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냄새 나는 책

<조춘만의 중공업>은 인간미라고는 기대할 수 없는 기계설비에서, 거울로서 드러나는 사랑을 발견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기계 설비를 의인화하는 방법이 아니라, 그들의 세계를 인정하고 독립시키면서. 조춘만은 용접사로, 70~80년대 조선소, 발전소, 석유화학공장에서 일했다. 카메라는 퇴직 후에 눈을 떠서 그때부터 정식으로 배운 것이다. 기계에게 말을 거는 입장에서, 이제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쪽이 되었다. 그가 찍은 거대하고 육중한 기계설비들은 기계비평가 이영준의 말처럼 “괴물만이 낼 수 있는 미감”을 낸다. 한국에서는 디자이너가 아닌 엔지니어 주도 하에 공장, 기계 설비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사람 냄새 나는”이라는 말은 이 책 앞에서 폭력적인 언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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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책, 음반, IT를 담당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