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완벽한 것

아침에 만났을 때, 바나바 포르나제티는 회색 글렌 체크 수트를 입고 있었다. 자디잔 꽃송이가 쫑쫑 박힌 셔츠, 사치스럽게 요동치는 페이즐리 무늬 조끼, 골진 실크 양말, 한 줌으로 움켜쥘 수 있을 것 같은 부드러운 구두. 하나하나 유별나지만 결코 나서진 않았다. 오히려 고요해 보였다. 스타일, 진짜 멋쟁이. 그에게 지나가는 첫인사랍시고 이탈리아 영화 <그레이트 뷰티> 얘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대뜸 질문이 왔다. “그 영화의 무엇이 좋았는데요” 그저 로마가 좋았다고 답했다. “그 영화는 이탈리아의 아름다움 중 일부를 보여주는 것뿐이에요. 로마도 다양한 모습이 있죠. 펠리니가 <라 돌체 비타>에서 보여준 로마도 있고요.” 그 대답을 듣는데, 진지하게 좋았다. 으레 그런 인사엔, ‘아, 그 영화 나도 좋아해’ 정도로 웃으며 넘어가는 것일 텐데, 그는 좀 더 정확하고자 되물었다. 그게 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닌 말, 거짓말이 아닌 말. 진짜.

바나바 포르나제티는, 포르나제티의 창립자이자 아티스트였던 피에로 포르나제티의 아들로 1988년부터 지금의 포르나제티를 만들며 이끌고 있다. 그런데 그는 스물몇 살이 될 때까지 부친과는 좀 다른 행보를 취했다. 미술을 전공했지만 독립 잡지를 만들거나 농가의 주택 개조사업에 열중했다. “어렸을 땐 아버지와 많이 싸웠습니다. 사사건건 의견이 달랐거든요.” 그러다 부친이 세상을 떠나고 그가 가업을 이어가게 된 뒤, 포르나제티는 비약적으로 가지를 뻗었다. 수많은 전시, 협업, 출판, 이벤트, 그리고 새로운 디자인들…. 그는 부친이 떠올린 수많은 모티브를 정확한 뭔가로 만들어냈다. 포르나제티는 원래 아름다웠지만, 그는 그것을 아예 ‘완벽함’으로 결정지어버렸다. “지금 포르나제티를 부친께서 보신다면 좋아하실까요” 그가 영어로 대답했다. “앱솔루틀리.” 바나바 포르나제티가 서울에 온 건 10 꼬르소 꼬모에서 전시가 있어서다. 포르나제티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회고전으로 지난해 밀라노에서 열렸던 전시의 일부를 옮겼다. 익숙한 것들 그리고 새로운 것들, 볼수록 달리 보이는 것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타원형 탁자 ‘페카토 오리지날레’다. 포르나제티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서 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여기 누워서 자고 싶네요.” 침대는 아니지만, 보자마자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아름다움에 눈이 멀면 형태나 기능조차 상관없어지나? 말하면서 웃었지만, 두고두고 그 탁자 위에서 자는 생각을 했다. 사고 싶다거나 갖고 싶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생각은 다른 방향으로 이어졌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그걸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레이트 뷰티>를 다시 보는 건 어떨까? 바나바 포르나제티는 내가 만난 이탈리아 사람 중 가장 조용조용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걸 힌트 삼을 수 있을까? 10 꼬르소 꼬모 매장 1층을 진하게 채우고 있는 포르나제티의 물건들이 그토록 화려한데도 끝내 수선스럽지 않은 이유를. 그건 이미 완벽한 뒤라서, 그걸 보면서 계속 꿈꾸게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 전시는 6월 15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