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보다 밥이 더 생각나는 호텔

호텔에서 잠만 자는 건 아니다. 방보다 밥이 더 당기는 전 세계의 호텔 일곱 곳을 찾았다.

 

더 와일드 래빗 영국, 코츠월드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두 시간쯤 떨어진 코츠월드는 석조 주택단지다. 그리고 코츠월드 킹엄 지역의 작은 호텔 더 와일드 래빗은 개장 이래 영국에서 가장 우아한 펍-호텔이란 평을 받고 있다. 호텔을 운영하는 범포드 여사는 실제로 귀족 출신이다. 그녀가 기르는 귀여운 킹 찰스 스패니얼 종의 강아지들은 승마용 바지와 가죽 승마 헬맷을 쓰고 나무로 만든 바 주변을 돌아다닌다. 거칠게 벤 소나무로 만든 가구, 리넨 침구, 윤기 나는 돌벽 등 내부 장식도 흠잡을 곳이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와일드 래빗을 돋보이게 하는 부분은 음식이다. 범포드 여사는 유기농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다. 그녀가 운영하는 마트와 스파, 길 바로 건너편의 식당 겸 카페 데일스포드의 모든 음식은 범포드 여사의 농장에서 식재료를 공급 받는다. 더 와일드 래빗 호텔의 식당도 마찬가지다. 특히 숙박 예약 시 일요일 점심 식사를 포함할 경우, 전통 방식의 구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퇴실 전 객실에 비치된 향이 좋은 소품들을 챙겨 나오는 것도 더 와일드 래빗 호텔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thewildrabbit.co.uk 글 / 케이트 맥스웰(Kate Maxwell)

제로 조지 스트리트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
제로 조지 스트리트는 꼼꼼히 복원한 다섯 채의 타운하우스를 아우른다. 거기엔 18개의 단순하지만 화사한 객실이 있다. 타운하우스 가운데의 마당은 굴 껍질과 돌로 포장했고, 남향으로 난 베란다에선 대낮부터 라운지에 온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 레모네이드와 진으로 만든 머니 페니 칵테일을 주문해보는 것도 좋다. 제로 조지 스트리트 호텔은 찰스턴에서 가장 솜씨 좋은 식당이 걸어갈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데다, 자체적인 요리 교실도 연다. 주방장 랜디 윌리엄스는 라벤더 꿀과 샹보르 크림을 넣은 달콤한 옥수수빵처럼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전통 음식을 창의적으로 응용하는 데 도가 텄다. 꼭 수업을 듣지 않더라도, 호텔 카페에서 유기농 치킨 타코, 생두 튀김 등을 맛볼 수 있다. 메뉴는 수시로 바뀐다. zerogeorge.com 글 / 브룩스 라이츠(Brooks Reitz)

파크 하얏트 씨엠립 캄보디아, 씨엠립
최고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앙코르와트에서 차로 15분쯤 떨어진 오텔 드 라 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르데코식으로 개조한 파크 하얏트의 크메르 양식은 꽤 근사했다. 특히 햇빛이 잘 드는 공용 라운지가 눈에 띄었다. 거기엔 장밋빛 벨벳으로 덮은 2인용 의자와 손으로 짠 직물을 덮은 책장이 놓여 있다. 108개의 객실은 전부 화사하고 볕이 잘 든다. 욕실은 대리석으로 만들었고, 물도 세게 잘 나온다. 덥고 습한 씨엠립에선 꽤 중요한 시설이다. (하지만 파크 킹 객실은 피하는 게 좋다. 213호, 313호, 311호. 분위기를 확 깨는 KFC 간판이 방에서 정면으로 보인다.) 음식도 훌륭하다. 씨엠립은 대체로 음식이 맛있지만, 파크 하얏트의 식당은 그 이상이다. 생강, 야자 설탕, 파로 맛을 낸 돼지고기 요리 같은 캄보디아 전통음식은 물론 메추라기 콩소메를 비롯한 퓨전 요리도 있다. siemreap.park.hyatt.com 글 / 신시아 로젠펠드(Cynthia Rosenfeld)

