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끝까지 간다.

포르쉐 박스터 GTS와 카이맨 GTS를 타고 스페인 마르세유의 낮과 밤을 질주했다. 무모하지 않게, 굳이 공유하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고속도로가 한적했다. 앞에도, 뒤에도 다른 차는 없었다. 박스터 GTS의 변속은 아, 감탄사를 아끼고 싶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해가 진 후, 언덕 위에 있던 리조트까지 이 느낌이 이어진다면 우린 어떤 밤을 보내게 될까? 은밀했으면, 개인적이었으면, 둘뿐이었으면. 이후에는 흔들림 없이 나만의 소유였으면 좋겠다 욕심낼 때 조수석 쪽 창밖으로 바다가 갑자기, 무책임하게 펼쳐졌다. 감당할 수 없는 색으로, 하지만 미처 멈출 수 없었던 속도로. 해가 머리 위에 있었다. 포르쉐 박스터 GTS 안에서 가속페달에 힘을 주고 있었던 스페인 마요르카의 정오였다.

박스터 GTS는 박스터 S를 기반으로 성능을 좀 더 높이고 고급스럽게 꾸민 모델이다. 박스터와 박스터 S에 이어, 그 위에 자리 잡는다. 박스터 S의 최고출력은 315마력, 박스터 GTS의 최고출력은 330마력이다. GTS가 15마력 더 높다. 최대토크도 약간 차이 난다. S는 36.7kg.m, GTS는 37.7kg.m이다. 강력해진 성능을 외관을 통해서도 구분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검정색으로 처리한 세부가 도드라진다. 헤드램프, 공기흡입구, 리어램프, 배기구도 검정색으로 처리했다. 실내도, 엉덩이에 쓰여있는 이름도 마찬가지다. 검정색은 GTS의 공격성과 고급함을 강조하는 중요한 소재다. 검정색 가죽, 검정색 알칸타라, 운전석 머리받침에 자수로 놓은 GTS라는 글씨도 역시. 면면을 뜯어보면 작은 세부들이지만 전체적으로 강력하고 공격적인 인상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로에서 박스터 S를 만났을 때와 박스터 GTS를 만났을 때 운전석 밖에서 느낄 수 있는 선망의 정도는 분명히 다를 거라는 뜻이다. 핸들을 쥐고 있는 당신의 자부심도. 이 차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이 모든 세부에 대해 아주 다른 차원의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포르쉐가 각별한 마음으로 준비한 두 가지 특별한 색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 ‘GTS 패키지’도 있다.

자, 다시 고속도로다. 천 지붕은 진입 직전의 교차로에서 열어두었다. 그게 박스터를 타는 낭만이라서. 7단에서 가속페달을 깊숙이 급하게 밟으면 급한 가속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PDK, 즉 포르쉐 더블 클러치는 이 순간에 기어를 네 단 내렸다. 7단에서 3단으로 순식간에 내려갔는데 충격은 전혀 없었다. ‘이렇게까지…’ 속으로 놀랄 때, 엔진 회전수를 가리키는 게이지만 레드존까지 치솟았다. 배기음이 명치 언저리를 울렸다. 운전석에서, 속도보다 더 자극적인 건 소리일 것이다. 7단에서 3단으로 내려앉은 박스터는 그 변속 충격을 그대로 부드럽게 끌어안고, 굉장한 힘을 순식간에 비축해두었다. 이렇게까지 꼿꼿하게 흥분한 상태의 가속 페달 역시 좀 다른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가슴이 털썩 내려앉는 것 같은 가속력으로 다른 모든 차를 앞서 달릴 수 있으니까.

