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궤도 [MEN OF THE YEAR – 태민]

2014.12.04손기은

‘괴도’를 부르면서 태민은 자신만의 궤도를 새로 그렸다.

터틀넥은 캘빈클라인 플래티늄, 바지는 페더딘 인 펄.

터틀넥은 캘빈클라인 플래티늄, 바지는 페더딘 인 펄.

겨울 좋아해요? 저 겨울 되게 좋아해요.

왜요? 겨울에 추억이 많은 것 같아요. 제 인생에서 기억에 남은 일은 거의 다 겨울이었어요. 기억이 되게 따뜻해요. 근데… 뭔지 여기서 말할 수는 없어요.

음…. 카메라 앞에서 태민은 진짜 태민과 많이 달라요? 다르긴 달라요. 어떤 게 진짜 제 모습이라고 말씀 드리기는 어려워요. 카메라 앞에선 연예인으로서 태민의 모습이 나오는 것 같고, 그것마저도 제 모습인 것 같고…. 카메라 앞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있고, 할 수 없는 말이 있고요. 카메라 앞에선 어쨌든 제 생각을 정리해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되는 거잖아요.

사실 오십 가지 질문을 뽑아왔는데, 그냥 아무 얘기나 막 하고 싶어졌어요. 1번부터 50번 중 하나만 뽑아봐요. 거기서부터 해요. 그럼, 저 17번이요.

17번. ‘괴도’ 무대에서의 카메라를 바라보는 치명적인 눈빛은 어떻게 나오는 건가요? 눈 화장 때문인가요? 하하. 공연할 때는 카메라가 멀리 있으니까 동작도 크고 에너지도 더 많이 드는데, 음악 방송에선 카메라가 훨씬 더 가깝게 있다고 생각하고 움직여요. 지금 인터뷰하는 이 정도 거리? 그러면 그게 나오는 것 같아요. 나의 내면에 이런 모습이 있다는 게 스스로 신기하기도 한데, 제가 좋아하는 느낌이 아무래도 이쪽인가 봐요. 스스로 이런 말이 좀 웃길 수도 있는데, 어쨌든 저도 모니터를 하니까, 제가 예전보다 깊이감이랄까? 좀 성숙해지는 게 보여요.

태민의 내면에 뭐가 있는데요? 대중들은 제가 평소 귀여운 콘셉트니까 밝은 느낌으로 나올 거라고 예측했겠죠. 그런데 오히려 주변의 스태프들이 평상시 저의 진짜 모습, 내면을 좀 찾아서 끌어준 것 같아요. 공연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나 에너지 같은 걸 터뜨리고 싶다는 제 마음요. 그리고 제가 연예인이다 보니 표출을 잘 못하잖아요. 화도 못내고요. ‘괴도’ 무대는 강렬하니까 스트레스가 풀렸어요. 발산한 거죠.

독기가 느껴질 정도로 단단히 준비한 느낌이었어요. 가수라는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부터, 머릿속에 그린 이미지는 혼자 무대에 서는 모습이었어요. 샤이니라서 정말 좋고 즐거운데 동시에 마음 한 켠에는 혼자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꾸준히 연습하면 내가 자격을 갖췄을 때 회사가 기회를 주겠지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태민에 대한 소속사의 믿음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심재원 안무가 형이나 황상훈 안무가 형, 디렉터 형들과 되게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고민 같은 거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요. 항상 형들은 제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어요. 제가 직접 이야기 안 해도 좀 티가 났었나 봐요. “네가 진짜 솔로를 하고 싶으면 회사에서 널 밀어주고 싶게끔 만들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만약에 네가 마이클 잭슨처럼 춤추고 노래하면 회사에서 뭐든 같이하려 할 거다”라는 식으로요. 형들이 중간 다리 역할을 잘해준 것 같아요.

막상 지나고 보니, 좀 아쉬운 부분도 있어요? ‘괴도’는 절제미가 있고 세련된 곡인데, 음역대가 좀 많이 낮은 편이에요. 처음엔 라이브를 하기엔 음이 많이 흔들리는 곡이라 타이틀곡으로 괜찮을까, 생각했어요. 처음에 노래 고를 때 되게 예민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색깔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기획과 틀은 팀이 만들어도 무대에서 그걸 표현하는 건 혼자예요. 태민의 무대를 특별하게 하는 건 태민이죠. 무대나 퍼포먼스를 할 때 아티스트적인 부분을 더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선 곡에 몰입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고요. 내가 몰입을 얼마나 하느냐, 그걸 사람들이 보고 얼마나 집중해주느냐의 문제니까요. 제가 드라마 같은 거 볼 때 몰입이 잘 안 되는 편이에요. 그런데 무대에 설 땐 정말 몰입이 잘 돼요. 콘서트 때 하는 ‘Evil’ 무대도 그런 경우인데, 그 곡이 끝나면 진정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정도예요. 그 순간 제가 이상해진 것처럼요.

