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꼽은 최고의 맥주는?

즐비한 맥주 브랜드 앞에서 궁금해졌다. 다른 사람들은 요즘 뭘 마시지?

김창규(<크로노스 코리아> 에디터) 
코젤 다크 고소하고 기름진 커피를 선호하는 내 입맛에 잘 맞는 맥주. 특히 초콜릿 우유 같은 거품이 맛있다. 브루클린 블랙 옵스 볼트+82 바에서만 판매하는 맥주. 비싸지만 고혹적인 건과일 향이 립스틱을 바른 여자의 도톰한 입술 같다. 호프브로이 헤페바이스 아내와 함께 떠난 유럽 여행에서 처음 마신 맥주. 그때의 기분이 이 맥주에 담겨 있다.

이자영(홍보대행사 나비컴)
기네스 오리지널 영화 <킹스맨>을 보고 나서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크리미’한 거품이 입 안으로 밀려 들어온다. 코나 빅웨이브 평소 서핑을 즐기는데, 이 맥주의 라벨을 보고 반했다. 게다가 열대 과일의 향도 산뜻하다. 롯데 클라우드 국산 맥주 중 가장 좋아한다. 특히 거품을 수북하게 따라 마신다.

 


정순나(주류수입사 바카디코리아) 
코나 빅웨이브 향과 맛이 풍부하지만 무겁지 않아 더운 날도 맛있게 마실 수 있다. 아사히 슈퍼드라이 집에서 반주로 마실 땐 이 맥주가 최고다. 음식을 방해하지 않고 입 안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듀체스 드 브루고뉴 레스토랑에서 와인 한 병을 주문하기엔 좀 애매할 때, 이 맥주를 시킨다. 산미와 과일 향이 좋아서, 진하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김은지(와인수입사 까브드뱅) 
하이네켄 주당들의 비밀병기. 단맛이 살짝 남는 에일 맥주는 질리기 쉽지만, 이 맥주는 많이 마시고 많이 취하고 싶을 때 제 역할을 한다. 코에도 카라 방한한 와인 메이커들이 종종 강한 맛의 맥주를 찾는다. 하루 종일 맛본 와인의 과실 풍미가 좀 피곤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테다. 그때 이 맥주가 그들의 입맛을 개운하게 해준다. 발라스트포인트 스컬핀 IPA 쓴맛과 단맛의 균형이 좋다. 레이블에 아귀처럼 생긴 생선이 그려져 있는데, 전국 아귀찜 전문점에 이 맥주가 깔려 함께 먹었으면 좋겠다.

 


김미현(홍보대행사 더 레이어)
아크 비 하이 쓴맛이 강하지만 여전히 고소하다. 안주 없이도 잘 들어가, 밤에 마셔도 죄책감이 덜하다. 트라피스트 로슈포르 10 집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혼자 마시는 맥주다. 알코올 도수가 11퍼센트고, 거품도 상당해서 천천히 들이킨다.  태국에서나 한국에서나 태국 음식을 먹을 땐 이 맥주를 주문한다. 얼음 잔에 따라 마시기도 한다.

손기은(< GQ KOREA > 피처 에디터) 
기린 이찌방 시보리 최근 라거 맥주로 다시 마음이 돌아섰다. 오랜만에 이 맥주를 마셨는데 깨끗한 흰 티셔츠를 입었을 때처럼 기분이 깔끔해졌다.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필스너 우르켈을 좋아하지만 몸 상태에 따라 조금 강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반면 이 맥주는 늘 편안하다. 페트러스 에이지드 에일 사워 맥주. 워낙 시큼해 혀가 말리는 것 같지만, 첫 사워 맥주 도전으로는 좋은 선택이다.

 

이성진(프리랜스 게임 PD) 
쿠퍼스 스타우트 묵직한 맛으론 이 맥주를 따라올 자가 없다. 특히 술자리를 마무리하는 입가심 맥주로 제격이다. 에델바이스 스노우 프레쉬 첫 모금을 마시면 향긋한 허브 향이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가벼운 느낌이라 술자리를 시작할 때 마시기 좋다. NZ 퓨어 라거 쌉싸래한데 상쾌하다. 구수한데 시원하다. 단숨에 마실 수 있는 맥주.

 

이승용(퐁당 크래프트비어컴퍼니 대표) 
퐁당 벨지안 블론드 에일 국내에서 생산하는 벨지안 맥주 중 가장 완성도가 높지 않을까? 졸리 펌킨 아티장 에일 오로 드 칼라바자 프랑스, 벨기에의 전통 골든 에일. 매콤함과 후추의 느낌, 부드러운 홉 향과 거친 효모가 매력이다. 모던 타임즈 블랙 하우스 커피 스타우트 이제 막 수입을 시작한 맥주. 커피의 쓴맛과 맥주의 쓴맛이 조화롭다.

 

박민(홍보대행사 투고커뮤니케이션즈)
칭타오 라거의 정수이자 기름진 안주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 맥주. 기네스 오리지널 기네스는 항상 생맥주로만 마신다. 그래서 기네스만의 맛을 살리는 단골집을 찾아간다. 내 경우는 상수동의 블루스하우스. 파울라너 헤페바이스 보리 맥주에 지칠 때 이 밀맥주를 마시면 묵은 피로와 쌓인 고민까지 날려버릴 수 있다.

 

조성하(레스토랑 태번 38 매니징 디렉터)
닌카시 트리세라홉스 더블 IPA 편하게 ‘쓴 댓병 맥주’라고 부른다. 다른 IPA보다 용량, 도수, 쓴맛이 높고 세지만, 깔끔함과 단맛이 돋보여 ‘소맥’, ‘양맥’에 애용한다. 라구니타스 어 리틀 썸핑 썸핑 에일 출장길에 이 맥주의 양조장에 들렀다가 반해버렸다. 식욕을 마구 자극하는 맥주. 듀벨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좋아한 맥주. 이걸 시켜놓고 “맥주는 거품 맛”이라고 허세 떨다가 먼저 취하곤 했다.