인테리어를 보라 포르쉐의 인테리어는 일관적이고 직관적이다. 하나의 버튼에 하나의 기능이 담겨 있다. 버튼이 많아서 헷갈린다는 의견도 있으나, 좀 익숙해지면 이보다 편리할 수 없는 배치가 될 것이다. 실내는 검정 가죽과 알칸타라로 마감했고, 빨간색 스티치로 그 공격성을 상쾌하게 강조하면서 마무리했다. 박스터 기어봉 아래, 지붕을 여닫을 수 있는 버튼을 볼 때마다 세계 어딘가의 하늘을 상상하게 된다.
인테리어를 보라 포르쉐의 인테리어는 일관적이고 직관적이다. 하나의 버튼에 하나의 기능이 담겨 있다. 버튼이 많아서 헷갈린다는 의견도 있으나, 좀 익숙해지면 이보다 편리할 수 없는 배치가 될 것이다. 실내는 검정 가죽과 알칸타라로 마감했고, 빨간색 스티치로 그 공격성을 상쾌하게 강조하면서 마무리했다. 박스터 기어봉 아래, 지붕을 여닫을 수 있는 버튼을 볼 때마다 세계 어딘가의 하늘을 상상하게 된다.

 

이 그림은 포르쉐 토크 벡터링, PTV를 설명하는 것이다. 커브에서, 바깥쪽 바퀴에 더 많은 회전력을 걸고 안쪽 바퀴의 회전력은 줄여준다. 코너를 더 빨리, 민첩하게 돌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포르쉐의 수 많은 기술 중 하나다.
이 그림은 포르쉐 토크 벡터링, PTV를 설명하는 것이다. 커브에서, 바깥쪽 바퀴에 더 많은 회전력을 걸고 안쪽 바퀴의 회전력은 줄여준다. 코너를 더 빨리, 민첩하게 돌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포르쉐의 수 많은 기술 중 하나다.

 

포르쉐가 고집하는 수평대항 6기통 엔진. 이 엔진이 차체 뒤, 그러니까 운전석 바로 뒤에서 가열차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포르쉐가 고집하는 수평대항 6기통 엔진. 이 엔진이 차체 뒤, 그러니까 운전석 바로 뒤에서 가열차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트랙에서의 박스터 GTS와 카이맨 GTS 트랙에서는 그저 이들을 믿을 수 있다. 차를 믿고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포르쉐 운전석에서는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진짜로 자극 당하는 소유욕. (이 문장은 수동태여야 맞을 것이다.) 박스터는 꿈꿀 만하다. 911보다 가깝고, 그 본연의 즐거움을 잔뜩 숨기고 있는 모델이다. 카이맨의 개성에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성능? 우리는 지금 ‘포르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디서나 이길 수 있다.
트랙에서의 박스터 GTS와 카이맨 GTS 트랙에서는 그저 이들을 믿을 수 있다. 차를 믿고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포르쉐 운전석에서는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진짜로 자극 당하는 소유욕. (이 문장은 수동태여야 맞을 것이다.) 박스터는 꿈꿀 만하다. 911보다 가깝고, 그 본연의 즐거움을 잔뜩 숨기고 있는 모델이다. 카이맨의 개성에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성능? 우리는 지금 ‘포르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디서나 이길 수 있다.

래킹하던 사람들은 기어를 변속하면서 우렁찬 소리를 내는 박스터 GTS를 보면서 ‘좀 조용히 해주겠어요?’ 입술에 손을 댔다. 미안한 마음으로 엔진과 변속기를 진정시켰지만….