타고난 것도 있겠죠. 전 원래 노래나 춤이나 타고난 게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람이 가진 ‘색’이 있잖아요. 부모님이 그 색깔을 잘 주신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을 들으면 보컬에 확실히 힘이 붙었어요. ‘Ace’에선 악기 소리 다 빼고 태민 목소리만 듣고 싶을 정도로요. 소속사에 연습생으로 처음 들어갔을 땐 하필 변성기라서 노래를 부르지 못했어요. 남들보다 뒤처져 있다고 느껴선지 더 연습했어요. 아, 저 그것도 경험해봤어요. 뭐라고 하더라? 음을 딱… 아, 득음! 흐흐. 그러면서 조금씩 힘도 생긴 것 같아요

득음의 순간은 혹시 화장실에서? 하하. 아니요. 샤이니 노래가 키가 높다 보니까 그걸 다 소화를 하기 위해선 음역대가 좀 넓어야 되요 보컬룸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스케일을 조금씩 올리다가 어느 날 갑자기 고음까지 나오는 거에요. 이제 되는구나 했다가 그 다음날엔 또 안 나와요. 나오다 말다 반복하다 보니까 조금씩 음역이 넓어지더라고요.

 

터틀넥은 타미힐피거

터틀넥은 타미힐피거.

바지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슬리브리스는 클라이막스.

턱시도는 돌체&가바나, 재킷은 카루소, 구두는 디올.

솔직히, 혼자 있을 때, ‘올해는 나지’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죠? 네…. 솔로로는…. 조금…. 흐흐흐. 활동 기간이 길지 않았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좋은 인상을 남겼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안 좋은 말을 들을 때도 이렇게 덤덤해요? 아니요. 저 되게 이성적이지 않아요. 안 좋은 이야기 들으면 듣는 그날로 완전 정신이 나가요. 스트레스 많이 받아요. 그래도 이런 식이어야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고치려는 노력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팍팍한 스물두 살이네요. 음. ‘당신이 만약에 그렇게 봤으면 나중에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나 한번 보자’ 이렇게 약간 감정적인 생각도 가끔 해요. 흐흐.

그래도 어릴 때 상상했던 스물두 살에 비해 잘하고 있는 거죠? 네. 그런 것 같아요. 어릴 땐 미래의 내 춤과 노래 실력만 상상했는데, 그땐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지금의 스타일과 세련된 나를 보니까…. 시간이 더 흐르면 좀 더 터지는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어요.

스스로를 계속 증명하는 일, 피곤하지 않아요? 그만큼 성취감도 커요. 그 희열에 사는 것 같아요.

노력파라는 말은 어때요? 음…. 괜찮아요. 어쨌든 내가 고생했다는 걸 남이 알아주면 힘든 게 덜어지는 거잖아요. 제가 일부러 더 원하고 바라는 평가는 크게 없어요. 사람들이 저에게서 노력파가 아닌 다른 모습을 발견했을 때, 그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한마디를 해준다면 그 말이 참 좋을 것 같아요.

연습하지 않을 때, 뭔가를 위해 애쓰고 있지 않을 때, 태민은 뭐 하는지…. 다들 그걸 궁금해하지만, 그냥 궁금해만 하면 좋겠어요. 막상 말하면 되게 실망해서요. 별거 안 해요 진짜.

요즘 갑자기 좋아진 것 있어요? 당구요. 뒤늦게 해봤는데 재미있어요. 친구들끼리 되게 단순하게 놀아요. 술도 안 마시고 운동 같은 거 많이 하고요. 제 나이 또래 애들이 놀 듯이 유치하게 놀아요.

미치도록 갖고 싶은 건 뭐예요? 별로 없어요. 저는 소유욕이 없어요. 좀 특이한 것 같아요. 뭘 모은다거나 사는 것에도 관심 없고요.

식욕도 없어요? 아, 그건 좀 있어요. 요즘은 해산물에 꽂혀서…. 한때는 고기를 진짜 좋아했는데 바뀌었어요. 아버지가 해산물을 좋아하시는데 닮아가는 건가 봐요.

요즘 제일 많이 쓰는 단어는 뭐예요? 아무튼, 이제, 이런 말을 많이 해요. 제가 좀 자주 말이 막혀요. 그래서 말을 정리하는 의미로 입버릇처럼 써요.

가장 많이 듣는 말은요? “물건 좀 잘 챙겨.” 얼마 전에 키 형이 사준 지갑도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았어요. 아, 민호 형은 저한테 형들한테 좀 잘하라고 막 그래요. 본인이 형들한테 못하거든요. 흐흐흐. 장난으로요.

시간을 빨리 돌릴 수도 있고, 되감을 수도 있다면 몇 살로 가고 싶어요? 한 살이요.

네? 다시 시작해서 더 잘하고 싶어요. 한번 해봤으니까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이런 성격, 바꾸고 싶지 않죠? 전 좋아해요, 제 성격. 안 바꿀래요. 근데 친구 중에 매사에 행복한 애가 있는데 가끔씩 부럽긴 해요. 하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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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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