 

손봉균(시서론, 바비큐 핏마스터)
앤더슨 밸리 블러드 오렌지 고제 짠맛, 신맛, 단맛에 다양한 부재료의 향까지,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맥주. 시큼한 향이 정신이 번쩍 나게 하고 짠맛이 목 안까지 진하게 퍼진다. 로그 셰익스피어 오트밀 스타우트 식사 대용이라는 핑계로 자주 들이킨다. 귀리의 고소항 향은 물론 커피를 내릴 때 나는 다양한 향까지 올라온다. 바네하임 프레아 에일 바네하임은 10년이 넘게 장수하는 공릉동의 크래프트 브루펍. 이곳에서만 파는 프레아 에일은 파인애플과 오렌지 향이 나면서 뒷맛이 상큼하다.

 


조민호(맥주 전문 블로그 비어케그 운영)
파울라너 살바토르 달콤하고 묵직하다. 쿠퍼스 스타우트 마트에서 판매하는 스타우트 중 가장 묵직한 홉 향이 나는 맥주. 효모가 가라앉는 모습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데릴리움 트레멘스 이걸 마시면 분홍 코끼리를 만날 수 있다는 뜻의 맥주.

이상훈(펍 봉고 대표)
블루문 에메랄드가 생각나는 청량한 밀맥주. 런던 프라이드 병맥주로 이 맛을 내다니, 유통 기술이 남다른 듯하다. 파울라너 헤페바이스 맥주는 독일이 참 잘 만든다는 생각을 (또) 하게 만드는 맥주.

김현욱(레스토랑 오룸다이닝 소믈리에)
트라피스트 로슈포르 8 트라피스트 맥주계의 여왕. 숫자 8은, 제조 후 8주 숙성한다고 해서 붙였다. 알코올 도수가 9.2퍼센트로 높지만 맛의 균형이 아주 훌륭하다. 리틀 크리처 페일 에일 서호주의 젊은 브루어리. 보통의 에일 맥주보다 첫맛이 가볍고 깔끔해 라거 맥주에 익숙한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마실 만하다. 에히트 슈렝케를라 라우흐비어 바이젠 너도밤나무를 훈연해서 만드는 맥주로 ‘스모크 비어’라고도 한다. 슈렝케를라는 술에 취해서 비틀대는 모양을 뜻하는 의태어다.

 

이기중(< 펍 크롤 > 저자, 전남대 인류학과 교수)
위드머 브라더스 알케미 IPA와 비슷한 APA(아메리칸 페일 에일) 맥주. 홉의 쓴맛과 향이 적당해 마시기 편하다. 코에도 카라 라거의 청량감과 IPA의 쓴맛이 한 병에 다 있다. 라거인데 처음 마시면 에일이라고 착각하는 이유. 코나 캐스트어웨이 IPA이지만 깔끔한 맛과 상쾌함이 함께 느껴진다.

 

김태호(주류수입사 애드링턴코리아)
브루클린 이스트 IPA 상업적인 브루어리인데도 마이크로 브루어리의 섬세함이 스며 있다. 위스키를 즐기기 전, 준비운동 삼아 마시기 좋다. 에스트렐라 담 일반 라거보다 과일 맛과 캐러멜의 단맛이 강렬하다. 오비 프리미어 국산 맥주의 재발견.

 

임재진(르챔버, 스틸 오너 바텐더)
카나비즈 클럽써드 평소 압생트를 좋아하는데, 대마잎의 풍미가 들어간 맥주라 마시기 전부터 끌렸다. 브루클린 이스트 IPA 역시 탄산이 많지 않고 알코올 도수가 높아서 즐겨 마신다. 기네스 오리지널 아메리카노 마시다 에스프레소가 당기는 날이 있듯이, 기네스가 종종 당긴다. 탈리스커 같은 싱글 몰트위스키를 넣어 폭탄주처럼 마시기도 한다.

 

이지아(신라호텔 서울 홍보팀)
펑크 IPA 나를 IPA에 빠지게 만든 맥주. 거친 홉 향에 자몽 향이 어우러졌다. 전용 잔, 코스터도 참 예쁘다. 도그피쉬 헤드 90 미닛 임페리얼 IPA 찌는 더위에 시원하게 마시는 맥주라기보단 선선한 여름밤에 걸쭉하게 마실 수 있는 맥주. 달콤한 캐러멜 맛이 매력이다. 듀벨 트리플 홉 2014 작년에 출시된 듀벨의 한정판 맥주. 새콤하고 풀 향도 은은하다.

 

진경일(머스타쉬 펍 대표, 홈브루어)
발라스트포인트 이븐킬 세션 IPA 콸콸 들이키고 싶은데 홉 향 역시 포기할 수 없을 때 선택하는 맥주. 라구니타스 어 리틀 썸핑 썸핑 에일 홉 향 터지는 밀 페일 에일. 노스코스트 올드 라스푸틴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 ‘끝판왕’ 스타우트.

 

서지원(리서치 회사 밀워드브라운)
시에라네바다 페일 에일 평소 강렬한 IPA를 좋아하지만 이 맥주는 바디감도 충분하고 향도 복잡미묘해서 낮은 알코올 도수가 아쉽지 않다. 크라운 슈즈 IPA 야근이 잦은 나에게 강한 향의 맥주는 필수다. 5년밖에 안 된 신생 브루어리에서 만든 대박 ‘아가’.  라 트라페 쿼드루펠 알코올 도수가 10퍼센트로 강하다. 맛에 고귀함과 품위까지 있다.