그들의 미니를 고유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과 재치를 아끼지 않는다. 미니야말로 존재 자체가 문화인 거의 유일한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미니 쿠퍼 JCW는 그 매콤한 달리기만으로 스트레스를 다 풀어주는 고성능 미니다. 그리고 올해는 드디어, 3세대 미니가 출시된다.

엔진 1.6리터 직렬 4기통 가솔린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26.5kg.m
공인연비 리터당 11.6킬로미터
0->100km/h 6,7초
가격 4천5백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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