도멩 드 라 보메 프랑스, 투르투르 domaine-delabaume.com
한적하면서 아름다운 마을을 찾긴 쉽지 않다. 특히 전 세계에서 여행자가 몰려드는 프로방스라면. 투르투르에 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언덕에선 멋진 경관이 내려다보이고, 근처엔 도멩 드 라 보메라는 15개 객실 규모의 환상적인 숙소가 있다. 이곳은 18세기에 조성된 15만 평의 장원을 재구성했다. 어느 따뜻한 가을 도멩 드 라 보메에 도착했을 때, 테라스엔 차가운 차 한 병과 갓 구운 파운드 케이크가 준비되어 있었다. 마치 이 집에 살던 프랑스 화가 베르나르 뷔페가 손님을 맞아주는 것 같달까? 이런 고상한 환대는 투알 드 주이 유의 직물과 프로방스식 고가구로 장식한 객실까지 이어진다. 음식 또한 호텔이라기보다 친구의 시골집에 방문한 듯한 인상이다. 주방의 재료는 현지에서 조달하며, 꿀과 허브와 올리브유는 직접 생산한다. 정식 메뉴는 주기적으로 바뀌는데, 언제 가도 계절에 어울리는 프로방스식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송로버섯 소스로 맛을 낸 스펠트 리조토와 로즈메리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구운 무화과는 그중 하나다. 글 / 알렉산더 로브라노(Alexander Lobrano)

더 톰슨 미국, 시카고
톰슨 호텔은 서비스는 말할 것도 없고 골드 코스트 한가운데에 있으니 위치도 좋다. 객실의 반짝거리는 가구, 큰 창문, 욕실도 조화롭다. 즉, 어디 하나 빠지는 데가 없다. 톰슨 호텔의 니코 오스테리아는 시카고의 유명 요리사 폴 케이헌이 호텔에 낸 첫 식당이다. 처음 방문했을 때 아침으로는 달걀을 얹은 알라 로마나, 저녁은 크루도와 오징어 먹물 부카티니, 잣과 정어리가 들어간 카르피오네가 나왔다. 식당 내부 구조도 독창적이다. 혼자 온 여행객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바를 길게 만들었다. 라운지 살로네 니코에서 대표 칵테일 니코를 마셔보는 것도 좋다. 니코는 네그로니의 변형으로 베르무트 대신 코키 아메리카노를 넣어 만든다. 살로네 니코가 붐비는 데는 이유가 있다. thompsonchicago.com 글 / 매트 흐라네크(Matt Hranek)

더 비네스 리조트 & 스파 아르헨티나, 멘도사
비네스 리조트의 명망 있는 요리사 프란시스 말만은 식재료를 언제나 현지에서 구한다. 아르헨티나의 지방 음식은 유독 토착색이 강하기 때문에, 그 방식을 존중하고 따르기 위해서다. 리조트 식당인 시에테 푸에고스, 또는 세븐 파이어스는 프란시스 말만의 야외 화덕 요리 철학을 암시하는 이름이다. 특히 마스카르포네 치즈를 듬뿍 바른 아사도 스테이크를, 얇게 썬 얌과 토마토와 아보카도로 싸서 먹는 요리는 시에테 푸에고스의 자랑이다. 22개의 빌라에는 모두 음식으로 꽉 찬 냉장고와 주방, 개인 마당, 스파식 욕실이 있다. 심지어 땅 한 뙈기를 구입해 와인 제조를 체험해볼 수도 있다. 재배는 리조트 소속 농경학자가 감독한다. 근처의 계곡 주변을 말 타고 달리며 일출을 보는 승마 코스도 인기다. 가우초가 인도한다. vinesresortandspa.com 글 / 메간 롤린스(Megan Roll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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