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분위기 참 좋아요 – 설현

2015.01.30정우영

지난해 AOA의 설현은 ‘단발머리’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1970년대 한국의 강남 개발 패권을 다룬 영화 <강남 1970>를 찍을 때였다. 영화 현장에선 울었고, 무대에선 웃었다. 이제 설현은 뭐든 할 준비가 됐다.

앙고라 원피스는 엑스오엑스오 by 소수607.

내일이 시사회죠? 떨려요? 아직 영화 편집본도 못 봤어요. 그래서 시사회보단 제 연기를 본다는 게 떨려요. 첫 영화니까요.

첫 드라마 땐 어땠는데요? 드라마도 처음 볼 땐 떨렸어요. 그런데 계속 보니까 객관적이기가 힘들더라고요. 끝나고 나서 부족한 게 보였어요.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었다는 건 나 너 무 잘하는데?, 이런 건가요? 하하, 아니요. 연습 때보다는 잘했다, 이런 거 있잖아요. 생각보다 잘했네, 생각보다 못했네, 정도만 보이고 제3자의 입장에서 보는 건 안 됐어요.

누가 자길 제3자의 입장으로 봐요. 자기가 주관적인걸 아는 게 그나마 객관적인 걸 수 있어요. 그런가요?

자신감 있어 보이는데. 아니에요, 저 A형이에요. AOA 멤버들이랑 있을 때만 자신감이 있어요. 활발해지는 걸지도 모르겠는데, 혼자 생각할 새가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마냥 떠들고 웃고 즐거워요.

하지만 연기는 혼자 하는 거죠. 혼자 편하게 차 타고, 먹고 싶은 메뉴 먹을 수 있다는 건 좋아요. 하하하. 하지만 AOA에서는 하나를 일곱 명이 나눠서 했는데, 혼자 다 해야 하니까 신중해져요. 그래서 자신감이 더 떨어져요. 혼자서는 부족하다고 느끼거든요.

스스로 자신감이 없다고 말하면서 충분히 잘하고 있는 사람은 자기 장점에 대해 잘 모르는 것 아닌가요. 그게 미덕일 수도 있지만.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딘가에 설 때는 긴장하지 않은 척해요.

내일은 어떻게 준비해서 갈 거예요? 긴장이 좀 될 것 같은데, 오히려 뭘 준비해가는 게 더 떨릴 것 같아요.

언론 시사회에서 배우마다 한마디씩 시키잖아요. 그것까지 안 해가도 되겠어요? 그런 건 머릿속에 있는 말을 하면 돼요. 떨리긴 하지만 또 제가 준비해가면 준비한 대로만 딱딱 해서요. 그러면 재미없잖아요.

재미를 아네요. 이전에 유하 감독 영화 본 적 있어요? 네, <말죽거리 잔혹사>는 영화관에서 봤고, <비열한 거리>는 감독님 미팅 전에 찾아봤어요.

재밌던가요? <말죽거리 잔혹사>는 재밌게 봤는데, <비열한 거리>는 어려웠어요. <강남 1970>도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좀 이해가 안 됐고요. 제가 연기한 선혜는 요즘 여자애들이랑 생각이 좀 달라요.

어디가 이해하기 힘들었는데요? 선혜가 되게 부자랑 결혼하거든요? 상견례하면서 우는데 왜 우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냥 아빠한테 가서 따지지! 흐흐.

유하 감독이 어떻게 연기하라고 주문한 게 있나요?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달라고 하셨어요. 너대로 하라고요. 머리든 화장이든, 뭘 하는 걸 되게 싫어하셨어요. 얼굴 표정도 만들지 말라고 하시고요.

‘나대로’ 연기하는 건 뭘까요? 드라마 <못난이 주의보>에서는 발랄한 여자아이였잖아요? 연기공부 할 땐 계획을 많이 해요. 이 상황에선 이렇게, 저 상황에선 저렇게. 근데 현장에 가면 그게 다 필요없어요. 그냥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예요.

아직 초보잖아요? 잘 되던가요? 네, 처음엔 어려웠는데 많이 배워서 나중엔 좀 편했어요. 첫 신, 두 번째 신은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요. 드라마만 해서 몰랐는데, 영화도 되게 매력 있고 재밌더라고요.

영화가 드라마보다 더 느리고 정교하게 진행되죠. 네, 깊이를 요구해요. 드라마에서는 표면적인 것만 표현하면 되는데, 영화에서는 그 사람의 내면과 일생을 연기에 드러내야 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공개된 영상들을 보니 우는 장면이 많은 것 같던데요? 좀 어두운 영화예요. 좋은 일이 거의 없어요. 그나마 초반에는 선혜라도 밝은데 점점 어두워져가요. 저도 촬영할 때 운 기억밖에 없어요. 하지만 다 똑같이 울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우는 연기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어요.