패들 시프트를 마음대로 만져도 마찬가지였다. 7단에서 3단으로, 다시 7단으로 장난처럼 오르락내리락해도 박스터는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 울컥하는 느낌도, 주행감을 저어하는 순간도 없다. 이 와중에 엔진 회전수 계기판은 초침처럼 단호하고 정확하게 움직인다. 약속된 속도에서 약속된 회전수를 정확하게 가리킨다. 매 순간의 엔진 소리는 관악기 세션처럼 당당한 존재감으로 울리는데 전혀 충격이 없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다. 이것만이 진정한 강함이라는 걸 웅변하는 것 같다. 이 상태에선 핸들을 어떤 각도로 틀어도 차체가 흔들리거나 당황하지 않는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의연하고 전혀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 모든 움직임은 하나같이 포르쉐 공학 기술의 승리다. 포르쉐 더블 클러치를 의미하는 PDK, 서스펜션의 경도를 제어하는 포르쉐 액키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 커브에서 왼쪽과 오른쪽 바퀴에 걸리는 힘을 알아서 조절해주는 포르쉐 토크 벡터링PTV 같은 기술들 말이다. 치열한 공학적 연구와 실행의 결과가 여기, 스페인 마요르카의 고속도로와 산길에서 공격적이면서도 완숙하고, 편안하면서도 쾌락의 끝을 지향하는 방식으로 구현됐다. 곧 전 세계가 공유할 것이다. 여기가 트랙이라면, 이런 움직임이야말로 승리의 약속일 것이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땐 구름이 몇 점 떠 있는 마요르카의 하늘이 우리를 환대하듯 맑았다.

박스터의 존재감은 촘촘하게 세분화된 포르쉐 라인업 중 가장 세밀하고 날렵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차를 ‘엔트리급 포르쉐’라거나, ‘가장 저렴한 포르쉐’라고 하는 건 뭘 좀 몰라서 할 수 있는 말이다. 예전엔 알았으나 최신의 어떤 것은 놓치고 있는 것이다. 호사가들이 하는 말을 지식인 것처럼 착각하거나, 비싼 차가 자존심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박약한 것이다. 박스터는 그 자체로 고유한 장르가 되었기 때문에…. 박스터의 쾌감은 박스터 안에서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슈트트가르트 포르쉐 공장에서 우리가 외계인들을 고용해 차를 만들고 있다고요?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거 굉장한 칭찬이네요.” 포르쉐 박스터와 카이맨의 엔지니어링을 총괄한 마티아스 홉스테터 박사는 이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가능하다면 아내를 위해 박스터 GTS를 한 대, 자신을 위해 카이맨 GTS를 갖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는 저녁 해가 막 떨어지는 바다 끝을 쳐다봤다. “박스터는 낭만적인 차예요. 물론 강력한 포르쉐죠. 하지만 카이맨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이 있어요. 내가 갖고 싶은 건 카이맨이에요.”

맞는 말이다. 카이맨 GTS를 타고 공도와 산길을 달리는 건 과연 단호한 경험이다. 카이맨은 박스터와 911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다. 담백하고 공격적인 쿠페이면서 포르쉐가 지향하는 바를 정확히 지향한다. ‘내가 카이맨이야, 내가 이런데 911이 필요해?’ 카이맨은 묻는다. 넌지시 자신의 존재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운전자는, 당신은 이 차를 어디까지 몰아세울 수 있을까? 우리는 카이맨 GTS를 타고, 자연이 트래킹을 위해서 빚어놓은 것 같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산길로 접어들었다. 길고 또 길게,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면서 끝도 없이 이어지는 길이었다. 바이크, 자전거, 때론 조깅으로 산길을 타던 사람들은 포르쉐가 지나갈 때마다 멈칫했다. 시선을 거두지 않았던 그들의 마음을 정확히 안다. 노인, 아이, 청년, 여자. 심지어 고양이 한 마리도 파란색 카이맨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눈을 맞췄다.

카이맨 GTS를 타고 나서야 “박스터 GTS는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낭만적”이라는 마티아스 홉스테터의 말을 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포르쉐가 창이라면 카이맨의 찌르기는 좀 더 빠르다. 박스터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검이라면 카이맨의 그것은 더 묵직하다. 둘 다 단번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위험한 무기다. 하지만 카이맨에서 느낄 수 있는 조금 더 강력한 힘과 남성성.