연구한 보람이 있던가요? 여기선 어떤 감정을 표현해야지, 어디 근육을 써야지 생각하고 갔죠. 근데 촬영장 가서 해보니까요. 그냥 그 상황을 믿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믿으면 오케이예요.

영화연기가 다른 걸까요? 드라마 할 땐 다양한 시도를 할 기회가 없었어요. 드라마가 음악 방송처럼 다 준비해 간다면, 영화는 사진처럼 현장에서 만드는 게 큰 것 같아요. 드라마는 빡빡하게 한 신 한 신 찍어야 하니까, 어떻게 해야겠다고 미리 생각해가는 게 맞는것 같고요. 기본적으로 전 어떻게 할지 생각해갔을 때 연기가 더 잘 나오는 것 같긴 해요.

평소에도 잘 울어요? 네.

회색 터틀넥 크롭트 니트는 클럽 모나코, 와인색 치마는 카이아크만.

음악 활동하면서는 언제 울었어요? 1위 했을 때 울었고, 가끔 너무 힘들 때 울었고요.

AOA가 처음 1위를 한 게 ‘짧은 치마’ 때더라고요? 다들 눈물바다였는데, 그 자리에 설현은 없었어요. 보고 있었나요? 네, 매니저 언니랑 DMB로 봤어요. 그땐 숙소에 TV도 없었거든요. 저도 같이 울었어요. 근데 언니들과 같은 감정은 아니었어요. 정말 많이 기뻤는데, 기쁜 감정만 있었던 건 아니에요.

말을 잘하네요. 그렇죠. 같지만 다른 눈물이었겠죠. 쉴 땐 잘 몰랐어요. 무릎 다친 김에 그냥 쉰다고 생각했는데, 언니들이 무대에 서는 걸 보고, 1위하는 걸 보고, 회사에 돌아온 걸 보니까….

보니까? 내가 없어야 잘되나? 사람들이 AOA가 여섯명인 줄 알면 어떡하지? 별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이미 잘 알겠지만 설현 씨가 빠져서 AOA가 잘된 거 아니에요. 네, 지나고 나서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단발머리’ 때 필사적으로 했고요.

<강남 1970> 촬영이랑 겹친 걸로 아는데 힘들었죠? 아니요. 너무 재밌었어요. ‘단발머리’ 활동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하긴 설현 씨가 “날씨 참 좋아요, 분위기 참 좋아요” 부분에서 춤출 때 좀 과하게 신나 보이더라고요. 하하. 무대에 너무너무 서고 싶었으니까요. 이제 딱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두운 영화를 찍으면서 발랄한 댄스곡으로 활동했으니까 서로 어떤 영향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단발머리’로 활동 안 했으면 진짜 우울했을 수도 있어요.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드라마 할 땐 캐릭터가 밝으니까 저도 밝았거든요. 영화에선 선혜가 어두우니까 저도 어둡더라고요. 그런데 무대에 서면 그런 게 많이 사라졌어요. 오히려 촬영장에서 밝은 상태를 진정시키는 게 힘들었어요.

영화와 음악 활동을 같이 한다는 게 지금으로선 아주 좋네요? 그렇죠, 둘 다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해요. 저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은 거고, 제가 경험해볼 수 있는 게 더 많은 거잖아요. 더 많은 기회를 주신다면 다 하고 싶어요, 연기나 음악 활동이 아니라도 뭐든지.

그러다 한 가지가 심하게 잘되면 어떻게 할 거예요?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심하게 잘된 적이 없어서.

스물한 살이죠? 서른 살엔 뭘 하고 있을 것 같아요? 남자친구가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남자친구만 있으면 돼요? 결혼은 아니고? 그때까진 일에 열중할 거예요. 근데 제가 계획이나 목표가 없어요. 그때그때 열중해서 사는 게 목표예요. 뭘 하고 있을지 저도 궁금해요. 하지만 남자친구는 꼭!

올해는 뭐 해보고 싶어요? 아직 연속 1위를 못 해봤어요. 1위 가수가 되려면 연달아서 1위를 해봐야 하는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자격증 딸 거예요.

무슨 자격증이요? 뭐든지요. 작년엔 운전면허증 땄거든요. 아! 그리고 카페도 차리고 싶어요. 제가 커피랑 디저트를 정말 좋아해서요.

올해요? 아뇨, 서른살에요.

정리하자면, 서른 살에는 남자친구가 있고, 자격증이 11개고, 커피를 내린다? 조합이 되게 이상하네요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안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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