카이맨 GTS 역시 카이맨 S를 바탕으로 힘, 검정색, 고급함을 더한 모델이다. 카이맨 S의 최고출력은 325마력이다. 박스터 S보다 10마력 높다. 카이맨 GTS는 340마력이다. 역시 박스터 GTS보다 10마력 높다. 카이맨 S의 최대토크는 37.8kg.m, GTS는 38.7kg.m이다. 세세한 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수치만 보면 그렇다. 하지만 이 제원들이 자동차가 하는 말을 온전히 번역하진 못한다는 것을, 이날 마요르카에서는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서울이라고 다를까?

카이맨 GTS가 제대로 힘을 주면 여러 부위의 근육이 긴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랫배와 승모근은 거의 동시에 움츠러든다. 내가 제어할 수 없는 곳곳이 피의 흐름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뇌까지 피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중력 가속도가 강요하는 그대로 등쪽 어느 한 곳에 피가 몰려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가벼운 어지럼증, 좁아지는 시야 같은 것들. 그러니 아무 데서나 이 차를 몰아세우면 안 된다. 이 차의 엔진 소리와 배기음은 ‘나를 감당할 수 있겠나?’ 재촉하면서 달래기도 하는 또 다른 세계의 언어처럼 들리니까.

한계를 벗어났다는 증거는 소리 혹은 엉덩이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엉덩이가 미끄러지거나 타이어와 도로가 마찰하면서 나는 날카로운 소리다. 하지만 차체 자세제어 장치를 끄지 않았다면 겁먹을 여지도 별로 없다. 포르쉐는 알아서, 운전자가 최상의 드라이빙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불안할 틈도, 머뭇거릴 이유도 없다. 자동차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 놀라워하다 이 차의 설계를 궁금해하다, ‘그건 내 몫이 아니야’ 혼자 다잡으면서 그저 운전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박스터 GTS와 카이맨 GTS는 스스로의 존재감을 끊임없이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포르쉐 911을 바래지 않는 빛, 당당한 상징으로서 칭송했던 사람이라도 이 두 대의 차는 경험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때로는 미묘하고, 더러는 압도적이기까지 한 성능의 차이를 가늠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내 감성과 더 어울리는 차를 제대로 만나기 위해서다.

포르쉐는 어쩌면 당신의 거의 모든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태어났다. 박스터 GTS와 카이맨 GTS는 누군가의 현실이라도, 당신의 목표라도 좋을 것이다. 탐구하기에도 소유하기에도 즐거운 차를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알아두는 게 좋다. 이들이야말로 언젠가, 끝까지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기억해둬야 하는 중요한 이름이 될 테니

GTS의 검정색 포르쉐 박스터와 카이맨 GTS는 자동차의 인상을 좌우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곳에 검정색으로 힘을 줬다.
GTS의 검정색 포르쉐 박스터와 카이맨 GTS는 자동차의 인상을 좌우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곳에 검정색으로 힘을 줬다.

그란 투리스모? 그랜드 투어링? GTS는 그란투리스모 스포츠Gran Tourismo Sport의 줄임말이다. 영어로는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 그랜드 투어는 17~19세기까지 영국 상류층 사이에서 유행했던 여행의 장르였다. 1670년에 영국 신부 리처드 러셀스가 쓴 책 <이탈리아 여행The Voyage of Italy>에 처음 등장하는 단어로 알려져 있다. 여행. 건축, 문학, 예술에 대한 더 넓은 식견을 갖기 위한 젊은이의 여행. 더 넓은 품을 갖기 위한 여행이 곧 그랜드 투어였다. 보통 두 명의 가정교사, 하인과 통역관까지 동행하는 여행의 형식과 수개월~수년에 이르는 여정 때문에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이동수단은 마차였다. 지금 자동차의 장르를 구분하는 그란 투리스모는 여행의 성격처럼,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장거리 주행에 적합하도록 편안함까지 챙긴 모델이라는 뜻이다. 대체로 ‘편안한 고성능’을 표방하는 장르라 이해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